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안함 침몰 당시 사고시각의 잦은 번복을 비롯해 국방부의 각종 부정확한 발표를 책임졌던 원태제 대변인에 대해 검찰이 법원에서 증인채택이 이뤄졌음에도 돌연 다른 이로 증인을 교체하겠다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17일 천안함 의혹제기를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조단 민간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에 대한 3차 공판에서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원태제 전 국방부 대변인(검찰측 증인)과 정성철 88수중개발 대표(변호인측 증인)의 불출석으로 증인신문을 연기했다.
특히 검찰측 증인으로 채택된 원태제 전 대변인에 대해 검찰은 다른 증인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혀 변호인들의 반발을 샀다. 법정에서 채택된 증인들은 천안함 의혹을 규명할 주요 인물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부와 검찰·변호인 모두 합의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원태제 대변인이 현직에서 물러났고, 오히려 사건에 대해 현장에서 더욱 정확하게 알고 있는 증인인 김진황(해작사의 구조관련 책임자)씨를 신청하겠다”며 “원 전 대변인은 사고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인물로 증인을 대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변호인들은 전했다.
천안함 함미 | ||
또한 원 대변인은 브리핑 당시 “TOD 운용병들이 ‘꽝’하는 소리가 났는데 ‘배가 충돌사고인데 찾으라’는 임무를 준 것도 아닌데 둘러보다 (천안함 영상을) 잡은 것”이라고 말해 사고원인을 두고 의문을 낳게 하기도 했다.
피고인인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17일 “그동안 두 번에 걸친 증인 신문에서 ‘최초상황 좌초, 전문으로 받았다’(유종철 전 해경 501 부함장) ‘최초 좌초 9시15분이라 보고했다’(심승섭 전 해작사 작전처장) 등 새로운 사실이 자꾸 드러나니 부담을 느낀 국방부에서 원 대변인처럼 모든 상황을 발표한 대변인이 증인석에 서는 게 부담스러웠던 듯하다”며 “또한 변호인들이 질문의 폭이 넓기 때문에 집중적 신문에 의해 자칫 거짓과 조작의 내용이 드러날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이 원 전 대변인을 다른 증인으로 교체하자고 요구하자 재판장은 “재판하면서 중간에 검찰측에서 교체를 하니까 재판을 진행해나가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고 변호인들은 전했다.
지난해 9월 13일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을 때 발표자리에 있던 원태제(왼쪽에서 세번째) 당시 국방부 대변인.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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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재판부는 “어느 하나의 사안에 국한된 증인이 아니라 사건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에 천천히 부르는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변호인은 “뒤로 미루되 피고인측 증인으로 소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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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피고측 증인인 정성철 88수중개발 대표(천안함 함미인양 작업 담당)은 “천안함 인양 작업 당시 국방부와 비밀유지각서를 작성한 이유로 군에 문의했으나 아직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아 다음 기일에 참석하겠다”고 연기의사를 표명했다고 신상철 대표가 전했다.
이에 따라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며, 김진황(해작사의 구조관련 책임자)씨와 정성철 88수중개발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