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신청을 처음으로 받아 들였다. 당장 지상파가 간접강제를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현재 양측이 재송신과 관련해 뚜렷한 합의를 못해 올해 안에 다시 재송신 분쟁이 불거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5부(부장 노태악)는 지난달 28일 지상파 방송 3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신청에 대해 “CJ헬로비전은 결정문을 받은 이후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게 지상파 방송을 동시 재송신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각 사당 하루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CJ헬로비전이 지난 8월 26일 이후 신규 가입자에 대해 KBS1을 제외한 지상파 방송을 계속 재송신 할 경우, 간접강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간접강제란 법원이 금지한 행동을 했을 경우 1회 혹은 1일당 특정금액을 신청인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법원의 명령이다.

   
올해 초 지상파 방송사들과 스카이라이프의 분쟁은 재송신 중단 사태까지 갔다가 스카이라이프가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물러서면서 타결됐지만 유선 방송 사업자들과의 분쟁은 치킨게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목동 스카이라이프 방송센터의 모습. ⓒ 연합뉴스

법원은 결정문에서 “CJ헬로비전이 가처분 위반행위를 계속 하고 있고 분쟁이 단기간 내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나 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의해 종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간접강제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간접강제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이전 판결보다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크다.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은 ‘CJ헬로비전은 6월8일부터 디지털케이블TV 신규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제공할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헬로비전은 방송 송출을 그대로 했고 이에 대해 지상파측이 ‘제동’을 걸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따라 일단 CJ헬로비전은 법원 결정문이 송달 후 신규 가입자에 대해 지상파 방송 재송출을 하지 않거나, 지상파 방송사 3곳에 하루 모두 1억5천만 원씩을 지불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법원 판결대로 헬로비전이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할 경우 신규 가입자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하루에 1억 5천만 원씩 지불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케이블 업계에선 향후에도 헬로비전 이외의 SO에게도 이같은 판단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케이블 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을 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용배 홍보팀장은 “이번 판결은 SO와 지상파 간의 재송신에 대한 판단”이라며 “지상파가 향후에 다른 SO한테도 자신들의 권리에 대한 행사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측은 “법원 판결문 송달 이후 케이블의 위반 사례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간접강제에 나설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로서는 재송신 협의체의 협의 기일인 23일까지는 일단 양측이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방송협회 방통융합특별위 실무위원 SBS 김혁 차장은 “재판부가 원하는 것은 간접강제로 상대방을 망하게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빨리 계약을 하라는 것”이라며 “협상이 우선적이다. 23일까지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이 재송신 협의 과정에서 현재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3주 만에 전격적인 합의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현재 지상파는 케이블 방송사가 콘텐츠 사용료를 빨리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케이블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의무재송신 관련 제도개선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동안 법원이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한 만큼 케이블측에서도 일부 대가는 지불할 의사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은 그동안 케이블이 지상파의 난시청을 해소한 것에 대해 지상파에 송출료를 요구하고 있어 대가 산정 부분에서 양측이 협상 타결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양쪽이 11월 중으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치킨 싸움’ 국면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가 간접강제를 적용할 경우, 케이블은 아날로그 방송까지 재송신을 전면 중단하는 공동 대응으로 맞설 예정이다.

문제는 규제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 간의 문제라며 양측 사업자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청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양측이 ‘힘 겨루기’를 하기 전에 방통위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