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양대 일간지인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정치적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국제신문에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인사가 급작스럽게 부사장에 임명돼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부산일보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주주인 정수장학회와의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던 노조위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여야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중요한 교두보로 부산지역을 꼽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일간지 두 곳에서 친이·친박 관련 내홍이 벌어져 사태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제신문지부에 따르면 한국국제대 대외부총장인 차아무개씨가 지난 3일 부사장에 임명됐다. 회사는 차씨를 부사장에 임명하면서 “종합편성채널 출범 등에 대비해 신문사의 영업력을 높이고 울산, 경남지역으로의 사세확장을 위해 언론은 물론 지역 상공계에 네트워크가 풍부한 외부인사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국제신문 노조와 직원들은 이전 직장에서 차 부사장의 경영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자질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그가 이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우려하고 있다.

강필희 노조위원장은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언론사에 현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임원으로 부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차씨가 청와대를 빙자했든, 실제 청와대와 관련이 있든, 언론사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정치권과 닿아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부사장이 신문의 편집권과 인사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 자체를 수용할 수 없으며, 인사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상경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신문 권영칠 총무국장은 “인사권은 경영진에 있다는 게 회사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인수위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한편, 부산일보에서는 노조위원장을 해임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부산일보 사측이 이호진 노조위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17일 열릴 예정이다. 회사 쪽에서는 벌써부터 ‘징계 수위가 높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해고나 면직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회사가 노조위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배경에 대해 노조 측은 지난 10월 사원들을 대상으로 부산일보의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에서 독립하기 위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강행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초 ‘경영진 임명권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와 현 경영진이 차기 사장선임시 사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적극 협의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가 이뤄졌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관계자는 “경영진이 최근 재단 쪽이 수용하지 않는다면서 노조에 더이상 제도개선(사장추천위원회)을 요구하지 말라고 했고, 노조가 이를 무시하고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징계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대선출마를 앞둔 상황에서 시끄러운 얘기가 나올 수 있는 불씨를 사전에 끄라는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일보 조선 총무국장은 “회사의 중단요구에도 노조가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불법노조 활동”이라며 “재단쪽에서 사추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에 회사로써도 노조 요구를 수용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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