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송아무개씨(41․경기도 고양시)의 ‘시련’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송씨는 지난 5월10~11일 집에서 자신의 트위터(@2MB18nomA)에 “한나라당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이라며 국회의원 19명의 이름과 선거구를 올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5월12일 해당 트위터 계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욕설 표현이라며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고, 해당 트위터를 포함한 블로거․페이스북은 차단됐다.

트위터 접속을 차단당한 뒤 송씨는 경찰서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확인 결과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김충환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알렸고 선관위는 송씨가 선거법 254조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이었다.

이후 지난 7월 의정부지방검찰청과 고양지청과 일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송씨를 수사했다. 법원은 지난 9월 말, 10월 7일 공판을 한 뒤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이 트위터 글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첫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의 유죄 판단 근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재판부는 △트위터는 ‘사적인 의사표시 수단’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전달해 블로그 등보다 영향력이 크며 △한나라당 의원 19명의 실명과 선거구를 적시해 ‘낙선운동 대상자’로 지목한 것은 ‘단순한 지지-반대 의견’으로 보기 어렵고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선거가 조기에 과열될 수 있고, 온라인의 빠른 전파성으로 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적용한 공직선거법은 위헌이 아니다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과 관련해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일상적인 대화 수단이 되는 현실에서, 법원이 유권자의 선거운동 범위를 규정해 제재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볼 대목이다. 또 방통심의위를 시작으로 선관위, 검찰, 경찰 등 ‘국가 권력’이 한 트위터 사용자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권력’을 어떻게 왜 사용했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송씨는 기자와 만나 “평범한 회사원의 트위터 아이디 하나로 웃자고 하는데 국가는 죽자고 덤비는 것 같다”며 “사실 이 싸움을 즐기고 있다. 상대가 국가 권력일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에 대해 할 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눅 될 필요가 없다”며 “악감정은 없다. 방통심의위가 팔로워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씨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V)' 가면을 쓴 송모씨. 송씨는 실명과 사진은 사양했다. <브이 포 벤데타>는 정부의 통제로 국민들이 똑같은 방송을 보고 조작된 뉴스를 보는 2040년 영국의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다.
 
- 법원이 트위터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지난 7일 300만 원 구형을 때렸다. 예상치 100~150만 원보다 많아서 놀랐다. 법원이 100만 원 선고를 내린 것도 생각보다 액수가 컸다. 정치권에 출마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당선무효의 기준이 되는 벌금액이 100만 원이다.”
 
- 어떻게 고발돼 선고까지 오게 됐나.
“지난 5월 트위터에 한나라당 낙선운동 대상자라는 이름으로 19명의 이름을 올렸다. 이어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이 본인의 이름을 보고 나서 경기도 선관위에 고발했고, 선관위측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7월에 검찰, 경찰 조사가 끝났다. 그런데 7월 말에 휴가를 갔는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검찰에서 ‘중요하고 긴급한 보강 수사를 해야 된다’며 ‘트위터 팔로워가 몇 명’인지 물어봤다. 당시에는 인제에서 폭우로 고립된 상황이었다. 팔로워 수를 알려주고 ‘왜 그러신지’ 물어보니, 검찰은 ‘수사에 참조할 게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황당했다. 그리고 9월에 첫 재판이 열렸고, 10월 7일 2차 공판을 거쳐 지난주 금요일(14일)에 판결이 내려졌다.”

- 소송을 당하고 재판을 받아본 적은 처음인가. 압박이 크지 않았나.
“처음 겪는 일이다. 재판 받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다. 직장인이고 가정이 있다 보니 신경 쓰이고 불편한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심적 고통은 받거나 힘들지는 않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임했다. 사실 이 싸움을 즐기고 있다. 상대가 국가 권력일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에 대해 할 말을 하겠다.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자기 검열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상황을 조롱하고 뭐라고 말할 건수가 생긴 것이다.”

- 집에서는 걱정하지 않나. 벌금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
“조사 받는 과정에서 집안 사람들이 알지는 못했는데, 이달 들어 한겨레에서 재판 관련 뉴스가 나와 그때 정확히 알게 됐다. 배우자도 대강은 알고 있어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직장에서도 이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여러 트위터리안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항소하면 모금 운동을 도와주겠다는 분들도 있다. ‘국가가 너무 2MB18nomA를 키워주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도 트위터에 ‘시간 되시는 분들 법정으로 오세요’라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모르는 분들도 와주셨다. ‘터무니 없는 일이라서 재판이 궁금해 왔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한 공분이 많은 것 같다.”
 
