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검찰은 한국사회 뜨거운 감자다. 경찰과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지만, 검찰의 위상은 경찰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오죽하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의 책에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겠는가. 이 책은 한국사회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 버린 그들, 바로 검찰을 해부하는 책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추천사를 통해 “국민 위에 군림해온 검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인가를 가장 깊게 연구하고,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는 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책에는 참여정부에서 검찰개혁 의제와 연관이 있었던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의 인터뷰도 담겨 있다.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참여정부가 결국 ‘실패’를 맛보게 된 원인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하고 있다.

평검사와의 대화, 불법 대선자금 수사, 강정구 교수 불구속수사 지휘,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의 과거서 정리 거부 등 참여정부 시절 벌어졌던 검찰개혁의 실천과 과정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법원과 변호사에 의한 검찰 견제 및 감시시스템과 불구속 수사 재판 원칙 등은 참여정부쪽에서 개혁의 성과물로 꼽는 사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을 향한 개혁시도는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일부 언론도 검찰 편을 들었고,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분출되면서 개혁의 동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참여정부는 검찰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통치수단으로 삼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거꾸로 검찰에 대한 통제수단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책에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수사 지휘 논란을 언급하면서 “검찰이 반발한 것은 ‘우리 조직이 갖고 있는 권한을 정치인 출신에 검사가 아닌 놈이 와서 관여를 해?’ 이런 이유로 반발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은) 검찰의 기득권을 지켜줄 사람이 총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시절 개혁의 대상이 됐던 검찰은 정부가 바뀌자마자 ‘정치검찰’ 행태로 돌아갔고, 무시무시한 복수극을 준비했다. 2009년 ‘참혹한 봄’의 배경이다. 문재인 이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서 금도를 잃고 권한을 남용하고 위법을 저질렀다. 증거가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했고, 사실이 아닌 내용,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까지 실시간 생중계하듯 유포해서 언론 조작을 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다. 그가 검찰개혁의 칼날을 꺼낸 것은 단순히 복수의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경우 차기 정부의 주인공은 누가 되더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호하고 발전할 수 없다는 판단이 검찰개혁의 깃발을 든 원인으로 보인다.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조직이지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들도 결국 공무원이다. 인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수사 책임자들에게 징계는커녕 승진의 기회를 부여했다.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을 틀어쥐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은 ‘정치검찰’을 이끄는 자양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검찰 인사시스템에 대한 재정비는 차기정부의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인사가 권력의 충성도에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라 능력과 자질에 따라 이뤄질 경우, 그것이 정착될 경우 검찰의 ‘권력 해바라기’ 근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다음에 들어설 민주정권은 첫 번째 개혁 작업으로 검찰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계속 제기되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진전돼야 한다. 그리고 계속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dong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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