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의 담론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무상급식이냐 아니면 부분급식이냐'라는 질문으로 대표되는 복지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논쟁부터 복지 재정 지출을 위한 증세 논란까지 그 어느때보다 복지 국가 담론은 우리 일상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왜 복지국가인가? -정글의 한국사회, 복지가 해답이다'는 복지국가를 둘러싼 논쟁점을 풀어주고, 그 해답을 제시해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지은이 이태수씨는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복지 논의를 이끌어내고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해온 복지 전문가다.

이태수씨는 우선 복지국가의 정의, 기원과 역사 등의 개념이 정립되지 못하고 근거없는 주장이 혼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혼란의 과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며, 복지국가와 관련된 개념들과 논의들을 쉽게 풀어 쓴 복지 개론서"라고 자신의 책을 소개했다.

   
 
 
책은 1부 복지국가의 기원과 발전 과정, 2부 한국 사회의 현주소와 복지의 필요성, 3부 한국 사회 실현가능한 복지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지은이는 자본주의가 내적 모순에 직면하면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답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인류가 개발한 하나의 해법이 복지국가 기원의 출발점이라며 책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면 지은이의 눈에 비친 우리 한국 사회는 어떤가?

200만 가구, 410만명이 빈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고, 홀몸 노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 노인 가구의 20% 달하며 이들 가구의 평균임금은 56만원에 불과하다. 빈곤 아동은 100만명이며 '실직자', '저임금 비정규직', '저소득 자영업자'라는 트라이앵글에 빠지며 헤어나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한국사회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순위다. 지은이는 한국사회가 정글의 모습을 띠어가고 있으며 각종 복지정책의 확대가 시급하다 못해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복지국가의 담론의 최대 논쟁점인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과감히 재정을 확보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 수준을 2만불이라고 봤을 때 OECD 국가 중 가장 유사한 나라는 포르투갈(2009년 2만 1970불)과 체코(2009년 1만 8256불)인데 포르투갈과 체코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각각 22.3%, 18.8%다. 우리나라 8.1%에 비하여 2.3~2.8배 정도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력 규모가 낮은 터키(8,711불)의 사회복지 지출 비율도 10.5% 수준이다.

지은이는 "결국 정부의 재정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타당하다"며 "정부의 역할이 복지를 통해 국민 생활에 안정성을 부여함으로써 누구나가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며 사회 통합과 일자리 창출,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에도 기여한다면 재정 규모의 확대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구체적인 복지 재원의 확보 방안도 제시한다. 먼저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20% 내외로 추정하며 소득파악률을 높여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특히 지은이는 부유세나 사치세로 상위 계층에게 조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 세율 적용구간은 8800만원 이상인데 이를 1억 3000만원 수준으로 높이고 최고 세율을 더 높여 부과하는 방안, 금융자산으로부터 얻은 소득의 총합이 4000만원 이상일 때 추가적인 종합과세를 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 3000만원 이상으로 수정하는 방안 등이다.

지은이는 또한 "소위 부자 감세라고 부르는 감세정책을 철회만해도 한 해 20조원의 여력이 생기고, 도로 건설의 밑천으로 기능하고 있는 15조원 상당의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부도 얼마든지 용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2009년 공공 부문에서 건설 투자로 사용되는 재정은 46조원이며 이는 우리나라 GDP의 5%에 욕박하는 수준이다.

무상급식 논란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정글 속에서 지친 영혼과 함께 불안하게 혼자 점심을 먹느냐, 제법 잘 조성된 공원에서 모두 편안하게 함께 점심을 먹느냐, 결국 이 선택은 '공짜' 점심의 문제가 아니라 '편안하게 함께하는' 점심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만, 지은이는 복지국가가 정부의 재정확대나 다양한 제도 구축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려우며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공급자인 정부나 복지 기관들의 '대상자'가 되고, 이런 일방적인 관계가 고착되면 공급자의 시각으로 경직화된 복지 제도가 시민들에게는 하나의 '강제'가 되고 급기야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결국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국가의 이념으로 체화된 시민들이 자치 능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조직화된 힘을 갖고 움직일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것이 현란한 복지국가 논쟁에서 각인되어야 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진실이다"

왜 복지국가인가(정글의 한국사회, 복지가 해답이다) / 이태수 지음 / 이학사 펴냄 /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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