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한미FTA 1년 늦게 해도 아무 문제없다"
"한미FTA 1년 늦게 해도 아무 문제없다"
[인터뷰]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문제는 ISD가 아니라 FTA 그 자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선지 열흘 가까이 흐르면서 민주당이 ‘절충안’을 내세워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핵심 논란으로 떠오른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유지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 미국과 따로 협의하자는 내용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협정 발효 후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미국 측의 약속을 받아오면 물리적으로 비준안 처리를 저지 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일 아침 신문에서 이들을 ‘민주당 FTA 합리파(派)’라고 평가했으나, 경향신문은 ‘민주 보수파의 FTA 반란’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원장은 “문제는 ISD가 아니라 한미 FTA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한미 FTA를 처음 추진했던 참여정부에 몸을 담았던 정 원장은 2005년 청와대를 나온 이후부터 줄곧 공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을 비판해왔다.

정 원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에서 한미 FTA를 통과시키고 싶은 몇몇 분들이 ISD 폐기를 앞에 내세우고 있다고 본다”면서 “민주당 의원 45명이 (절충안에) 서명하고 그런 식으로 가게 되면 야권연대는 없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실상 대부분의 친노진영도 한미 FTA 반대로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향후 야권 통합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열쇠를 거머쥐게 될 친노진영과 민주당의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 있는 연구소 앞마당에서 만난 정 원장은 정부의 ‘장밋빛 FTA’ 전망은 별다른 근거가 없다고 열변을 토해 냈다. 또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있을 때, 옆에서 지켜본 한미 FTA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담담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눈은 매섭고,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눈가의 주름과 흰머리, 그가 입고 있던 아이보리색 재킷은 스산한 가을 날씨와 묘하게 어울렸다. 어쩌면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가, 이미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는 지도 몰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9일 오후 방배동 남태령전원마을에 위치한 연구소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요즘 많이 바쁘겠다.

“지금 방송 하나 하고 왔는데, 저녁에 강의 하나 하고 또 방송하러 가야된다. 오늘은 범국본에서 ‘괴담에 대해서 진실을 알아보자’, 이런 행사가 있어서 저녁에 나가봐야 한다.”

-2006년 한미 FTA 협상 추진 당시부터 지금까지 FTA 강연회를 여러 번 한 걸로 아는데, 몇 번 정도 했나.

“FTA와 관련해서는 한 600회 정도 했던 것 같다. 그 다음에 세계경제위기에 대해서 200회 정도 강연을 다녔다. 최근에는 ‘사회경제론’이라고 해서, 그 강연도 200회 정도 했다.”

-한미 FTA 협상 초기부터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왔던 ‘한미 FTA 반대 전도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06년인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처벌하는 마음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떤가.

“내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때 그 얘기를 했던 거다. 물론 내가 있는 동안에 만들어진 정책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참여정부의 책임이 없는 게 아니라고 본다. 지금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부분 한미 FTA 반대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책임을 져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 원장은 당시 “짧은 시간 안에 강박 속에서 협상을 서두르다 보면 불리한 협상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정부는 ‘이제 충분히 토론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당시) 급하게 한 건 사실이다. 원래 청와대의 목표가 2006년 말까지 다 끝내려고 했었던 거니까. 실제로 협상은 2005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년 2개월 만에 끝냈다. 다만 미국이 비준하지 않아서 여태까지 미뤄졌던 거다. 미국입장에서는 의원들의 요구를 다 반영하는 재협상을 하려고 했던 것이고, 원안 협정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했던 것은 사실이다. 번역 오류가 아직도 발견되고 그 오류들이 제대로 다 고쳤는지 안 고쳤는지도 다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니까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 역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을게 틀림없다.

