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대장의 안나푸르나 남벽 등반 사고사에 대해 산악계에서 “‘최초’를 쫓아 등반을 시도하려는 상업산악에 대한 경고”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등반에도 KBS가 처음부터 동행취재에 나섰으며, LIG손해보험과 등산의류업체 노스페이스가 등반후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KBS는 박 대장이 ‘코리안 신루트’ 개척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었으나 박 대장과 다른 두 대원(신동민·강기석)의 실종(사망)에 따라 결국 어려워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히말라얀클럽 부회장 겸 산악평론클럽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산악인 박기성씨는 3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의 본질에 대해 “기업체의 홍보마케팅 차원의 등반이며, 결과적으로 성과주의의 연속선상에 있는 시도였다”며 “그것이 실패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박 대장의 사고의 원인에 대해 “그런 험난한 곳을 갈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준비가 돼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산악계에서는 이번 등반이 무리한 시도였다는 평가가 있다”며 “올랐다가 내려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곳은 가파르고 눈사태가 많은 곳이다. 직접적인 요인은 눈사태를 넘은 산사태에 의한 추락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영석 대장
@연합뉴스
 
박씨는 이번 등반이 무리했다는 근거에 대해 “박영석 대장은 14좌, 그랜드슬램 등 등정 성과주의를 비판하고 일부 자기반성도 했지만, 이후 등로주의를 선언했다. 힘든 곳을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그 뒤 제작년에 남서벽쪽을 올랐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적어도 8000m 급 벽등반을 위해서는 6000~7000m 되는 암벽 등반 트레이닝을 더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리스크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런 트레이닝을 충분히 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도전한 이유에 대해 박씨는 “문제는 8000m의 ‘망령’에 있다”고 비판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과거 조형규 박정헌 원정대가 먼저 등반한 바 있고,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크리스 보닝턴이 ‘초등’을 했기 때문에 그다지 ‘최초’의 의미가 없다는 것. 박씨는 “그런데도 ‘코리안신루트’라는 무모한 타이틀을 붙여가며 시도했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라며 “본인 스스로 장담했던 것과 소속사(노스페이스)에서 종용했던 분위기와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등산은 취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산악인의 비극이 초래됐다는 데에 있다”며 “적잖은 산악인들이 얼마전부터 등산의류업체에 전속, 부분전속 등 소속돼 2~3년에 한차례 씩 이벤트를 한다. 이는 산악인을 죽이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의 경우도 박 대장을 비롯한 대원들 자신의 돈으로 갔다면 무리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산악인을 전속으로 두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하나이다. 상업자본과 결부돼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협찬에 언론까지 동행하면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등반엔 KBS 제작진 3명이 동행했고, 현지 취재를 했다. 정상등반시 지난해 오은선 대장의 안나푸르나 등반때처럼 대대적인 특집 방송을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장은 그동안 방송으로는 SBS와 동행해왔으나 이번엔 KBS가 따라갔다.

정상욱 노스페이스 상무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KBS와 같이 하기로 돼있었다”며 “우리가 장비 및 원정비용을, LIG손해보험은 원정비용을 후원해 충분한 등반자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박기성 산악평론클럽 공동대표
 
