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10.1%포인트 앞선 것으로, 이번 선거전에서 나 후보가 박후보를 오차범위(±3.1%포인트) 이상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일보가 지난 10월 21일자 1면에 <(지지도) 나47.7%-박37.6%>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여론조사(10월 19일 조사) 기사의 일부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5일 앞둔 상황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였다.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수세에 몰렸던 한나라당 쪽에 ‘청신호’, 범야권 쪽에 ‘적신호’를 안겨줬다.
당시 여론의 흐름은 나경원 후보의 추격세가 한풀 꺾이고 박원순 후보 쪽의 지지세 결집이 엿보였던 상황이었는데 문화일보 조사는 거꾸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아침 발표됐던 조선일보 여론조사(10월 19일 조사)는 박원순 43.5%, 나경원 41.5%로 조사됐다.

YTN이 4000명에 가까운 최대 규모 샘플로 여론조사(10월 17~19일 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박원순 44.3%, 나경원 39.3%로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5% 포인트 격차로 박원순 후보가 우세했다. YTN, 조선일보, 문화일보 모두 마지막으로 공표했던 여론조사 결과였다.

   
문화일보 10월21일자 3면.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분명히 튀는 결과였다. 문화일보의 튀는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아닌지 검증해야 했지만 일부 포털사이트는 다른 여러 조사보다 문화일보 조사를 부각시켰다.

‘여론조사 정치’의 폐해를 우려하는 까닭은 실제 바닥민심과 괴리된 일부 여론조사로 여론의 흐름이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지지율 문제만이 아니었다. 문화일보는 10월 21일자 3면에 <나, 약세였던 강북서·강남서서 박 추월…40대선 접전>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불과 5일 후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투표 결과는 문화일보 여론조사 발표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최종 개표는 박원순 53.4%, 나경원 46.2%로 박원순 후보의 7.2%포인트 승리로 나타났다. 나경원 후보가 10.1%포인트 앞선다더니 7.2%포인트 뒤졌고, 결국 17.3%포인트 오차를 보인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강북서’ ‘강남서’에서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추월했고, 40대선 접전이었다는 문화일보 분석기사 모두 현실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결과였다는 점이다. ‘강북서’ ‘강남서’ 모두 박원순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섰다. 40대는 박원순 66.8%, 나경원 32.9% 등 박원순 후보가 일방적으로 앞섰다.

선거 5일 전에 발표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여론조사 결과가 이처럼 수치는 물론 지역과 세대별 경향성까지 틀릴 수 있을까. 그 결과로 여론이 동요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언론의 체면을 구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문화일보 지면에서는 그 여론조사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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