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A씨로 추정되는 섹스 동영상과 관련 사진이 올려진 블로그가 네티즌 사이에 퍼지며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 또한 반복되고 있다. 또 이런 식의 폭로에서 어디까지나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유명인 A씨의 입장은 간과한 채 해당 글의 주장을 그대로 중계함으로써 벌어지게 될 2차 피해 또한 우려되고 있다.

이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기사 형식은 너무도 비슷하다. 대체로 ‘충격’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동영상의 내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후 네티즌의 ‘충격’적인 반응을 전하며 끝을 맺는다. 또 하나 같이 진위 여부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연예전문 언론 마이데일리는 “방송인 A양, 과거 음란 동영상 유포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약 3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A양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얼굴이 노출돼 있으며, 두 남녀의 간접 성교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또 이 여성의 성관계 모습이 찍힌 사진도 함께 올려져 있다. C씨는 이 동영상이 A양과 B씨의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동영상의 모습과 게시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담았다.

세계일보 세계닷컴도  "앗! A아나운서 섹스비디오 유출 '충격'"이라는 기사를 통해  "A씨가 전 애인의 구타 모습을 태연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A씨의 전 애인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라며 밑도 끝도 없이 게시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담는 기사를 내보냈다.

   
 
 

일간스포츠는 “방송인 A양 음란영상 유출?…진위여부에 관심” 이라는 기사를 통해 동영상의 적나라한 묘사는 물론 사이트에 올려진 일방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기사에 담았다.

해당 사이트의 글과 동영상의 ‘진위여부’에 따라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이라는 주장의 기사도 있다. 스포츠 조선은 “방송인 A양 의혹 섹스비디오 일파만파, 진위여부 주목” 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 동영상 속 주인공이 A양이 맞는지에 따라 연예계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는 주장을 펼쳤고 머니투데이 뉴스1도 “이 비디오의 주인공이 A양이 맞을 경우 그의 인기도 등을 감안하면 연예계는 한바탕 소란이 있고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글을 주장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A씨와 연인관계에 있었던 사람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해당 글에서는 A씨와의 관계가 악화된 후 자신의 친구가 A씨에게 동거 사실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했고 그 이후에 그 친구는 A씨 측에게 감금 폭행 등을 당했다는 주장이 펼쳐진다. 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A씨는 이미 협박 등에 노출되었던 피해자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언론이라면 해당 글의 주장을 여과 없이 옮기기 전에 이런 점을 짚어줘야 하는 게 아닐지 아쉬움이 든다.

언론은 그간 연예인 관련 동영상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우선 보도,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를 양산했다. 올해 초 가수 솔비와 닮은 사람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졌을 때도 몇몇 언론사는 ‘가수 OO양 추정 음란 동영상 충격’ 등의 제목으로 이를 기사화했다.

기사의 내용도 현재 방송인 A씨의 동영상 관련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영상의 유포되어 네티즌 사이에 충격이 일고 있으며 해당 동영상의 진위여부는 확실치 않다’ 는 식의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였다. 이 후 이를 견디다 못한 솔비가 지난 9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영상을 퍼뜨렸다는 5명의 피의자가 법적 처리를 받았다. 언론은 자신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 보도는 잊은 듯 근엄하게 네티즌들에게 “재미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는 근엄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글과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런 식으로 자행되는 유명인에 대한 폭로에서 언제나 유명인은 약자이자 피해자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의 피해가 예상되는 ‘범죄 행위’와 일방 주장을 언론이 단순히 중계자의 역할로 받아쓰는 것도 범죄에 대한 방조 내지는 동조라는 지적은 너무한 것일까.

벌써부터 네티즌 사이에선 이 사건이 SNS 규제 명분을 쌓기 위한 ‘음모’ 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SNS로 해당 동영상 링크가 마구잡이로 퍼지고 있다는 때리기에 나서 규제 여론을 만들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의 재보선 당일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여권의 악재를 덮기 위한 ‘시국 타파용’아니냐는 조소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음모론은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곰팡이처럼 퍼지는 법이다. 동영상의 진위 여부에 호들갑을 떨기 전에 언론이 2차피해를 방조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