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박창수 의문사, 2003년 김주익 죽음. 그리고 2011년 김진숙을 다시 크레인에 오르게 했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왜 동일한 일이 반복되는가. 파업권이 배제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이제는 기업의 필요가 아니라 노동의 필요를 이야기할 때다.”

1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카톨릭청년회관에 6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대학생, 프리랜서 작가, 회사원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아닌 이들이 모인 것은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하다 8년 전 같은 날 숨진 김주익 한진중공업 지회장을 추모하는 다큐 상영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파업연대기금(85기금)’이라는 이름이었다.

운영자 박아무개씨는 “2차 희망버스를 갔다 온 사람들 중에서 ‘파업권은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인데 생계 때문에 파업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파업권을 지킬 수 있게 연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이 목소리가 페이스북 네트워크를 통해 지인들끼리 자연스럽게 퍼져 나갔고, 서로 알지 못하는 이 사람들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까지 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페이스북으로 만난 이들은 같은 달 22일부터 기금 조성에 나서 지난 8월에는 한진중공업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에 2천만 원의 기금을 전달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파업권 지킴이’에 나선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 윤국성 부산울산경남열사회 회장이 1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주최로 열린 '김주익 열사 8주기 추모영상 상영회'에서 "희망버스는 시민들의 참 아름다운 정신"이라며 "한진중공업 정리 해고 문제가 정리가 되고 나서 저희도 희망버스를 만들어 어려운 사업체를 방문하고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찬 감독
 
권영숙 사회학 박사는 이날 ‘2001년 노동 2003년을 묻다’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코오롱, 콜트콜텍, 재능교육, 쌍용차, 농협 비정규지부, 주연테크 등 한국에서 장투장(장기투쟁사업장)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며 “주목되는 점은 지난 1993년 이후 파업 횟수는 줄고 있지만, 파업을 한 번 시작하면 질기게 오래가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기준 투쟁 기간이 화섬연맹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는 2401일, 특수고용자 최장기 투쟁인 재능지부는 1388일에 달한다.

권영숙 박사는 “노동자들이 호전적이고 전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매우 비타협적인 자본과 친자본적인 국가에서 노동자들은 장기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공권력과 용역 폭력과 돈의 삼중주 속에서 노동 탄압이 체계화 돼 있고 그것이 한진중공업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 박사는 “이제는 기업의 필요가 아니라 노동의 필요를 이야기 할 때”라며 노동자들의 파업에 필요한 것들을 논의․지원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출범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권력, 용역깡패, 돈의 ‘삼중주’가 있는 장기파업 투쟁장에서 돈의 압력에 굴복해 노동자 파업권이 시민권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이제는 막아야 한다. 희망버스가 하나의 사건이라면 이것은 장기적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꿈을 가진 기금 운동이다. 이것이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제안한 이유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제안문에서 “그간 이 사회, 이 민주주의로부터 배제됐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의 표시로서 나의 피 같은, 내 노동의 결실인 금전으로 그들의 파업을 지원합시다”라며 “김진숙이 무사히, 아무 탈 없이 자신의 두 발로 그 85크레인 계단을 내려오는 날, 우리는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하나의 제도적 장치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또 하나의 희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내달 기금 모금을 위한 주점, 달력 판매 등도 기획 중이다. 기금은 시민 성금으로 자발적으로 모아져 희망버스 기획단을 꾸리고 있는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비없세)이 관리하고, 노동자들의 투쟁기금과 그 가족들의 생계지원금으로 사용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이날 상영회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2년만 끌면 정리해고도 성공하고 민주노조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저들의 계획은 파산됐다”며 “이 어려운 싸움을 같이 울며 같이 웃으며 함께 해주신 희망버스를 비롯한 여러분들의 덕분이다. 여러분들 고맙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건강하게 웃으면서 내려갈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끝까지 잘 견디겠다”며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해 투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참여자 60여 명은 이날 ‘희망의 노래’, ‘김주익 동지여’를 부르며 이날 첫 오프모임을 마무리했다.

모금계좌: 국민은행 640601-04-018750 정재권(비없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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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파업연대기금 제안문: http://goo.gl/rn212

(당초 기금이 이름이 '진숙85기금'이었으나 기금 운영자 측에서 김진숙씨의 요청에 따라 '85기금'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알려와 수정합니다. 10월18일 오후 6시28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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