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할이 과연 무엇일까? 언론은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취재경로를 통한 심도있는 취재와 분석으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사회적 사건과 이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아울러 언론은 정부와 경찰, 검찰, 사법부 등 공공단체와 시민단체 등 우리 사회의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권력기관들이 비리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 수행을 임무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언론기관은 공공기관이나 회사의 홍보부서와는 그 역할과 활동 내용이 확연히 구분된다.

그런데, 최근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이하 MBC)의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보도행태를 보면 MBC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과 사명조차 잊은 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홍보매체로 전락해 공영방송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먼저 필자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제주도의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이번 선정이 제주도의 관광산업 육성과 지역경제의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러한 개인적인 바람과는 별도로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보도에서 보여준 공영방송 MBC의 보도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MBC 뉴스데스크 11월12일자 보도.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보도에서 MBC는 제주도와 정부의 홍보기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철저히 홍보성 기사를 쏟아냈다. 선정 투표 종료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홍보에 열을 올리더니, 3~4일전부터는 MBC 바탕화면에 자막으로 D-3, D-2, D-1일 등을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등 마치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영 방송국으로 착각할 정도로 철저히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홍보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마침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12일에는 이 소식을 MBC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톱 뉴스로 전했다. 이번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1조2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관광객의 증가로 지역경제의 성장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희망의 뉴스를 보도했다.

과연 MBC가 예측한대로 제주도의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1조2천억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이 수치는 공신력 있는 경제 분석 기관의 분석 없이 제주도에서 직접 운영하는 연구기관인 ‘제주발전연구원’의 분석만을 근거로 하여 산출된 금액으로 그 수치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는 누구나 중복해서 무제한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유네스코(UNESCO)와 <뉴욕타임스> 등 국제 사회로부터 비과학적인 선정방식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투표를 통해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장소들이 과연 국제사회 전체의 의사를 통해 선정된 장소들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많다.

이와함께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조사를 주관해 실시한 기관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뉴세븐원더스(New 7 Wonders of the World)’라는 단체는 지난 2000년 6월 스위스 중부에 있는 인구 14만4천의 슈비츠(Schwyz)주에서 버나그 웨버(Bernard Weber)라는 사람이 만든 민간단체로 국제기구나 스위스 정부로부터 이번 조사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인증도 받지 않은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단체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되는 <템포(Tempo)>라는 종합매거진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주관한 ‘뉴세븐원더스’라는 단체는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후 2003년에 스위스 슈비츠주 법원에 의해 파산선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 선고 후 2004년 4월 ‘뉴세븐원더스’는 슈비츠주에서 장소를 취리히로 옮겨 취리히 주정부에 민간단체로 새롭게 등록를 해 오늘날까지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템포는 ‘뉴세븐원더스’와 관련된 기사의 말미에 스위스에 주재하는 인도네시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뉴세븐원더스’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같은 타이틀을 수여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단체라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11월12일자 보도.
 
이처럼 이번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심층적이고 과학적인 취재와 조사 없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인용해 보도한 MBC의 보도태도는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마저 망각한 홍보방송에 불과했다. 더욱이 상업방송도 아닌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업무에 대해 철저한 조사없이 홍보성 보도를 한 것은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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