사실은 (토론을) 제대로 하려면 협정문의 각 부분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짧은 시간에 모두 다 해야 하니까 쟁점이 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토론을 했다. 어떻게 보면 찬반의 논리가 그대로 계속 반복돼 왔다고 볼 수도 있다. 한미 FTA는 굉장히 큰 정책이고 또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토론은)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맺은 다른 FTA, 이미 발효된 다른 FTA를 보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 중에서 가장 (경과 기간이) 긴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를 봐야 한다. 물론 멕시코나 캐나다와 우리나라가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법조문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협정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또 정부가 약속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는지(는 분명히 드러난다). 한-호주 FTA는 지금 발효된 지 5년 밖에 안됐으니까 (비교하기에는) 너무 짧다. 나프타로 볼 때, 정부의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 정태인 새사연 원장, 전 청와대국민경제비서관. 
이치열 기자 truth710@
 

-FTA가 일단 워낙 크고 복잡하니까,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한미 FTA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일단 정부가 티비광고를 통해 많이 홍보한 건 FTA를 하면 수출이 증가해서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거였다. 그걸 CG모델로 돌려서 성장률이 5.66% 높아진다고 주장 했다. 그런데 CG모델에 생산성이 1% 또는 1.2% 높아진다는 가정을 넣었을 때만 그렇게 5.66%가 나오지, 원래 모델로 하면 0.2% 정도 나온다. 자본축적모델이라고 자본이 축적되는 것을 가정해서 계산하면 2.33% 나온다. 말하자면 정부가 홍보용으로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는 가정을 집어넣어서 (효과를) 뻥튀기 했다는 얘기다.

또 역사적 사실로 보면, 멕시코나 캐나다도 지금 나프타를 맺은 지 17년이 됐으니까 충분히 생산성도 향상되고 투자도 늘어나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진 게 보여야 하는데, 실제로 캐나다와 멕시코의 1인당 GDP 성장률은 발효 이후 연평균 1%가 안 된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하나 정부가 목표로 했던 것은 미국식으로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이 제조업에서 빠르게 추격하니까 우리는 서비스 쪽을 발전시켜야 하고,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있으니까 그걸 한미 FTA로 한꺼번에 풀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미국식 시스템이 붕괴한 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나타났다. 이 것 역시 (정부 주장이 틀렸다는 게)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에는 미국식 시스템에 대해서 공방이 오갈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미국식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되고 또 장기 침체로 접어들 것이기 때문에 이 미국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에 대해서는 답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또 미국 유럽 모두 앞으로 장기침체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무역수지 흑자는 줄어들 거다. 심지어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EU는 이미 석 달 동안 무역수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도 침체로 가면서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한국의 대미수출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현재 미국이 딱히 쓸 경제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재정정책은 예산 때문에 안 되고, 금융정책은 이미 금리가 제로이기 때문에 더는 사용할 수가 없다. 미국이 살아남을 길은 수출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편으로는 환율법 같은 보호주의 법률을 통과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출 촉진에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동아시아에 대해서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쓸 것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게 될 게 명확하다. 이렇게 제조업에서의 수출도 늘어날 게 없고, 무역수지도 나빠질 것이고,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도 미국식이라는 게 파산 상태라는 점을 모아보면 (한미 FTA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ISD만 빼면 비준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인데, ISD만 빼면 정말 문제가 해결 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한미 FTA는 미국식으로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다 바꾸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발표한 것만 해도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에 관한 법률 23가지를 바꿔야 한다. ISD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국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미국식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 ISD는 한국의 공공정책이 강화되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이미 미국식으로 다 바꾸고 그것을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게 하는 것은 ISD가 아니라 한미 FTA 그 자체다. 민주당 내에서 한미 FTA를 통과시키고 싶은 몇몇 사람들이 ISD 폐기를 앞에 내세우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ISD로 국가 공공정책의 자율권이 훼손된다는 건 오해라고 주장한다. 현재/미래 유보 등을 통해 공공정책의 자율성을 충분히 확보했으며, 정부가 ISD로 피소당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고도 한다.

“예외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공복리라든지 몇 가지 예외조항이 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존의 FTA나 BIT에도 그런 예외조항은 다 들어가 있다. 나프타의 경우에도 당연히 다 들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ISD는 성립이 된다. 협정문을 어겼느냐 어기지 않았느냐 여부는 3명의 투자중재부가 판결을 내리게 된다. 정부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만일 투자자가 ISD를 제기하면 무조건 응해야 한다. 협정(의 예외조항 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되어 있으면 걸릴 확률이 조금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ISD가 존재하는 한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이걸 이용할 수 있게 돼있다.

