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한미 FTA 반대 시위 현장에서 언론인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취재기자들에 대한 폭행을 경계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한미 FTA 비준안과 이행법안이 ‘날치기’ 처리되면서 시작된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취재진과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방송도 안 할 거면서 왜 왔냐. 자료로 보존하러 왔냐”며 취재진을 몰아 세웠다. “너희가 그러고도 기자냐”는 비아냥거림도 심심치 않게 쏟아졌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 뿐만 아니라 YTN, JTBC, TV조선, 채널A, MBN, 연합뉴스TV 등의 보도채널과 종편채널의 카메라도 성토 대상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기자로 보이는 상대에게 일일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캐물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6일 저녁,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만난 이가현(19)씨는 “조중동은 시민을 폭도로 몬다”며 “언론이 일방적이고 정부 입장만 얘기하는 것 같다”고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신문이나 방송 대신 인터넷에서 접한 뉴스와 정보에 더 큰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한 시민도 많았다. 김해경(33)씨는 “조중동에서 아무리 (한미 FTA를) 좋게 표현해도 신뢰하지 않는다. SNS나 여러 미디어가 많다”면서 “여러 관점에서 FTA를 바라보게 됐고 그러면서 비판적 관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명선(41)씨는 “이제 방송은 안 본다”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 취재에 나섰던 MBC 사회부 한 기자는 “‘왜 이런 비판을 받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종편사 기자는 “기분이 안 좋지만, (시민들의 행동에)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위대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꼽히는 한 종합일간지 소속 조아무개 기자도 “단순하게 비교 해봐도 찬반 의견에 대해 기계적 중립도 지키지 못했다”고 자사 보도를 평가했다.

다른 한 편으로 시위대의 취재거부가 일부 폭행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저녁 촛불집회에서는 한 시민이 KBS의 카메라기자의 얼굴을 때리고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그밖에도 자사 로고가 박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카메라기자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인터넷신문사에서 일하는 최아무개 기자(31)는 “현장취재를 막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면서 분노를 엉뚱한 곳에 표출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선 취재기자들이 아니라 ‘윗선’인데, 자칫 취재기자들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전국언론노조도 29일 호소문에서 “잘못된 방송의 보도행태에 대한 분노가 이들 (주니어급) 어린 기자들에게 폭력의 형태로 가해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신체적인 위협 등 폭력만은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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