- 법원은 ‘트위터가 블로그 등보다 영향력이 크고, 낙선운동 대상자를 명시한 것은 선거운동’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트위터가 블로그보다 영향력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위터 영향력의 한 잣대인 팔로워는 제가 강제로 맺은 게 아닌 각자가 원해 맺은 구독자 개념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된다고 규정하는 것은 재판부가 트위터 같은 SNS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낙선’운동을 했다고 하는데 신고를 한 당사자인 김충환 의원측조차 ‘누리꾼에 대해 처벌이 아니라 자제를 하게 해달라’로 선관위에 요청한 것이다. 무시해버릴 수 있는 이번 사안을 정부가 오히려 트위터 규제의 본보기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참조 한겨레 8월26일자 <괘씸죄 걸렸나? 트위터 이용자 ‘2MB18nomA’ 기소> 송씨의 트위터 글을 선관위에 알린 김충환 의원실 관계자도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검찰이 오버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 트위터를 이용해 사전 선거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인가?
“단순한 지지, 반대 의사표현일 뿐이었다. 집권 여당이 국회 과반수가 넘는데도 나라꼴이 거꾸로 가는 것에 대해 실망이 컸다. 선거 운동이라기보다는 분노가 폭발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의원 19명을 무작위로 선별해 올렸다. 이분 들이 내년에 출마하는지도 몰랐고, 이분들에게 개인적 악감정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이런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제대로 못하는 것 제발 잘하라고 올린 것이다. 선거운동의 의도나 계획이 없었다. 만약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트위터 상에 올린 글을 전세계 어느 국가도 간섭하지 않는데 이렇게 처벌까지 해서야 되겠나.”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 차단 결정을 내린 송씨의 트위터 2MB18nomA.
 
- 법원은 ‘인터넷의 빠른 전파력을 고려해 선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선 사전선거운동은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이에 대해 관련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후보자, 출마 준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제한 없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인데 선거 운동을 제약받고 있다. 특히나 트위터는 오프라인과 달리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 손쉬운 선거 참여 방식이다. 트위터에 올린 글을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한 법 규정은 잘못된 법이다.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 재판 과정에서는 공방이 있지는 않았나.
“재판은 너무나 간단했다. 심도 있는 공방은 없었다. 첫 공판은 5분, 두 번째 공판은 15분, 세 번째 선고 공판은 2분 정도였다. 이미 법원은 벌금을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법원에 가서 최후변론을 했다. 재판 전날 밤에 자필로 변론문을 썼다.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됐다. 하지만 이런 명목으로 사람들을 잡아들인다면 잡힐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닐테고 우스꽝스러울 것 같아 마음을 굳게 먹고 썼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어떤 형식이든 인터넷 상에서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 국가기관이 간섭한다면 민주사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최후 진술을 했다.”

- 이번 형사소송과 별개로, 지난 5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결정으로 트위터 계정(2MB18nomA)이 접속차단 당하는 일도 겪었다. 사실 검찰이 지난 7월 팔로워 수를 묻고, 법원이 ‘트위터의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했는데 알고 보면 방통심의위 결정 이후 오히려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아닌가.
“지난 5월12일 방통심의위 소위에서 긴급하게 차단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SBS 8시 뉴스에서 4월 재보궐 선거의 트위터 열풍을 다루면서 제 트위터를 소개해,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였다. 이후 검찰, 경찰 조사를 받고 법원까지 갔다. 시작은 트위터 아이디 2MB18nomA였다. 다른 아이디였다면 이렇게 핍박 받았을까. 신고를 했을까. 팔로워도 얼마 없어 논란이 커지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악감정은 없다. 방통심의위가 팔로워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 이 아이디를 통해 저를 위로해주고 함께 분노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 이번 사태에 검찰, 경찰, 선관위, 한나라당 의원, 법원까지 연관돼 있다. 국가기관이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다고 보나.
“저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트위터 계정의 접속차단과 관련해 방통심의위에 의견진술을 하러 간 게 생각난다. 한 위원분이 제 아이디를 보고 저를 타박하면서 혼내듯이 ‘아버지한테 18놈아라고 말할 수 있나. 하물며 국가의 아버지한테 욕을 할 수 있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유추해보면 괘심죄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본보기로 나를 겨냥한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의 트위터 아이디 하나로 웃자고 하는데 국가는 죽자고 덤비는 것 같다. 거꾸로 가도 너무나 거꾸로 가고 있다. 오히려 이슈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 향후에도 대한 제재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 같다.
“트위터가 기성언론이 못하고 있는 것을 대체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촉발된 투표 인증샷 놀이처럼 SNS가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캐스팅 보트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투표 참여 열기를 가장 경계하는 곳이 어디겠는가. 현재 정부와 여당 아니겠는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SNS 파급력이 더욱 커질 것을 대비해 여권에 불리한 것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아닌가.”

- 향후 대응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항소를 할 것이다.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를 억압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트위터를 통해 이런저런 얘기를 알리고 있다. 이 문제는 절대 심각하게 트위터에 쓰지 않는다. 웃기게 우습게 알리려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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