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먼저 처리해 주면 미국에 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파격적 제안”이라고 환영했고, 민주당과 야당들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신문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대다수의 신문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고,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반응을 나란히 제목으로 뽑았다.

내년부터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고용 현황을 공개하는 ‘비정규직 공시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마쳤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 등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16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목록이다.

경향신문 <“FTA 처리해주면 투자자소송 재협상”>
국민일보 <“국회서 한·미 FTA 통과시키면 3개월내 오바마에 재협상 요구”>
동아일보
서울신문 <“발효후 석달내 美에 ISD 재협상 요구”>
세계일보 <“한미 FTA 비준땐 ISD 재협상”>
조선일보 <“주권국 대통령의 자존심 걸겠다”>
중앙일보 <“FTA 처리땐 ISD 재협상”>
한겨레 <이 대통령 “FTA 비준되면 ISD 재협상”>
한국일보

MB의 “파격제안?” “꼼수?”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오후 국회를 전격 방문해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를 만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협조를 부탁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이 뭐라고 하면 내가 책임지고 미국을 설득하겠다”며 국회에 선(先) 비준동의안 처리 후(後)재협상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그 의지를 양당 대표에게 보여주러 왔다”면서 “왜 야당은 오바마 대통령만 믿느냐,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오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이 응하게 돼 있는데 우리가 (재협상 요구를) 하려 하니 미국에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 한국일보 16일자 1면.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ISD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파격적 제안을 했다”고 평가했고, 황우여 원내대표도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약속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여야 지도부와 이런 방식으로 구체적 문제를 논의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소한 ISD는 폐기되어야 한다는게 당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고,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의 제안은) 미흡하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발효시켜놓고 책임은 다음 정권이 지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야권연대 파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문들의 시각도 크게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주권국 대통령의 자존심 걸겠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집으로 보인다. 조선은 “이 대통령이 비준안 처리를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설에서는 “여야는 일본이 TPP를 서두르는 모습을 건너다보면서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결단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며 비준동의안 처리를 여야에 촉구했다.

   
▲ 조선일보 16일자 1면.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깜짝 제안’을 내놓았다며 ‘공은 민주당에게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 대통령의 승부수는 여야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정치의 실종’이란 파국의 장본인이 돼야한다. 한나라당은 강행 처리냐, 아니면 무기력한 집권당으로 기록되느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고 몰아 세웠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직구 승부수’를 던진 만큼, 여야 모두 이를 거절한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또 <한미 FTA 비준동의안, 이젠 표결하라>는 사설에서 “비준안의 합의 처리가 최선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합의가 불가능 하다면 의회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차선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며 여당의 ‘날치기 처리’를 우회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어제 대통령의 제안은 내용만으로 보자면 이미 지난달 말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와 합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반대하고 나섰지만 당내 협상파가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16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16일자 사설.
 

반면 한겨레는 3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내용을 검토해보면, ‘3개월 이내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관한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15일 발언이 기존 정부의 입장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을 원론적으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향신문도 2면에서 “내용적으로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이 대통령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야당의 문제제기를 수용하는 듯한 효과를 노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은 <이 대통령의 ISD 재협상론 실망스럽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은 대통령의 직접 언급이라는 점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문들의 시각은 엇갈렸지만, 대체로 ‘이 대통령이 밝힌 의지만 가지고는 쉽지 않다’는 평가였다.

동아는 1면에서 “한미 FTA 협정문 22조 3항과 4항에 따르면 협정이 발효된 이후 얼마든지 협정의 개정을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ISD 조항 자체가 폐기될지는 미지수”라며 “이 때문에 통상 전문가들은 야당 측이 원하는 ISD 조항 폐기보다는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미국) 의회가 반대한다면 미국 행정부가 재협상에 적극 나서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경향은 “재협상을 통해 야당의 우려가 해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미국이 재협상에 호응하고 폐기를 합의할지도 미지수”라며 “결국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다했다’는 여론을 환기시키고 여당의 강행처리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깎아 내렸다.

   
▲ 한겨레 16일자 사설.
 

한겨레도 3면에서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해도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 협정이 개정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행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 폐기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아닌데다, 미국 행정부가 그랬다고 하더라도 통상협상 권한을 미국 의회가 쥐고 있어 협정을 개정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또 한겨레는 “우리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의 폐기에 공감하지 않는 것도 ‘재협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의지도 없으면서 야당의 요구에 못 이겨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서울신문은 “문제는 앞으로 한국이 제기하는 재협상 요구의 폭과 범위”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부 수정의 경우 쉽게 풀어갈 수 있지만, “야당의 요구대로 ISD를 협정문에서 아예 삭제하려면 협정 원문을 수정해야 한다”며 “이는 미 의회의 비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재협상 추진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4면에서 미국이 논의에 응하더라도 “ISD 문제조항의 삭제와 같은 논란이 될 내용의 개정 약속보다는 적극적으로 ISD 개정협상에 응하겠다는 정도의 립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 연초부터 대선 정국이 본격 시작하는 것도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 대응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온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선일보는 4면에서 “두 정상 간 인간적 신뢰 관계는 생각 이상으로 돈독하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언급한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국민일보는 4면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재협상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당한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3면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는 나올 수 없다”는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신문에 “양국 정상 사이에 깊은 교감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공시제’ 시행될 듯

국민일보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정부가 솔선수범 한다는 의미에서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고용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발표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비정규직 공시제를 포함시켜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으며, 이를 토대로 비정규직 공시제의 대상 기관, 공개 범위, 공개 방법 등을 확정해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공시제가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작되지만 결국 민간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국민일보 16일자 1면.
 

한편 국민일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300인 이상을 고용한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 20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5곳(36.4%)에서 비정규직인 사내하청을 쓰고 있었으며 하청노동자 숫자가 전체 노동자의 26.8%나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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