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상) 비준 동의안 국회 처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일찌감치 비준 동의안을 10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고, ‘10+2’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는 큰 울림을 갖지 못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한미 FTA와 언론 보도를 함께 들여다봤다. 대한민국 사상 최대 규모의 협정이라는 한미 FTA를 과연 우리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또 제대로 검증하고 있는 것일까. /편집자 주
언론이 한미FTA를 다루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찬성과 반대 측의 주요 주장을 나열하고, 그에 따른 논쟁의 양상을 ‘중계’하는 형태가 있다. 주로 여야 간의 충돌이나 대립을 단순히 묘사하는 방식이다. <한미FTA 끝장토론, 마지막까지 ‘평행선’>(연합뉴스 2011.10.24)이라는 기사처럼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구절로 시작해 양 측의 입장을 소개한 뒤, “향후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는 식의 ‘손쉬운’ 예측과 (반대 단체들로 인해) “한 때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풍경 묘사로 끝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지난 2009 11월 19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
‘화끈하게’ 정부나 (준)정부기관 연구소 등 찬성 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5.66% 늘어나고, 3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외국인 투자와 무역수지 흑자가 모두 증가한다’는 정부 발표를 단순 전달하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작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았던 것과도 비슷하다.
<‘코리아 브랜드’ 가치 상승…수출확대 효과만 20조원>(국민일보 2010.10.15)이라는 당시 기사는 G20 정상회의의 간접효과가 31조800억 원에 이른다는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한 한 사례다. 경제적 효과를 다 합치면 무려 450조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뉴시스 등) 그 ‘경제적 효과’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살펴보는 기자들은 없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거나 검증할 수 없는 수치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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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기사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로 달라지는 우리생활’이나 ‘한미 FTA 바로알기’, ‘한미 FTA 독소조항 주장에 대한 반론’ 등 정부 관계 부처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적당히 엮어 써낸 기사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메일함으로 도착한 정부 측 보도자료를 열어 접속어와 수사를 섞으면 그대로 기사가 되기도 한다. “10년간 소비자에게 돌아갈 후생 혜택도 20조원으로 추정된다”거나 “10년간 무역수지는 46억 달러, 전체 무역흑자는 200억 달러가 각각 늘어나고 외국인 투자도 230억~320억 달러 정도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의 보도(2010년 12월 6일자 서울신문)가 그 예다.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시책에 대해 정부의 입장과 판단 근거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장밋빛 전망을 동원한 ‘홍보’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은 게을리하는 언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