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의 재송신 분쟁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년간 채널 정책이 부재해 분쟁 조정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3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회 국제 방송통신 분쟁조정 포럼'(주최 방통위 주관 미디어미래연구소)에서 "방통위가 사업자들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데 실패해 왔다"며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못해 사업자들은 이제 정부의 분쟁 조정 능력을 믿지 못하고 법원으로 달려가 사적 당사자 간의 이해 다툼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대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민 교수는 또 "의무재송신 문제의 근원에는 사실 근본적인 채널 정책의 문제 있다"며 "일관성도 없고 큰 그림도 없고 정책의 구조가 꼬여 있다 보니 구체적으로 깊게 들어가야 하는 지상파 채널 재송신에 대해 방통위가 답을 못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중구 더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회 국제 방송통신 분쟁조정 포럼'(주최 방통위 주관 미디어미래연구소)이 열렸다. 방송통신위원회 박동주 심결지원팀장, 프랑스 CSA 티에리 바쉐이, 영국 Ofcom의 태이정, 캐나다 CRTC의 랜디 허슨, 일본 총무성 전기통신분쟁처리위원회 가가미 요코 모습(사진 왼쪽부터). 최훈길 기자 chamnamu@
 
윤 교수는 "그랜드 플랜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얼마나 됐나"며 "지난 4~5년 빨리 그랜드 플랜을 만들고 채널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그게 안 됐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가 현재 가지고 있는 정책적 수단이 약해 방통위도 할 말이 있다고 본다"면서 "사업자들이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 방통위의 제도적 수단을 갖추는 것이 (재송신의)해법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측은 지상파 재송신 분쟁의 핵심은 저작권 문제라며 방통위의 적극적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보였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저작권을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재송신 문제는 저작권 문제다. 사적 권리"라고 말했다.

손 실장은 케이블 방송 출범 당시 내부에서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의사가 강했지만 "양보"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지상파가 먹고 살만했다"면서 "신생 매체 케이블에 저작권 사용료를 요구해 신생매체 저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여론을 받고 싶지 않았고, 유료 매체 발전이라는 정부의 신매체 정책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간접강제 판결이 내려졌다. 신속하게 정리되길 기대한다"며 "(방통위 개입이) 권고 정도로 그쳐야지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케이블의 재전송 전면 중단에 대해서 "지상파가 케이블에 재전송을 허락하지 않으면 시청자가 큰 불편을 겪나"라며 "(시청자가)매체를 옮기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최정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전무는 "케이블 TV가 연간 지상파에 5억 달러 정도 이익 주고 있다"며 "상호 편익이 어떤지 따져봐서 어느 한쪽이 더 많은 이익을 받으면 그쪽이 대가 지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 전무는 "지상파에 저작권료 주지 않으면 방송을 중단하라고 한다. 하루 15만 불씩 간접 강제금을 물어야 한다"며 해외 정부측 패널들에게 "(국내 분쟁에 대한) 판결을 해달라"고 '깜짝 질문'을 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답변을 한 캐나다 CRTC 랜디 허슨(Randy HUTSON)은 △방통위가 재송신을 중단하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방통위 이외에 제3의 독립적 중재 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등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한편, 일본 총무성 가가미 요코, 영국 오프콤 태이정은 법적 위반 여부를 따지는 사례를 설명했고, 프랑스 CSA 티에리 바쉐이는 객관성․비차별성․공정성 원칙에 따른 분쟁 조정 사례를 설명했지만, 대다수 국가들의 조정 사례가 국내에 곧바로 적용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