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대학생들은 지금의 ‘반값 등록금’이 미래 자신들의 연금인 줄 모르고 트윗질이나 하면서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의 10월 24일자 34면 <무너지는 그리스, 赤旗(적기)가 펄럭입니다>라는 칼럼의 일부이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칼럼이지만, 제목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색깔론’이 물씬 배어나오는 칼럼이다.

무식한 대학들이란다. 트윗질이나 하면서 청춘을 낭비하고 있단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칼럼을 지켜보는 ‘88만원 세대’ 대학생들의 심정은 어떨까. 1%를 향한 99%의 분노를 주목해야 한다는 세계 각국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한국 보수언론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평범한 서민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치솟아 있는 상황이다. ‘반값 등록금’ 약속을 한 쪽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정치지도자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집권 여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잘못된 것인가.

   
동아일보 10월 24일자 34면.
 
누가 누구에게 ‘무식한 대학생’ 운운하는가. 동아일보 지면에 담긴 이러한 내용의 칼럼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일부 바뀌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천치 대학생’들은 지금의 ‘반값 등록금’이 미래 자신들의 연금을 당겨쓰는 건 줄도 모르고 트위터나 날리면서 청춘을 보내고 있다.”

무식한 대학생이 ‘천치 대학생’으로, 트윗질이나 하면서가 ‘트위터나 날리면서’로,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가 ‘청춘을 보내고 있다’로 달라졌다. 원래 문장이 너무 심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을까. 내용을 일부 순화했지만, 글에 담긴 ‘정서’ 그리고 ‘시각’까지 달라졌겠는가.

동아일보가 대학생들을 향해 무식하다, 트윗질이나 한다, 청춘을 낭비한다면서 자극적인 표현의 칼럼을 내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못마땅했나 보다. 어떤 모습이 그런 모습일까. 트위터 열풍일까. ‘반값 등록금’ 약속을 지키라는 열망이 못마땅했을까.

동아일보 칼럼은 10.26 보궐선거를 관통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야권연대, 그 흐름에 붉은색 덧칠을, 보수층을 자극하기 위한 ‘색깔론’을 덧씌우고 싶은 모양이다. 동아일보는 칼럼에서 “미국의 개입으로 적화통일에 실패했다고 통탄하는 세력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 연대에 난데없는 ‘적화통일’ 운운은 또 무엇인가. 보수언론 입장에서 선거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해도 그럴듯한 주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동아일보는 이 문장이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을까.

동아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해당 칼럼은 “미국의 개입으로 적화통일에 실패했다고 통탄하는 세력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고 문장이 달라졌다.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라는 내용이 빠져 있다.

뒤늦게 내용을 수정할 것이었다면 왜 그런 내용의 칼럼을 지면에 담았는가. 보수언론 눈에는 ‘민심의 물결’이 보이지 않는가. 색깔론 자극하는 그런 칼럼으로 서울시민들이 마음을 돌릴 것처럼 보이는가.

그런 행동이 젊은 유권자들을 더욱 자극한다는 점을 왜 모르는가. 동아일보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민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이 나라의 대학생들이,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언론이라면 그것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대학생들을 조롱한다고 신문의 권위가 세워지는 게 아니다. 그냥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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