또 하나는 정부가 우리나라는 한 번도 ISD 피소 대상이 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두 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북한에 핵무기 터진 적이 없으니까 안전한 거냐. 또 하나는 ISD가 가진 위축효과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중소상인 보호 때문에 유통법이나 상생법을 논의했을 때 통상교섭본부장이 이건 한EU FTA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 자체가 정책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당시에는 중소상인 보호라는 것에 여야가 동의했기 때문에 통과를 시켰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통상교섭본부에서 한EU FTA나 한미 FTA 위반이라고 하면 그런 정책을 못 만들게 될 것이다. 아예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수립 또는 추진)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ISD는 발동이 안 되더라도 존재하는 자체로 공공정책의 강화를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 11월 9일 저녁, 국회 앞에서 한미 FTA 반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미 FTA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산업, 특히 서비스 산업 생산성 제고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인데.

“자동차 부품은 분명히 조금 늘어날 거다. 자동차부품 관세가 2%에서 2.5% 정도 붙어 있었는데 일단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을 많이 하니까 부품 수출은 증가하겠지만 섬유 산업이라든지 중소기업이 많은 다른 산업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낮다. 일례로 섬유산업의 경우, 일단은 원산지 기준이라는 게 걸려있다. 한국에서 실을 만든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산으로 인정을 못 받게 됐는데, 우리 의류산업에서 한국산 실은 없다. 또 미국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중국산과 동남아산이다. 한국산 관세를 떨어뜨린다고 해서 특별히 가격경쟁력을 갖기는 힘들다.”

-정부여당은 농수축산업에 대해 피해 보전 대책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도 협상 과정에서 농림수산식품위를 중심으로 이런 문제들을 집중 제기해서 상당 부분 정부여당의 양보를 이끌어 낸 것처럼 보이는데.

“농민들의 반대가 있고, 통과시켜주고 싶은 민주당 쪽에서도 농업 쪽에서 돈이나 많이 뜯어내자, 이런 목적을 세웠기 때문에 대책이 좀 늘긴 늘었다. 그런데 계속 참여정부나 지금 이명박 정부나 똑같은데, 대책이라고 발표한 게 옛날에 국민의정부때 우루과이 라운드나 기타 농업 개방 대책으로 만들어 놓은 11조원을 계속 포함시켜서 조금씩 추가하는 상태다. 한 번 농업 기반이 궤멸되면 다시 만들어내기 어렵다. 여전히 정부 정책은 기계농 화학농 대농 중심인데, 이 세 가지로는 미국이나 EU하고 경쟁이 불가능하다. 돈을 지금 주는 것은 농민들의 소득에는 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농업에는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이제 식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데 그에 대비한 농업의 확충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정부여당은 '미국 의회가 이행법안에 서명하면서 비준 절차를 끝냈기 때문에 더 늦어서는 안 된다, 내년 1월 1일 발효되도록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건 구두약속일 뿐이다. 국민이 언제 그렇게 약속하라고 한 적도 없고. 협정이 언제 발효되든 무슨 상관이겠나. 협정문에 언제까지 발효를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는 거다.”

-옛날 얘기로 돌아가 보자. 2006년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한미 FTA와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는 참여정부의 동반성장 전략이 구체화된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텐데, 어떻게 봐야 하나.

“당시에 2004년에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나랑 이정우 선생님도 보고서를 썼었다. 당시 양극화가 큰 문제였는데, 2005년 가을에 (양극화 정책과) 동시에 한미 FTA를 추진하는 걸로 청와대에서 결정이 됐다.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대립적인 정책이다. 한 편으로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건데. 그걸 유일하게 연결시켜 주는 게 수출과 투자가 늘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서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그런데 그 전제가 틀렸다. 전체적으로 사회경제 구조는 양극화로 나가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복지나 다른 정책으로 그걸 막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것의 실제 예는 지니계수로 측정한 소득불평등 수준이다. OECD 국가들 중 멕시코가 부동의 1위고 미국이 4위 12위가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아메리카의 복지국가’였는데 나프타 17년 동안 한국보다 지니계수가 나쁜 나라가 됐다. 캐나다 학자들이 ‘미국식 FTA는 초헌법의 역할을 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미국식 법과 제도를 도입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양극화가 심해지는 결과를 낳는 거다.

