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선거 전 마지막 주말의 첫 날인 22일,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유세를 가졌다. 야당 주요 인사들과 박 후보의 ‘멘토단’,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 등이 총출동한 이날 유세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3천여 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박 후보 측 선대위와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앞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일대에서 ‘MB정권규탄 및 박원순 후보 당선을 위한 집중 유세’ 및 ‘희망대합창’ 행사를 갖고,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박원순 시장’을 연호했다. 본 행사가 진행되던 세종대왕 앞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고, 길 건너편 세종문화회관 앞에도 미처 광장에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로 가득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은 한 손에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저녁 6시 30분 경 무대에 오른 박원순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던 그 검찰이, 한명숙 총리를 옥죄었던 그 검찰이 박원순 죽이기에 나섰다”며 “그러나 박원순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청와대, 한나라당, 국정원, 검찰이 다 나선다 해도 변화를 향한 서울시민의 열정을 가둘 수 있겠냐”면서 “여러분과 함께 이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민족신문의 김기백 대표가 ‘무등록 불법모금’을 이유로 ‘아름다운재단’을 고발한 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 배당하여 수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힌 바 있다. 박 후보는 이를 ‘박원순 죽이기’라고 규정하며 “시민들이 하나 되어 지켜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박 후보는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들과 낡은 정치를 고집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의 대결”로 이번 선거를 규정한 뒤 “10월26일 투표장에서 희망과 변화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약 20분간의 유세를 마친 박 후보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과 함께 곧바로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 거리 인사에 나섰다.

이날 유세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정세균 최고위원, 박영선 의원, 추미애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 등이 참석해 박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정의가 이겨야 한다. 박원순이 이겨야 한다”면서 “10월 26일 야권 민주 시민이 모두가 하나가 돼서 대한민국 바꿔 나가자”고 호소했다.

   
▲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허완 기자
 

박 후보의 ‘멘토단’으로 나선 신경민 전 앵커, 임옥상 화백, 금태섭 변호사, 박재동 화백,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등도 본 행사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주민투표와 선거에 500억이 든다”며 “나경원 후보가 500년 동안 피부관리할 수 있는 돈”이라고 비꼬았다.

임옥상 화백은 “박원순은 소통이란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박재동 화백은 “시장이 되기 위해 정책을 만든 게 아니라 시민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준비해왔는데 이제 기회가 되어서 비로소 나온 것”이라며 각각 박 후보에 대한 신뢰와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 4명도 행사 후반에 무대에 올랐다. 출연자들이 등장하면서 <나는 꼼수다>의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오자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무대에 오른 정봉주 전 의원은 “나경원 후보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면서 “박 후보의 기호 10번을 주위에 널리 알려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본 행사는 ‘국민의례’와 함께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공식 행사에서 국민의례도 하지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는 이유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한나라당의 비판을 받았던 것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선열 및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에 이어진 애국가 제창에서는 가수 이은미 씨가 마이크를 잡고 애국가를 불렀다.

유세는 저녁 8시경 모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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