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인터넷 서비스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반발이 커지자 법안을 일부 수정해 재발의하기로 결정했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한 규제는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상정 자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8일 통신사가 이용자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장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권경석 권영세 박대해 박민식 안효대 유정현 정갑윤 최경희 최구식 의원과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참여했다. 
 
개정안에는 전기통신사업법 40조2제3항에 “인터넷 접속역무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터넷 접속역무의 제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경우’는 “불법적인 통신”, “이용자의 요청”, “통신망의 보안과 혼잡해소” 등으로 규정됐다.

개정안에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인터넷접속 역무를 제한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40조2제4항에 포함됐다.

   
▲ 딴지라디오 '각하헌정방송' 나는꼼수다.
 
이 같은 내용은 통신사가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라는 명목으로 이용자의 SNS 등 인터넷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SNS 규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인터넷 접속 역무의 제한에 SNS도 포함될 수 있는 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질서 위반과 불법·유해 음란물이라는 이유 등으로 ‘무더기’로 인터넷 게시물이 삭제 결정하고 트위터 계정까지 차단 결정하는 현실에서 ‘불법 통신’이라는 모호한 잣대를 들어 법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점, 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로부터 이통사가 자유롭지 못한 현실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9일 오후 경향 신문 보도<정부·여당, 스마트폰 통한 SNS접속 원천차단 추진>으로 이 소식이 처음으로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선거기간 진보적 인사의 트위터 계정을 트집 잡아서 법적으로 정당하게 언제든지 찍어낼수 있는 법안”(@dolftomato), “정말 시대를 역행하는 그 생각”(@shirinpark), "'SNS강제법'도 무산되면 이제 한나라당의 트위터 대응 전략중 남은 수단은 단전 뿐"(@sarabolle) 등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또 법안에 참여한 의원들의 실명과 지역구, 과거 행적도 공개돼 수차례 리트윗(RT) 되고 있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지난 달 31일 오전 7시께 트위터에 “나꼼수를 들어 봤다. 저질방송의 극치”라고 밝혀, 여론 규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방통심의위의 SNS 심의 전담팀 예산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날에 해당 법안이 발의된 것도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은 통신사가 모바일 무료 인터넷 서비스에 과금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애초 취지라며 SNS 규제 의혹을 일축했다.

   
▲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 트위터.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후 통화에서 “대기업이나 통신사쪽의 횡포를 제한하는 차원에서 발의한 것인데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실측은 장 의원의 트위터에 “KT와 SKT와 같은 이동통신 사업자(기간통신망제공자)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에 망사용을 이유로 별도의 과금을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현재 논란이 되는 조항 이외에도 기간통신사업자의 준수사항(40조의2제1항)으로 △콘텐츠나 서비스의 우선적인 조건을 이유로 대가 요구 금지 △특정한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부당 차별 금지 △합법적 콘텐츠 및 서비스에 접속 차단 금지, 대가 청구 금지 등이 규정돼 있다.

장제원 의원은 “절대로 트위터에서 자유로운 여론 소통의 공간을 제어하기 위한 생각은 없다”며 “(나꼼수 규제와)전혀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꼼수> 관련 트위터글에 대해 “비판했을 뿐”이라며 “제 트위터의 글을 쭉 보면 (제 입장은)‘여러 사람들이 (나꼼수를)규제하라고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비판 외에는 뭐가 있겠습니까’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통심의위와의 협의 여부’에 대해서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장제원 의원은 “법안의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 못했는데 자구를 수정해 이번 주에 재발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조항의 수정 범위에 따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불법 통신’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취지를)규명할 수 있는 것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통신사의 인터넷 서비스 제한 조항’(40조2제3항) 전체를 삭제할지 묻자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사의 인터넷 서비스 제한 조항’이 스마트폰 앱 규제를 겨냥한 게 아닌지 묻자, “당은 앱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당과 상의를 하고 총체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의 상정 자체를 적극적으로 저지할 입장이어서 향후 한나라당 논의 결과에 따라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해당 법안의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인 김재윤 의원은 통화에서 “위헌적 요소가 크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할 수 있는 법안”이라며 “상정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법안심사소위원인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법안이자 굉장한 악법”이라며 “상정할 필요성조차 없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세환 의원실 관계자는 “불법 사행성 사업, 퇴폐적인 불법 부분에 대한 규제에 동의해 법안에 참여했는데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이 지적됐다”며 “법안 재발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해당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전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법률 제10656호 전기통신사업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40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40조의2(인터넷 접속역무 제공의 준수사항 등) ① 기간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역무 중 인터넷 접속역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인터넷 접속역무의 이용절차·성능·거래조건, 전기통신의 관리방식 및 다른 역무가 인터넷서비스에 영향을 주는 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 이 경우 공개의 범위 및 방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
  2. 합법적인 콘텐츠와 서비스 또는 통신망에 유해하지 않은 단말기기의 인터넷접속을 차단·제한하거나 인터넷접속을 차단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대가를 청구하지 아니 할 것
  3. 인터넷 접속역무의 이용자 또는 인터넷 접속역무를 통하여 전달되는 특정한 콘텐츠 및 서비스에 대하여 부당한 차별을 하지 아니 할 것
  4. 콘텐츠나 서비스의 우선적인 전송을 이유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고의적으로 전송 속도를 지연시키지 아니할 것
  5. 인터넷 접속역무의 제공과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는 최소한의 품질기준을 지킬 것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제1항의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키도록 감독하여야 한다.
 

③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접속역무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터넷 접속역무의 제공을 제한할 수 있다.
  1. 불법적인 통신인 경우
  2.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3. 통신망의 보안과 혼잡해소를 위한 경우
 

④ 기간통신사업자가 제3항에 따라 인터넷접속 역무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