다시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두 개를 다 중요시 여겼으니까 단순히 두 개를 엮은 것에 불과했다. 재밌는 건, 당시에 청와대에 양극화 문제와 한미 FTA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었다. 각자 연구를 해서 대통령께 보고서를 올렸는데, 끊임없이 양 쪽에서 서로 상반되는 얘기가 올라오다가 결국에는 양극화가 2006년 여름을 넘어가면서 없어져 버린다. 그게 상징적이었다. 양극화와 한미 FTA 정책이 동시에 올라갔었는데 양극화를 없애버린 것이다. 두 개가 모순되는 얘기가 계속 나왔었다.”

-90년대 초반 지역주의 형태의 세계화를 구상했고, 그게 노 대통령의 ‘동북아중심 구상’과 유사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구상이 결국은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 방침으로 이어졌다고 보이는데, 지금도 논란이 되는 게 사실이다.

“동북아시대위원회 비서관으로 들어가서 실제로 동북아위원회에서 나온 보고서들은 ‘동북아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동북아 평화 공동체, 동북아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였고, EU가 모델이었다. 근데 내가 당시 방송을 하고 있어서 (민주당) 후보 경선 때까지 관여하다가 (대선 마지막에 다시 합류하기 전까지는) 빠졌었다. 그 사이에 월드컵이 있었고 ‘포스트 월드컵 대책’이라는 게 나왔다.

당시 재경부는 금융허브 물류허브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걸 (동북아공동체론이랑) 엮어놓은 거다. 나중에 인수위에 들어가 보니까 동북아 금융허브 물류허브를 엮어서 짬뽕을 해놨더라. 결국은 노 대통령이 그 중에서 기획재정부 쪽 사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핵심적 사고는 제조업은 곧 중국이 쫓아오니까 우리는 금융허브로 가야된다는 거였다. 한미 FTA는 그런 맥락에서 추진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그 쪽의 손을 들어준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동북아 구상하고 한미 FTA는 대단히 모순적이다.

언제나 정부 정책은 이론적으로 순수한 어떤 것이 되기 힘들다. 늘 (관료들과) 안쪽의 이견을 섞어서 타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굉장히 큰 기조를 섞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모순적이었다. 양극화와 한미 FTA, 한미 FTA와 동북아구상, 이게 전부 다 모순적인 것들이다.”

   
▲ 2008년 1월 22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유시민 전 장관이나 정동영 전 장관 등도 한미 FTA 반대로 돌아섰다.

“정동영 (전) 장관은 금융위기때 미국에 있었다고 하고 그 때 생각을 바꿨다고 명시적으로 얘기를 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최근까지 부정하다가 첫째, 이명박의 FTA와 노무현의 FTA는 다르기 때문에 반대한다, 둘째 세계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원안도 반대한다고 했고, 세 번째는 미국식 서비스 시스템이 한국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원안도 폐기한다, 이렇게 밝혔으니까. 완전히 돌아섰고. 어제 노무현재단에서 모임이 있어서 갔는데 노무현재단의 공식 입장도 한미 FTA 폐기로 정리가 됐다. 물론 그 계기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나란히 출연시켜) 논란이 됐던 광고였는데. 이번 기회에 털고 가자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친노진영은 전부다 한미 FTA 폐기로 정리 됐다고 보면 된다.”

-보수 언론과 정부여당에서는 참여정부에서 체결해놓고 왜 이제 와서 반대하느냐는 비판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 명확히 답변할 필요가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끝장토론에서 그 얘기를 계속 강조했다. 세계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미국식 시스템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진보진영에서 했지만, 그렇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면 과거에 했던 정책을 다시 봐야 하는 게 정상이다. ‘낫 놓고 기역자 모른다’고 할 때 낫이 지금 나온 셈이다. 당연히 자기 정책 기조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민주당한테 어울리지 않는 정책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니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한 편이었지 않나.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봐야 한다.”

-‘끝장토론’이 비준절차를 위한 요식행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직접 나가보니 어땠나.

“우리로서는 하루 버는 게 목적이었다. 그 때는 (비준안이) 외통위를 언제 통과하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에 4일을 끌어서 그 자체로 일단 성공이었고. 또 끝장토론에 나온 얘기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사람들이 FTA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상당한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토론은 물론 평행선을 달렸다. (찬성 측에서는) 본인들이 과거에 했던 얘기들을 다시 반복했고, 특별히 새롭게 나온 쟁점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협정문이 나온 지 오래됐고, 특히 송기호 변호사 같은 분들은 협정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들여다봤기 때문에……. 하나하나 예전에는 ISD 자체만을 가지고 얘기했다면, (끝장토론을 통해서) 협정문의 어떤 조항 하나하나 때문에 ISD가 문제다, 라는 것까지는 밝혀 졌다.

