논란 속에 종합편성채널이 첫 전파를 쏘아 올렸다. 전국언론노조는 여러 차례의 파업을 통해 종편 거부 투쟁에 나섰고, 야당이나 언론시민단체들도 꾸준히 종편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럼에도 결국 종편은 태어났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안티조선운동사>를 쓴 자유기고가 한윤형씨는 종편에 대응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면서도 결국 ‘희망’을 얘기했다.

- 종편이 출범했다.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하셨고, 또 <안티조선 운동사>라는 두꺼운 책도 내셨는데. 그 때의 문제의식을 현재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
“당시의 문제의식은 거대 언론사에 저항한다는 차원도 있지만 이제는 좀 우리가 원하는 언론사가 어떤 식으로 지탱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문산업이 사양 산업이 되면서 거대 언론사가 뛰어든 게 종편인데, 자체의 시장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쩌면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개혁언론’이 어떤 식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최근의 ‘나꼼수 열풍’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대중들은 좀 더 즉자적인 것에 열광하는 상황인 것 같다. 종편의 실패가 곧바로 진보매체의 기회를 의미하는 건 아닌 셈이다.”

- 당시 몇몇 진보 인사들의 조선일보 인터뷰 사건으로 논쟁이 있었다. 지난 주말 트위터에서는 ‘진보적 글쓰기’ 해왔던 허지웅씨가 종편에 출연한다는 것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참여 관련해서는 안티조선운동 당시도 (그런 논란이)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었다. 강준만 교수가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지식인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시민사회단체나 지식인들 사이에 기고나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서명이 생겼고, 논쟁을 거치면서 그게 합의로 정착이 됐다. 반면 지금은 아직 그런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개인에게 무리한 비판을 가하는 조류가 있는 것 같다.”

- 허씨도 “종편 프로그램에 대한 진보진영의 입장을 안티조선운동 때만큼으로 확장하거나 정돈하기 위한 토론회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는데.
“논쟁이 이뤄지고 그게 축적되면서 합의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아직은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가령 종편에 참여한 지식인 명단이 나와 있나. (없다.) 지식인들이나 언론학과 교수들, 매체에 글을 쓰시는 분들이 이런 논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주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종편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적이고, 그 당사자들이 (발언)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진보진영, 또는 시민사회 진영에서 종편에 대한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보나.

“우선 두 가지 차원이 겹쳐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지식인 윤리’의 관점에서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두 번째는 종편에 가는 PD나 작가의 경우인데, 이 사람들 중에는 기존 방송국에서 기회를 못 얻어서 가는 경우가 많다. 생업을 위해 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거나나 비판 할 게 아니라, 보다 적합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본다. 종편 자체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종편이 이미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시청거부 운동이나 광고주 불매운동 식의 방법 밖에는 없어 보인다. 광고주 압박이라든지 종편의 그런 문제들을 공론화시키면서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다만 종편 자체가 그렇게 성공적인 작품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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