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부는 ‘비영리언론’ 바람, 한국에도 불어올까?
미국에 부는 ‘비영리언론’ 바람, 한국에도 불어올까?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탐사보도로 ‘퓰리처상’…미 전역 확산

광고라는 수익없이 수개월에 걸쳐 탐사보도와 심층보도를 해도 생존이 가능한 언론사가 있다면 어떨까.

광고수익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현재의 기형적인 언론구조에서 불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이런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성언론에 염증을 느낀 대중을 파고들며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른바 비영리 언론들이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신문방송학)와 이정훈 대진대 교수(신문방송학)가 15일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공동으로 발표한 ‘경쟁력 있는 대안 혹은 일시적 유행? 비영리 언론모델의 한국적 적용가능성에 대한 탐색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등장 이후 비영리 언론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텍사스트리뷴(Texas Tribune)과 아이와치뉴스(Iwatchnews)가, 지난해에는 민포스트(Minnpost)가 출범했다.

이들 언론의 공통점은 인터넷(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면서 광고가 아닌 비영리재단들의 지원으로 신문이 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퍼블리카와 텍사스트리뷴 등은 공통적으로 초기자본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익재단, 독지가, 소액기부자 등의 기부를 적극 활용했다. 저널리즘과 관련된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주주분배나 언론 이와 사업에 쓰지 않고 오로지 뉴스품질 개선과 편집국 인력 충원에만 사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신 이들은 공개평가를 통해 법인자격을 평가받고 있고, 수익의 재투자와 관련해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다. 웹사이트에 주요 후원자에 대한 실명정보와 이사회 구성원, 임원, 편집진, 취재기자에 대한 정보도 자세하게 공개하는 것도 원칙이다.

광고에 휘둘리지 않다보니 기사취재 또한 자유로운데, 주류 상업언론들이 배제하고 있는 탐사보도와 국제보도, 교육, 보건, 이주민, 교통, 환경, 범죄, 빈곤, 에너지 문제 등 다양한 지역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상업언론과 시민저널리즘이 채울 수 없는 틈새뉴스를 발굴하거나 공공이슈에 특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 미국에 비영리 독립언론이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늘어나 상업언론 틈새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고 있다. 사진은 대표적인 비영리 언론인 프로퍼브리카, 민포스트, 텍사스트리뷴, 아이워치, 캘리포니아워치 웹사이트.
 
현실성이 얼마나 있는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비영리 언론으로 분류될 수 있는 언론사는 수백여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 유니버시티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 비영리 재단들이 2005~2009년 사이 비영리 언론사에 기부한 총액은 1억2800만 달러(1400억원)에 달했다.

주류 언론에 비교해 성과도 뒤처지지 않는다. 2008년 맨해튼에서 출범한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독립언론인 프로퍼블리카는 온라인 매체로는 처음으로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일부 환자를 안락사시킨 것을 2년 반 동안 집요하게 취재했고,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고 금융위기를 불러왔는지를 심층취재한 것이 인정을 받았다. 프로퍼블리카는 개인 독지가로부터 매년 1000만 달러, 퓨(Pew) 자선신탁 같은 공익재단에서 1~2년간 100만 달러 내외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처럼 미국에서 비영리 독립언론이 각광받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상업화된 기성언론에 대한 대중들의 반작용 심리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주류 언론들이 편집국 인력을 큰폭으로 감축하고 광고주와 독자 기호에 맞추기 위해 탐사보도와 심층보도를 포기하면서 오히려 ‘진정한 언론’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식인 집단을 중심으로 비영리 독립언론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렇다면 비영리 독립언론 출현이 국내에서도 가능할까. 김 교수 등은 기성언론에 대한 염증과 해직 언론인의 증가 등 “미국에서 비영리 모델이 등장하게 된 배경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에서도 발견된다”고 밝혔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재정적 토대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개인이나 비영리 재단의 언론지원이나 기부가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또 양질의 콘텐츠라도 돈을 내고 보겠다는 대중들의 인식이 약하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미국과 같은 비영리 독립언론의 출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연구자들이 내린 잠정적 결론이다.

김 교수 등은 그러나 “재단의 출연금이나 개인 기부금을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면 ‘프레스펀드’와 같은 공적자금을 조성해 비영리 언론사의 종잣돈으로 투입하거나, 현재 실직 상태에 있는 전문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비영리 언론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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