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례없이 종합편성채널을 4개나 허용해주면서 양질의 콘텐츠 증가로 인한 시청자 채널선택권 강화와 언론 다양성을 정책목표로 제시했지만, 종편개국이 다가올수록 종편에 걸었던 기대가 충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적인 면에서 프로그램 수는 분명히 증가하겠지만 상당수가 지상파에서 이미 선보였던 아이디어를 차용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진데다 ‘톱스타 모시기’ 경쟁으로 전반적인 제작비가 상승하는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JTBC가 간판 오락프로그램으로 내세운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은 연예인이 불량학생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지난 2006년 KBS <최민수 김제동의 품행제로>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방송사의 <메이드인유>도 역대 최고 상금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 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다른 종편도 비슷해 KBS 이영돈 PD가 채널A로 옮겨 제작하는 <지금 해결해 드립니다>는 사실상 <소비자 고발>의 연장선이고, TV조선이 야심작으로 내세운 역시 <이소라의 프로포즈>와 닮았다. 지상파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얼마나 채널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종편사들이 시청률을 의식해 교양프로그램마저 오락화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머니투데이는 5면 기획기사에서 종편 4사 편성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정부가 다양한 장르의 조화 등을 종편 취지로 밝혔지만 실상은 시청률을 위해 오락 위주의 편성으로 채워졌다면서 쇼와 교양을 합성한 ‘쇼양 프로만 즐비’하다고 비꼬았다.

30~40대 주부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다섯 남자의 맛있는 파티>, 젊은 남녀의 결혼관과 황혼이혼 등을 다루는 <리얼드라마 해피엔드>(채널A), 폭주족들의 프로레이서 도전을 다루는 프로그램 <배드 레이서>(TV조선), 토크쇼 <박경림과 장성규의 박장대소>(JTBC). 김지선·신봉선·조혜련 등이 참여하는 여성토크쇼 <빅3 충무로 와글와글>(MBN) 등이 ‘쇼양’의 사례로 거론됐다.

 

종편의 톱스타 영입경쟁으로 배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경향은 드라마·예능왕국을 재현해 3년 안에 지상파인 SBS를 따라잡겠다고 호언장담한 JTBC가 주도하고 있다. JTBC는 상반기에 연간 제작비를 쏟아부어 초반에 기세를 잡겠다는 기조를 내세우면서 방송업계와 광고계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역으로 초기 시청률이 저조할 경우 무리한 제작비 투입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JTBC의 야심작인 50부작 주말사극 <인수대비>의 주연배우로 발탁된 채시라 씨의 회당 출연료가 4500만원 선으로 알려지면서 고액출연료 논란이 일기도 했다. TV조선도 토크쇼 <여배우들>에 최근 연예활동을 시작한 김희선씨를 MC로 발탁하는 등 톱스타 섭외경쟁에서 한 축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보도는 어떨까. 종편들이 신문을 모태로 한 방송인만큼 보도에 강하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뉴스에서 보수적인 색채를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방송계와 광고업계에서는 일단 종편의 뉴스경쟁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광고대행사 간부는 “신문과 방송이 별도 법인이라고 해도 방송이 신문의 색채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KBS나 MBC와 비슷하다면 뉴스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대로 종편의 승부는 드라마나 예능이 아니라 뉴스에서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V조선과 JTBC 등 종편들은 “정부와 경제권력 등 힘있는 세력을 가차없이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JTBC는 <탐사코드J>, 채널A는 <잠금해제 2020>, MBN은 <맥> 등 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시사주간지 편집국장은 “종편이 특종을 잡기 위해 이미 움직이고 있다”면서 “초반에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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