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무효 집회 나흘째인 25일, 조중동매 등 종합편성채널사와 지상파 3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계속됐다.

이날KBS 취재진들은 ‘한미FTA 비준안 무효 야5당 합동 정당 연설회’가 열린 시청 앞 서울광장에 있던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쫓겨났다.

시민 몇몇은 KBS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삿대질을 하며 “나가라”, “KBS가 왜 여기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KBS 취재진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카메라를 들고 철수했다.

쫓겨난 KBS 카메라기자에게 심정을 묻자 “좋지 않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내 마음이 비슷한데 벽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언론이라면 한쪽에서만 아니라 양쪽에서 욕을 먹을 때 더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시청 앞에 모여 한미FTA 비준안 무효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장에는 매일경제의 보도전문채널인 MBN과 연합뉴스의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 취재진이 있었으며, 조선(TV조선), 중앙(jTBC), 동아(채널A) 등 종편사 카메라들을 보이지 않았다. MBC, SBS 카메라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합동 공동 정당 연설회에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김혜경 진보신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이 시민 500여명과 함께 했다. 

정동영 의원은 “한미FTA 비준안 효력 정지를 위해 특별법 제정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하며 “협정문에 의하면 ‘상대방으로부터 협정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받으면 6개월 뒤에 협정은 자동 종료된다’고 돼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유시민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옳은 일이라면 국민 반대 해도 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FTA가 옳은 일인지 대통령이 어떻게 아나. 누구의 생각이 옳은지 국민들이 결정하지 못했다”며 협정 무효를 요구했다.

이날 시민들은 김선동 의원이 발언할 차례가 되자 연호를 외치며 환영했다. 김 의원은 “서울광장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언제나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야5당 대표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3일 국회 연석회의에서 “어제(22일) 한나라당이 민의를 짓밟고 나치기를 강행한 한미FTA 비준안은 무효임을 확인”했다며 “12월9일 본회의 시기까지 한미FTA 날치기 무효화를 위해 공동으로 연대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시간 반 남짓의 짧은 집회였지만 한미FTA에 대해 왜곡 보도하는 언론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조중동은 집회에 5000명 와도 2500명 왔다고 축소한다”며 “우리 시위대를 얕잡아 보는 조중동은 나가라”고 말했다.

24살의 한 남성은 자신이 양산에서 살았다고 하며 “(거기선) 조중동을 보면서 자라 이런 데 나오는데 거부감이 크다”며 “영남 지역 대학생들, 쫄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 하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33세 남성은 “언론이 메신저 역할을 전혀 안 한다. 전달해야 할 메시지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날치기, 한미FTA 독소조항에 대해서 전혀 다루지 않고 김선동 의원 테러만 부각하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중동문, 연합뉴스까지 문제다. MBC, KBS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들이 사장으로 들어와서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라며 언론사 이름을 언급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26살 동갑내기 정도란(여), 김선영씨(여)는 “불통정부에 나도 참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해서 퇴근길에 들렀다”며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국민들의 FTA 반대 의견을 ‘집단이성의 마비’, ‘몰지성’ 혹은 SNS괴담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50세 남성은 “정부가 모든 것(언로)을 통제하니까 진실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편이 나꼼수 뿐이다. 조중동의 말은 믿지 않는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IT계 회사원인 남성(41)는 “FTA에 반대하고 싶어서 여기 왔다”며 “조중동의 왜곡보도가 한 두 번도 아니어서 기대도 안 한다. 아내가 중앙일보를 신청했는데 내가 바로 그날 해지했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있는 시민들은 인터뷰를 청하는 기자에게 “어디세요”라며 재차 묻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서울광장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됐지만 시민들이 가두행진하지 않고 자진해산하자 별다른 충돌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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