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유력일간지 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 부산일보 노사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부산일보 사장 임명에 정수장학회의 입김을 최소화하자는데 합의했으나 갑자기 회사가 입장을 바꾸면서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회사는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사장추천위 구성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노조대표인 이호진 위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노조는 회사가 노사합의를 뒤엎은 것은 정수장학회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부산일보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회사는 ‘수용불가’라는 재단 쪽의 입장을 통보했음에도 노조가 불법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 유력기업인의 재산을 강제로 헌납받아 만든 5·16 장학회의 후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 육영수 여사의 ‘수’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가 지난 2004년 정치적 논란이 일자 그 이듬해 물러났다.

그러나 새 이사장에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관을 이사장으로 앉히면서 박 전 대표가 지속적으로 정수장학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지분 100%, MBC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서겠다면 정수장학회를 완전하게 사회에 헌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부산일보지부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과 경영진 임명권 독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유력한 집권 여당의 대선주자가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했다면서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관을 이사장으로 앉히고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박 의원이 평소 그토록 강조하는 신뢰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편집권과 언론독립을 위한 투쟁은 언론노동자의 기본적인 사명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는 일인데 회사가 노사합의를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노조위원장을 징계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진 부산일보지부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지난 2004년처럼 박 전 대표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다면 부산일보는 또 다시 흔들릴 수 있다”면서 “부산일보의 경영권, 인사권을 부산일보 사원들과 부산시민들에게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지지발언에 나선 전종휘 한겨레 지부장은 “이번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 사태를 적극 보도하도록 한겨레 편집국장에게 요구하겠다. 아울러 내년 대선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 정수장학회 관계도 철저히 검증보도 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이날 발표한 <대통령 or 정수재단, 박근혜 씨는 선택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주장하면서 △정수재단 명칭 변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전면 교체 △부산일보 경영진 선임권 민주화 등의 이행을 촉구했다.

부산일보 사측은 17일 징계위를 열어 노조위원장 징계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노조 쪽의 불참으로 일단 징계위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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