또 김종훈 본부장이 몇 개를 인정했다. 무상급식이 한미 FTA에 걸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건 사실은 예전에 했던 얘기랑은 반대다. 우리 농산물 무상급식은 사실 내국민대우 위반이기 때문에 미국 농업회사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부분이다. 유통법이나 상생법에 대해 했던 것과 똑같이 통상교섭본부는 그런 의견(반대 의견)을 냈었다. 이제 와서 그 부분은 안 걸린다고 했는데, 사실은 문제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안 걸린다고 했으니까 조례를 만들 수는 있게 된 것이다. 아까 말한 위축효과라는게 바로 그런 것을 말한다. 통상교섭본부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협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으면 반대 의견을 내게 돼 있는 건데, 토론에서 안 걸린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성과라면 성과다.

사람들이 ‘정말로 이게 걸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된 것, ISD에 집중하게 된 것도 어쩌면 토론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토론에서 ISD만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ISD를 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왜 이 협정이 문제가 되는지 알게 된다. 국가의 공공영역을 사적 판단에 맡겨버리게 된 것이다.”

-한미 FTA가 야권 연대/통합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민노당/범국본 등 반대 의견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어서 위태롭게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사실은 (민주당이 애초 제안한) 10+2면 폐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이 그 정도까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민주당이 빨리 찬성에서 반대로 간 논리를 정확히 밝히는 게 좋겠다. 나는 정동영 의원이나 유시민 대표의 논리로 충분히 반대로 입장을 바꾸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한미 FTA 문제는 야권연대에 문제가 된다. 진보가 가진 표가 얼마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없으면 당선이 안 된다는 것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범국본에서는 실제로 '(언론 보도대로) 민주당 의원 45명이 (절충안에) 서명하고 그런 식으로 가게 되면 야권연대는 없다'는 얘기를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보고 있다.”

-민주당이 한미 FTA나 한EU FTA와 관련해서 입장을 바꾼 게 처음은 아닌 것 같다.

“민주당은 ‘어차피 저 사람들은 끌려올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한미 FTA는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그 국면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것 때문에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은 전부다 자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한미 FTA를 더 올려놓으면 진짜로 떨어지게 될 것이고, 경상도의 한나라당 의원들도 위협한다. 농촌에서는 절대 반대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준동의안 처리가) 금년을 넘길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본다.”

   
▲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촛불집회. ⓒ허완 기자
 

-언론들이 FTA 보도를 잘 하고 있다고 보나.

“잘 못하고 있다. 적어도 체결 이전에는 KBS나 MBC에서 반대하는 쪽의 목소리를 담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 졌다. 가령 이강택 피디(현 언론노조 위원장)가 나프타 12년, 광우병 등의 문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MBC PD수첩도 광우병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안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언론이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방송은 확실히 장악된 것 같다. KBS와 MBC는 확실히 순치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한미 FTA는 굉장히 큰 정책이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책이다 장하준 교수가 ‘이혼을 못하는 결혼’이라고 했는데 적절한 표현이다. 사실은 한미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한미 FTA를 지금 비준하면 안 된다. 한미 FTA가 발효되고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 사실상 폐기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사실 폐기 절차는 간단하다. 6개월 전에 통보하고 협의를 거치면 자동 폐기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한미 관계는 사실상 끊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데 한미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중국의 위협에 노골적으로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한미 FTA는 지금 비준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천 보 만 보 양보해서 1년간 지켜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정말 무역흑자가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한EU FTA를 지켜보자는 얘기다. 또 하나는 서비스 강국에 대한 얘긴데. 미국이 지금 일시적인 위기인지 아니면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서 위기를 맞은 건지 1년간 지켜보자. 미국이 완전히 살아나면, 또 한EU에서 무역흑자가 늘어나면 그 때가서 비준을 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장하준 교수는 2~30년 늦게 해도 아무 상관없다고 하는데, 1년 늦게 해도 아무 문제없다고 본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내년 총선에 투표용지 하나 더 넣어서 국민투표 하자는 걸로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고 대선에서 결정하는 게 어떨까 싶다.”

   
▲ 정태인 새사연 원장,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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