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박근혜, 박근혜와 안철수 - 이 두 사람은 내년 대선과 관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한미 FTA 국회비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야 내부의 진통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강행 등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관심 다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의 차세대 리더십과 관련해 비교가 될 만한 사례가 동시에 발생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37.1%)의 절반인 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안 원장은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돼야한다는 믿음을 실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는데 정치권과 언론은 대권 유력주자의 정치권 진출 신호탄이라는 꼬리표를 일제히 달았다. 그러나 안 교수의 행동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 99%의 1%에 대한 분노 캠페인’이 주장하는 취지에 매우 가깝다는 평가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치판의 세속적 가치관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고정관념의 결과로 보인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안철수 교수.
@CBS노컷뉴스
 
안 교수가 얼마 전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흔쾌히 양보한 것은, 이익 추구를 위해 온갖 술수를 다 부리면서 수치를 모르는 기성 정치권의 모습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박 시장은 당선이후 서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않는 신선한 정치의 모범을 보이고 있어 안 교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 사회 환원 발표가 나왔다. 여야가 두어 달 전 태풍처럼 닥친 안 교수 충격 여파로 혁신과 통합 등의 주제 속에서 제 각각의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 나온 안 교수의 파격은 기성 정치권의 쇄신을 더욱 부채질할 불쏘시개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같은 날 여권 내에서 일고 있는 쇄신 갈등과 관련해 "친박 분당설, 전혀 사실 아니다. 국민의 어려움 해결 외에는 다른 생각 없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서 열린 높이 5m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대한 사상과 철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역량 있는 신예작가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제12회 대한민국 정수(正修)대전 시상식’에 참석했다.

박 대표가 ‘분당설’을 부인 한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남북관계 악화를 초래한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한나라당을 계속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대권 등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끝없는 애정(?)의 표시다. 박 전 대표가 아버지 박정희 챙기기에서 완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기승을 부리는 ‘친일과 독재 세탁 작업’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새 역사교과서 집필에서 이승만 독재, 5.16 군사쿠데타,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화 항쟁 등이 전부 삭제됐다. 이에 대한 분노가 각계로 급속 확산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공과 가운데 ‘과’부분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차세대 리더의 철학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의 집권 기간 동안 고도 경제성장이 달성되었고 박정희가 부패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차 대전이후 독립한 신생 국가 가운데 한국이 경제 발전에서 최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박 전 대통령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가 일본군대 장교로 복무한 사실과 그의 장기 독재정치가 빚은 잔혹성, 특히 그의 통치 기간 동안 자행된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지적한다. 영장 없는 불법 체포, 안보를 이유로 한 고문, 사법 살인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사실을 규탄한다.

언론과 관련해서 박 전 대통령이 부산 MBC, 부산일보 등 언론사를 불법으로 빼앗아 만든 정수장학회의 실질적인 소유권이 박 전 대표 등에게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풀어야 할 큰 숙제의 하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 2007년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개인 사업가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부정축재 재산이기 때문에 원소유주에게 돌려주라고 권고했으나, 박 전 대표 등은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향후 안 교수와 박 전대표가 어떤 행보를 취하면서 유권자들의 충실한 머슴 노릇을 하겠다고 어떻게 행동할지 속단키 어렵다.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진정한 민주주의, 성장과 복지 정책 추진 및 남북한의 경제 공동체 확립 및 한반도 평화통일과 같은 민족 최대의 과제를 풀어야 할 리더를 뽑아야 한다. 안 교수가 그런 정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시스템에 대한 경험 축적, 특히 자신이 아직 언급치 않은 남북문제 등에 대한 정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역사 바로 세우기가 진정한 미래 구상의 첫 걸음이 된다는 점에서 자신의 부친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태도 표명을 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과의 소통, 21세기형 협치로 가려면 정치적 리더는 그에 걸맞는 철학과 방법론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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