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교수(숭실대 언론홍보학)는 1일 “종합편성채널사업자(종편)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채널배정 협상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겉으로는 방송사업자간 사적계약 협상으로 보이지만 종편에 유리한 채널을 배정하도록 제3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외압의 실체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를 지목했다.

김 교수는 그 근거를 묻자 “종편의 채널경쟁력이 검증됐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까지 SO와 PP(채널사용사업자)들이 해온 관행적인 계약대로라면 채널이 검증되지 않은 종편은 4개사가 차례대로 연번을 배정받기도 어렵고 채널번호도 20번대, 또는 40번대처럼 뒷번호를 배정받는 게 정상”이라면서 “하지만 협상에 들어갈 때부터 SO들이 14~20번대에 종편을 배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건 개별 PP가 봤을 때는 굉장한 특혜”라고 말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 교수
 
김 교수는 “최근 방송권역이 서울로 확대된 OBS의 사례를 보면 더 확실해진다”며 “OBS는 ‘14번’이라는 채널인지도를 확보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것도 전국이 아닌 수도권에 국한된 얘기인데, 종편은 출범과 동시에 다른 PP들이 가고 싶어도 못가는 14~20번대 채널에 들어갈 게 분명하고 더 나아가 전국 동일번호 얘기까지 나오니 특혜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방통위가 보이지 않는 손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채널편성권을 갖고 있는 SO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가 지적한 ‘무언의 압력’은 무엇일까. 그는 “방통위가 SO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홈쇼핑채널의 송출수수료가 과다하니 낮추도록하겠다는 신호를 준다던지, 지상파-종편-홈쇼핑 등 채널연번제를 언급한다던지 하는 모든 것이 SO 입장에서는 압력이자 편성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간 5천억~6천억원에 이르는 홈쇼핑채널들이 내는 송출수수료가 줄어들 경우 SO들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SO 입장에서는 방통위의 요구를 무작정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외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홈쇼핑 수수료가 과다해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종편과 SO가 협상한다고 하지만 거의 비슷한 채널을 주는 것으로 결정되어가고 있다. SO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신생 방송사업자이기 때문에 시장안착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 교수는 “방통위가 지금까지 어떤 신생 PP가 취약하다고 낮은 번호대를 주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 그런 사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개별 PP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종편에 낮은 번호를 주겠다는 건 특혜”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이어 “종편사업자들이 엄청난 특혜를 받으면서 특혜가 아니라고 하는 건 그들만의 논리”라며 “차라리 특혜를 인정하고 생존을 위해 황금채널과 전국 동일번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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