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주주인 정수장학회와의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던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부산일보 사측은 29일 오후 이호진 노조위원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부산일보 사측은 하루 전인 28일 노조위원장이 사장의 지시를 어기고 지난 10월 사원들을 대상으로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에서 독립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부산일보 사측은 또, 이날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열었다가 기자들과 노조의 반대로 정회했다. 사측이 편집국장을 징계위에 회부한 이유는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지난 24일 부산일보 1~2면에 노조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촉구 투쟁 기사를 게재한데 따른 것이다.

부산일보 사측은 당시 이 편집국장에게 지면계획에 잡혀있던 관련기사를 삭제하라고 지시했으나 이 편집국장이 ‘편집권 침해’라며 기사 게재를 강행하자 징계방침을 정했다.

이날 징계위는 이 편집국장이 참석해 소명을 하던 도중 노조원과 기자들이 부당한 징계라며 편집국장을 퇴장시키고 회의 진행을 막아 중간에 정회됐다. 사측은 30일 오전 징계위 회의를 속개할 예정이다.

부산일보 노조와 편집국 기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편집권 유린이며 노조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일보 문제로만 한정하면 구성원들의 여론을 듣지 않는 사장의 문제겠지만 이를 더 확대하면 정수재단 반환문제와 박근혜 전 대표를 물고늘어지는 노조위원장과 이에 동조하는 편집국장을 내년 대선 전에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부산일보 노사는 올해 초 100% 지분을 소유한 정수장학회가 부산지역 유력지인 부산일보에 정치적인 입김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사장추천위원회 제도를 만들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경영진이 재단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합의내용 이행을 거부하면서 노사갈등을 겪어왔다.

회사는 노조가 불법노동행위를 했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회사가 정당한 노조활동까지 방해하고 있다며 지방노동위원회 제소나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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