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합편성채널 4사가 채널번호를 확정하면서 급한 불은 일단 껐다. 종편사들도 채널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종편이 원했던 전국통일번호·연번제 등이 무산되면서 처음부터 순탄치 않은 출발을 하게 됐다.

종편 관계자들은 지난 9월 채널협상에 돌입하면서 전국 SO에 통일된 번호와 지상파에 인접한 황금채널 연번제를 통한 블록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지상파 인접 번호와 전국적으로 동일한 번호를 갖게 되면 시청률과 채널홍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광고영업과 직결되는 문제로, 후발주자인 종편 입장에서는 채널협상에 사활을 걸고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광고업계에서도 정부가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에 종편을 허가했을 때 가장 우선되는 조건으로 채널번호를 꼽았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종편으로서는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15~20번 채널대를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MSO에 따라 서울지역에서도 다른 채널로 방송이 나가게 된 것이다. 한 종편사 관계자는 “요즘 채널시청 패턴이 리모컨으로 돌려보기 때문에 채널번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종편사 관계자는 “채널번호가 통일되지 않아 ‘우린 몇 번에서 나온다’고 홍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채널협상 결과에 불만을 토로했다.

채널번호보다 더 큰 문제는 종편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종편을 ‘특혜 괴물’이라며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고, 시민사회단체들도 개국 저지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종편에 출연을 확정한 연예인들에게 무차별적인 비난이 쇄도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조선일보는 28일자 25면 기사에서 <다른 케이블 출연 땐 가만있더니 종편 간다고 욕하는 일부 네티즌>에서 종편행을 확정한 개그맨 신동엽, 김용만, 컬투, 정준하, 김병만, 이수근, 정형돈, 탁재훈 등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다루기도 했다.

이런 기류는 취재현장의 보이콧으로도 이어져 종편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종편 관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문과 방송은 다르다. 힘있는 권력을 제대로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보수 신문사에 대한 지난 부정적 인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형국이다.

종편들도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부 종편은 그 일환으로 <나는 꼼수다> 멤버들에게 출연제안을 하기도 했다.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에게 <나꼼수> 방송에서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린 ‘누님 전문 프로그램’을 맡기겠다는 제안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종편 스스로도 보수적인 색깔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그러나 “조중동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론지배력을 행사해온 것처럼 종편들도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부분을 지능적으로 이용할 것”라며 신문과 종편이 정치적·이념적으로 분리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여 명의 종편 모니터 감시단을 출범시켰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도 종편에 출자한 KT 불매운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종편 반대 운동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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