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등 4개 신문사의 방송인 종합편성채널(종편) 개국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종편들은 한 달 뒤인 12월1일 동시 개국한다. 보도와 예능을 포함한 모든 방송장르를 아우르는 지상파와 같은 채널이 이날을 기점으로 4개나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일단 5일 동아(채널A), 6일 중앙(jTBC), 18일 조선(TV조선), 24일 매일경제(MBN) 등 종편 4사는 잇따라 성대한 매체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일경제 본사에서 행사를 진행한 MBN을 제외한 나머지 종편사들은 워커힐과 롯데호텔 등 서울 시내 유명호텔에서 행사를 치렀다. 한 종편사 관계자는 “매체설명회에만 각 사별로 평균 2억원을 썼고, 많게는 4억원 넘게 쓴 곳도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개국준비와 관련한 회의적인 시선을 불식시키고 세를 과시한 것이다.

   
5일 동아(채널A), 6일 중앙(jTBC), 18일 조선(TV조선), 24일 매일경제(MBN) 등 종편 4사는 잇따라 성대하게 매체설명회를 개최하면서 개국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개국 프로그램 제작, SO와의 채널협상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사진은 중앙일보 종편 채널 설명회. ⓒ 이치열 기자
 
4억 쓰며 호텔에서 세 과시, 하지만…

고비용의 성대한 매체설명회에도 불구하고 4개 종편이 한날 한시에 개국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방송업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비관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최악의 경우 연내 개국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종편 개국과 관련한 비관적인 전망은 크게 프로그램 제작상황과 맞물려 있다. 매체설명회를 지켜본 방송관계자들은 우선 간판 콘텐츠인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제작 진도가 생각보다 미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종편 매체설명회를 지켜본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개국을 하려면 이미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들이 상당부분 제작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중앙 종편(jTBC)을 빼면 아직 드라마 첫 촬영도 못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만든 TV조선이 150억원 규모의 대작 <한반도>를 개국 드라마로 내세웠지만 제작비 조달에 차질이 생겨 내년으로 제작이 미뤄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 관계자는 “종편 가운데 일부는 현재 준비상황으로는 개국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보이고, 어떻게든 개국을 강행한다고해도 프로그램이 파행으로 제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PP(채널사용사업자) 관계자도 “개국 이후 개편시점까지 고려해 개국 특집에 후속 프로그램까지 최소 3~6개월치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12월1일 동시 개국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35일, 개국드라마 촬영개시 못한 곳도

종편사업자들도 스튜디오와 기자재, 인력 등 기술적인 문제는 준비가 끝났다고 밝히면서도 프로그램 제작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종편사의 한 관계자는 “예능은 방송 한달 전에만 찍어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드라마는 이미 촬영이 상당부분 진척이 돼 있어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매체설명회 기준으로 제작에 들어간 드라마는 아이돌그룹 ‘빅뱅’의 대성이 주인공을 맡은 MBN의 <왓츠업>, 현재 16차 촬영이 진행된 정우성과 한지민 주연의 jTBC의 개국작 <빠담빠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TV조선 쪽은 “개국 드라마라고 해서 개국일과 동시에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단은 드라마 없이 개국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일 동아(채널A), 6일 중앙(jTBC), 18일 조선(TV조선), 24일 매일경제(MBN) 등 종편 4사는 잇따라 성대하게 매체설명회를 개최하면서 개국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개국 프로그램 제작, SO와의 채널협상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사진은 TV조선 채널설명회. ⓒ 이치열 기자
 
드라마, 예능프로그램과 비교해 뉴스제작 준비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는 MBN은 종편사 가운데 가장 먼저 150평 규모의 스튜디오 준공을 마치고 24일 일반에 공개했다. jTBC와 TV조선, 채널A도 각 신문사 사옥에 스튜디오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80% 이상 마무리됐다. 방송기자재도 발주가 모두 끝나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보도국 인원배치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TV조선 100여명, jTBC 120명 선으로 향후 인력보강을 계획 중이다. 각 사들은 이미 데일리 뉴스를 제작해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SO와의 채널협상 마지노선, 종편 균열 조짐

종편 개국의 또 다른 걸림돌은 현재 진행 중인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의 채널협상이다. 종편과 SO 관계자 모두 최소 한 달 전엔 협상이 마무리돼야 기술적으로 채널운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월 첫째주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 기한을 넘기면 개국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협상 전 종편 쪽에서는 4사가 종편협의회를 만들어 공동협상에 나서면 유리하게 국면을 끌고 갈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늦어도 10월 중순까지는 채널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채널배정에 수천억원의 매출이 왔다갔다하는 SO 쪽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SO의 한 관계자는 “종편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받을 수 있냐”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SO 업계에 따르면 종편이 협의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는 조건은 크게 △수신료 선지급 △황금 채널번호 △통일된 전국번호 등이다.

케이블 SO들은 시청률, 기여도 등을 계산해 PP들에게 수신료 수익 일정부분을 배분해왔다. 우수 PP의 콘텐츠제작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종편은 개국도 하기 전에 SO에 수신료 수익을 선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SO쪽에서는 수신료 배분을 선지급한 선례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종편들은 지상파와 인접한 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종편 쪽에서는 현재 홈쇼핑채널들이 점유하고 있는 지상파 사이 채널을 원하고 있지만 내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널사용료를 SO쪽에서 포기할 수없다는 선까지는 의견접근을 봤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결국 13번 이후 번호부터 20번 채널 사이에 종편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번호 통일은 사실상 채널배정보다 더 풀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전국의 케이블TV에 같은 채널번호를 달라는 것인데, 개별 SO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고 채널운용 정책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이라는 게 케이블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방통위, SO관계자 부른 뒤 협상분위기 급전환
 
종편과 SO의 입장차도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종편 4사가 공동으로 채널협상에 나선 것도 협상지연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종편 가운데에서는 SO의 요구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공동으로 채널협상을 하다보니 협상이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편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한 종편 관계자는 “큰 틀에서 어느 정도 채널배정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종편사 마다 입장이 달라 세부 협상에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개국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SO와 개별협상을 통해 독자적으로 개국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수는 아무래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개입이다. 정부가 종편에 특혜를 주려한다는 비판적 시각 때문에 방통위가 드러내놓고 나서지는 못했지만 물밑에서 줄곧 관계자들을 접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O관계자들이 지난 24일 방통위에 들어갔다 나온 뒤 평행선을 긋던 종편과 SO 채널협상이 이달 안에 정리될 것이라는 쪽으로 흐름이 급진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SO가 종편에 14~20번 채널을 주기로 했으며, 각 종편으로부터 원하는 채널번호를 받은 뒤 중복될 경우 추첨으로 결정한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케이블PP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종편을 정책적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SO로서도 버티지 못하고 11월 초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단, 큰 틀에서는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수신료 배분 조건 등 세부사항에서는 개별협상으로 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종편이 14~20번대에 들어올 것이 유력시되면서 피해는 개별PP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PP업계는 종편이 지상파와 인접한 황금채널에 들어올 경우 채널이 밀리거나 아예 빠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PP들이 24일 협상결과가 가시화될 경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