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물이 풍부하게 흐르면 우리 삶도 풍부해진다…4대강 사업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탤런트 이순재-‘4대강 새물결맞이’ 홍보영상)

KBS가 안팎의 거센 반대와 중단요구에도 강행한 4대강 개방행사인 ‘4대강 새물결맞이’ 특별생방송을 지난 22일 저녁 1시간 동안 여주 이포보(한강)와 금강, 영산강, 낙동강 스튜디오에서 4원 생중계로 내보냈다. 이날은 10·26 재보궐 선거를 나흘 앞둔 날로, 공영방송 KBS가 선거에 영향을 주는 정부 일방홍보 생중계 방송을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그러나 KBS는 우려했던 대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와 장밋및전망, 화려한 행사전경으로 1시간을 채웠다. 특히 KBS는 탤런트 이순재씨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4대강을 칭찬한 약 5분50초짜리 홍보영상을 방송했다. 방송 중간부분부터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폐해에 대한 우려를 묵살한채 ‘생명과 안전의 강’으로 규정하며 “오늘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순재씨는 홍보영상에서 4대강에 대해 “정말 좋습니다. 맑은 물이 넉넉하게 흐르는 강을 보니까 예전에 어렸을 적에 강을 보는 듯 합니다. 강은 우리들한테 놀이터 같았는데 이렇게 푸르니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말했다.

   
22일 저녁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4대강 새물결 맞이>
 
   
탤런트 이순재. 22일 저녁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4대강 새물결 맞이>
 
KBS는 이 영상에서 “우리 국민이 4대강 사업으로 얻은 큰 즐거움, 풀만 무성했던 곳이 사람이 쉬고 레저를 즐기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바로 이 보 덕분입니다. 16개 보. 바다로 흘러가버리는 물을 담을 수 있어 가뭄이나 홍수에 대비하는 큰 물그릇인 셈”이라는 내레이션도 여과없이 내보냈다.

이어 이순재씨는 충남부여군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4대강 자화자찬성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순재 : “늦가을 와서 날씨가 많이 좋아졌긴 했는데, 워낙 여름에 비가 많이 와가지고 작황들이 대략 어려우셨죠”
=임세묵 : “올해 60일간 비가 온거에요. 날이 좋은 날이 없이 비가와서 우리는 강변에 살고 있어 강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올해 4대강 하면서 수위가 얕아가지고 큰 피해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임병용 “전에는 강에 1급수에 사는 쏘가리라고 그것이 안나왔는데 지금은 쏘가리가 나와서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어요”
-이순재 : “그렇습니까, 아이고 반가운 소립니다”

이순재씨는 이어 “옛부터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산에 나무가 무성하고 강에 물이 풍부하게 흐르면 우리 삶도 풍부해진다’고. 4대강 사업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유유히 흐르는 강물 따라 곳곳에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새로운 행복한 삶의 터전이 만들어질 겁니다”라고 격찬했다.

KBS는 “우리에게 잊혀졌던 강이 맑은 물소리 들려주며 우리에게 왔다”는 홍보영상의 마무리 내레이션도 방송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행사 중간 부분부터 진행자인 김병찬 아나운서와 안정현씨 옆으로 올라와 다소 긴 4대강 자화자찬을 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에 대해 “생명의 강, 어쩌면 행복을 주는 강, 안전의 강이라는 개념에서 지난 2년 동안 국민 여러분들이 많이 성원해주시고, 또 걱정도 많이해주셨다”며 “생태를 버려놓지 않을까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까 이렇게 했습니다만 오늘 저녁 보시다시피 생태계 더 보강하고 환경 더 살리는 강으로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하고 생명의 강으로 돌려드린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강은 수자원을 확보했다는 것 (뿐 아니라) 4대강이 살아나면 전국 방방곡곡이 골고루 살아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민심도 4대강 따라 흐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22일 저녁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4대강 새물결 맞이>에 출연.
 
또한 이 대통령은 90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한 말을 빌어 “안창호 선생이 90년 전에 ‘우리의 강을 그대로 버려두면 우리는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강을 사람이 가꿔야 한다, 고치고 바로잡아야 미래가 있다’고 강산개조론 책을 쓰면서 청년들앞에 말하셨다”며 “‘문명을 아는 사람이 강산을 고쳐야 한다’고 말씀하신 도산 안창호 선생의 꿈을 오늘 우리는 이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4대강 따라 지류를 살려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환경을 지키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기후변화 대비하는 나라로서 앞서나가게 될 것”이라며 “오늘 저녁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날 행사에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해오신 이명박 대통령의 해안과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 “녹색성장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한민국 4대강 사업은 지속적 수자원 관리를 통해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낯뜨거운 영상메시지도 방송됐다.

4대강 사업이 성공적이라는 취지의 알 아나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부장관, 스테판드라운 미국 idaho University(아이다호 대학) 교수, 아킴 슈타이너 UNEP 사무총장 등의 영상인터뷰도 나왔다.

이날 행사의 무대 메인 진행자에 김병찬 아나운서를 비롯해, 방송 오프닝과 클로징 소개에 김진희 아나운서 등 KBS 현직 아나운서들이 투입되기도 했다.

   
22일 저녁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 진행자 안정현(왼쪽)씨와 김병찬 아나운서.
 
앞서 KBS 새노조와 기존노조 등은 지난 20일 저녁 공동성명을 내어 “KBS가 MB정권에 대한 부역에 길에 나선 것”이라며 “주말 황금시간대 시청권을 빼앗겼을 뿐 아니라 10·26 재보선을 나흘 앞두고 이뤄진 KBS의 일방적인 4대강 홍보 방송은 불공정 방송과 선거개입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인규 KBS 사장에게 “‘부역자’라는 낙인은 25년 전 당신들이 들었던 것으로 충분하다”며 “더 이상 후배들에게 부역행위를 강요하지 마라! 지금이라도 당장 4대강 행사 생중계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었다.

한편,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홍보 내지 반대하는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KBS의 4대강 개방행사 생중계의 선거법 위반여부에 대해 “(방송제한) 규정 조항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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