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개국일인 1일,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종편 출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아침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언론시장이 공익성과 공공성이 무너지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신문들의 방송 진출은 여론 다양성을 훼손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수석부대표는 또 하루 전 이뤄진 여야 합의에 따라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의 협조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문화체육방송관광통신위원회(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도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편이 출범함으로써 광고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고, 실질적인 피해는 지역방송, 종교방송, 지역신문이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공정한 룰을 만드는 곳이 방송통신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황금채널을 특혜방송에 주는 것을 포함해서 (특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어느 국민이 공정하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문방위원(김무겸·김재윤·장병완·전병헌·전혜숙·정장선·천정배·최종원 의원) 일동은 30일 공동 성명을 내어 “조중동매 방송은 지난 2008년 7월 22일 의회 민주주의를 유린하면서 날치기, 대리투표, 재투표 등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방송악법에 근거한 것으로 결코 태어나선 안 될 방송”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특혜와 반칙의 상징이 되고 있는 조중동매 방송의 개국은 이 땅의 민주언론을 말살하고, 정권의 홍보방송을 추가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규탄했다.

   
▲ 언론노조 조합원 100여 명은 지난 14일 오후 5시께 SBS미디어홀딩스 산하 광고대행사 미디어크리에이트의 광고주 설명회가 열리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호업체 직원들, 경찰과 40여분간 대치하며 SBS의 직접광고영업을 규탄하는 농성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민주노동당도 1일 논평을 내어 종편의 개국을 “언론민주화의 표상인 공공성과 다양성을 명백히 후퇴시키는 반민주적인 사건”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했다. 민노당은 “재벌 언론이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재벌 언론일 뿐인 종편은 우리 국민들과 언론민주화의 독(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종편을 그대로 두고서는 언론의 공정성은 물론이며 다양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종합편성채널사업권은 반드시 회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민노당은 지난달 20일 국민참여당 및 새진보통합연대와 합의한 통합진보정당 강령에 ‘종편 사업권 회수’를 명시해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 허원제 의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오늘 종편개국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이나 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된 얘기는 특별히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종편 출범은 최근 일련의 미디어 시스템의 전환의 한 부분으로 매체가 다양해지면 콘텐츠도 다양해질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종편 방송을 통한 콘텐츠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 의원은 종편이 지나친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지상파라고 해서 종편보다 특별히 공영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상파나 종편 방송이나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므로 과도한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재윤 의원은 이날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종편을 비롯한 방송사에 광고 직접영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여야가 연내에 미디어렙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적어도 종합편성채널이 직접적으로 광고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다른 방송국도 직접 광고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국회가 전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방송사들이 (직접영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국회의 입장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허원제 의원은 미디어렙법과 관련해 “종편은 지상파와 다른 측면이 있고, 지금 종편이 처음 출범하는 것이므로 단정적으로 시작부터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 시간이 지나서 종편의 내용이나 영향이 지상파와 동일한 수준으로 커지면 그때 상황을 봐서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연내 미디어렙법 처리에 합의한 여야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