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24일 또 한 번 ‘파격 편집’을 선보였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151명 의원의 소속 정당은 물론, 얼굴 사진과 이름, 지역구를 1면 전면에 늘어놓았다. 창사 65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6일 ‘기자윤리강령’을 1면 전면 광고로 편집했던 것에 이은 ‘파격 2탄’이다. 나름의 의도를 담고 있는 편집이고, 누군가는 여기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들 151명이 아니라 한미 FTA 협정문과 23개의 이행법안, 그리고 그와 함께 개정될 수많은 시행령과 규칙들이 담고 있는 내용이고, 그것이 대다수 시민들에게 미칠 효과다. 더 나아가 한미 FTA를 체결한 참여정부 때부터, 혹은 훨씬 그 이전부터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흐름’이다. 이 문제들을 살피는 일은 151명의 의원들을 성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경향신문의 ‘파격’이 위험한 이유다.

   
▲ 경향신문 24일자 1면.
 

‘살생부 리스트’를 기억해뒀다가 내년 총선에서 그들을 모조리 낙선시킨다고 해소될 분노라면, 애초에 갖지 않는 편이 낫다. 단적으로 151명의 ‘매국노 의원’만 몰아내면 되는 걸까. ‘151명 리스트’가 은폐하는 한미 FTA의 본질을 봐야 한다. 맹목적인 분노와 비난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변화와 행동을 이끄는 일차적 힘은 ‘분노’지만, 냉철한 ‘판단’이 깔려있지 않다면 위험할 수 있다.

151명의 명단은 아마도 한동안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누군가는 노래를 만들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항의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분노를 표출할 지도 모른다. 그들을 조롱하거나 비웃으며 손쉬운 희생양을 찾는 일은 쉽다. 그러나 화살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은 어렵다. 누군가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해 줄 수 없는 것처럼, 151명의 의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무언가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안도감’과 ‘착각’만 남을 뿐이다. 분노가 카타르시스로 끝나버리고 마는 상황을, 특히 ‘진보언론’은 늘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