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파격편집'을 선보인 경향신문이 외부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지난 24일 1면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151명 의원의 얼굴 사진을 싣고 소속 정당과 이름, 지역구를 게재했다. 이날 무료배포된 경향신문 1면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각 지역 가판대에선 동이 났다. 한미FTA 촛불집회 현장 참가자들 상당수는 경향신문을 손에 쥐고 있었다.

'뜨거운 반응'에도 경향신문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경향신문 노조가 29일 발행한 독립실천위원회 보고서에서 많은 조합원들은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 지면이었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기존 저널리즘 원칙에 얽매이는 것은 지나치게 공급자 위주의 생각이라 본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튀는 지면이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것은 공통의견이었다.

한 조합원은 "우리의 지지자들이 보기엔 통쾌한 1면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이번 FTA는 찬성한 151명 의원만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이 찬성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흐름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깊은 데를 조명한 것이 아니라 의원들을 겨냥해서 분조를 자극하고 그들을 단죄하는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데 만족한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분노를 자극해 장사를 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도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좀 선동적인 느낌이었다"며 "이날 냉철한 분석 기사로 승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조합원은 "'퀄리티 페이퍼'를 만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자칫 FTA와 관련해 경향신문이 보도했던 단독 스트레이트 기사들이 이날 1면으로 '덮어놓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신문의 기사'로 싸잡아 매도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자성의 목소리에 반대의견도 제기됐다. 한 조합원은 "독자들은 비공개에 강행처리한 의원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했다. 그걸 알야야 제대로 된 정치적 판단이 가능해진다"며 "그 판단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다. 이것이 선정적이라고 비판하는 논거가 빈약하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역 기자협회 경향지부장은 노조 '지면마당' 게시판에 글을 올려 "분명히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을 했고 지지층에게 호평도 받았지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대근 편집국장은 "이번은 예외적인 지면 제작이었다. 일상적으로는 기본적인 저널리즘 원칙과 객과성, 공정성, 사실중심의 보도와 논평을 해야한다는 입장에변화가 없다"면서도 "다만 어떠한 사안의 경우 예외적으로 전략적 고려를 할 수 있는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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