이같은 방송사 참여와 관련해 박기성씨는 “이번 등반 역시 마케팅의 하나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최초’라는 말이 들어가면 국내용으로 광고효과가 생긴다. 남벽 등반에 출국할 무렵 신문사엔 전면광고가 뿌려졌고, 방송사가 동행한 것은 결국 국내용 ‘최초’ 타이틀을 하나 얹으면서 등반을 또다시 이벤트로 만들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등정주의를 비판해온 박영석 대장이고, 이번의 경우 위험한 코스를 시도하다 사고를 당했음에도 여기에 숨겨진 ‘상업성’을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지적에 박씨는 “고인의 사고는 안타깝다”면서도 “국내 산악계의 8000m 환상이 깨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씨는 “8000m, ‘최초’ ‘신루트’라는 말에 방송이 붙고, 성공시 그 효과는 곧바로 의류용품업체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며 “더이상 상품 마케팅에 산악이 활용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이번 등반은 대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낳았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사고는 국내 산악계의 상업산악에 대한 경고”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상욱 노스페이스 상무는 “박영석 대장 일행은 세계 최고의 뛰어난 등반가들로, 네팔 현지에서 고도적응훈련도 했고, 암벽 트레이닝도 해왔다”며 “정상 등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간 것이지, 위험하다고 판단했는데도 무모하게 달려든 것은 아니다. 다만 하산시 불의의 눈사태 때문에 사고가 생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패한 대형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상욱 상무는 “원정협찬과 방송 동행취재는 등정의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이지, 처음부터 박 대장이 방송과 후원사에 등떠밀려 간 것이 아니다”라며 “원정비용 후원은 좋은 의미에서 이뤄진 것이고, 방송사는 이를 시청자에게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되니 따라간 것이다. 박 대장의 의지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박 대장이 등떠밀려 간 등반은 하나도 없다. 후원사들은 등반을 도와준 것이고, 방송은 이를 알려 국민에 탐험과 도전 의지를 심어주고, 산악활동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으니 동행한 것”이라며 “상업성이라 이벤트라 비판하는 것은 고인의 깊은 뜻을 손상시키는 행위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산악인 박기성씨와 지난 3일 저녁 만나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박영석 사고사의 본질은
“기업체의 홍보마케팅 차원의 등반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성과주의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왜 사고가 났다고 보는가
“그런 험난한 곳을 갈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준비가 돼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산악계에서는 무리한 등반이었다는 평가들이 있다. 우리 산악계 수준이 등반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 오르다 내려오다 사고를 당했다. 가파르고 눈사태가 많은 곳이다. 올랐다 내려오고를 반복하는 노말방식으로 등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직접적인 요인은 산사태였을 것이다. 단순한 눈사태를 벗어나는 것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내려오다 사고를 당했다고 볼 수 있나
“무선통신에 ‘내려간다’는 교신이 있었다. 땅에서 150m 하강했을 때 ‘바위가 흔들린다, 겁난다’는 교신이 있었다. 눈사태에 산사태를 만나 묻힌 것으로 보인다. 기반암이 무너졌을 것이다.”

-구조에 실패한 이유는
“통상 그런 산에서 추락해 묻히면 꺼내거나 찾으려 하지 않는다. 국내외 어느 원정대에 대해서도 우리처럼 이렇게 국가적인 구조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유족과 박 대장의 명성을 고려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그런 곳에서 실종 하룻밤만 지나도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찾겠다고 열흘 넘게 구조활동을 벌인 것은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번 등반 자체가 무리한 시도였는가.
“무리한 등반이었다고 본다. 박영석 대장은 14좌, 그랜드슬램 등 등정 성과주의를 비판하고 일부 자기반성도 했지만, 이후 등로주의를 선언했다. 그 뒤 제작년에 남서벽쪽을 올랐다. 힘든 곳을 도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8000m 급 벽등반을 위해서는 6000~7000m 되는 암벽 등반 트레이닝을 더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리스크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런 트레이닝을 충분히 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왜 강행했다고 보는가.
“문제는 8000m의 ‘망령’에 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과거 조형규 박정헌 원정대가 먼저 등반한 바 있고,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크리스 보닝턴이 ‘초등’을 했었다. 이들의 경우 사전에 충분한 트레이닝을 한 뒤에 오른다. 그런데도 ‘코리안신루트’라는 무모한 타이틀을 붙여가며 시도했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강행한데엔 회사에서 종용했던 분위기와 본인 스스로 장담했던 게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박영석 대장의 죽음이 뭘 의미한다고 볼 수 있나.
“등산은 취미이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개인의 비극이 초래됐다는 점이다. 적잖은 산악인들이 얼마전부터 등산의류업체에 전속, 부분전속 등 소속돼 2~3년에 한차례 씩 이벤트를 한다. 이는 산악인을 죽이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번의 경우도 박 대장을 비롯한 대원들 자신의 돈으로 갔다면 무리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산악인을 전속으로 두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하나이고, 박 대장도 거기에 내몰린 것이다. 상업자본과 결부돼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협찬에 언론까지 동행하면서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이번 등반도 마케팅의 하나로 보는가.
“의미없는 ‘최초’를 남발하는 것이 문제다. 국내용으로는 ‘최초’가 들어가면 광고효과가 오른다. 남벽 등반에 출국할 무렵 신문사엔 전면광고가 뿌려졌다. 또한 이번 등반엔 방송사가 따라갔다. 국내용 타이틀을 하나 얹으는 것으로 또다시 이벤트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목숨을 걸고 암벽을 등반하다 사고사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상업성’을 비판하는 이유는
“국내 산악계의 8000m 환상이 깨져야 하기 때문이다. 의류용품업체가 상품을 팔아먹는데 산악이 활용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세계산악계에선 인정도 해주지 않는 국내용 ‘최초’에 방송이 붙고 이벤트를 만들다 이번엔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낳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등반은 실패한 이벤트이다. 이번 사고는 ‘최초’에 기댄 상업산악에 대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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