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입장에서는 두둘겨 맞으면서 계속 버티느냐 아니면 이쯤해서 적당히 털고 빈 손으로 돌아가느냐의 선택이 남았다. 결국 우리 금융당국의 의지에 달렸다. 만약 론스타가 협상을 거부하고 버티겠다고 한다면 론스타 입장에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을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설령 금융당국이 론스타를 용서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론스타 펀드가 최종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외환은행의 처리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론스타가 13일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제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고 론스타의 지분을 하나금융지주가 넘겨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이 경우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은행 문제의 핵심은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여부”라면서 “론스타는 2003년 9월부터 산업자본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만약 이 사실이 확인될 경우 론스타나 우리 정부나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한 번 잘못이 드러나면 덮기가 쉽지 않은데 서로 그런 일은 피하자는 의미”라면서 “그렇게까지 가기 전에 론스타와 합의를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 교수와 일문일답.

-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가 왜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 건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면 외환은행의 지분 4% 이상을 가질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즉시 의결권이 제한되고 금융당국이 매각 명령을 내리게 된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의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해서 주식 초과 보유를 승인 받았지만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면 4%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아예 고려 대상도 안 된다.”

-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였다는 게 확실히 밝혀진 사실인가.
“비금융주력자란 비금융 자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거나 회사 자본의 25% 이상이 비금융 자회사의 자본금일 경우를 말한다. 비금융주력자 심사는 6개월마다 한 번씩 하기로 돼 있다. 금융위는 2006년 7월 이후 이 결과를 발표하지 않다가 지난 3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론스타가 일본에 퍼시픽골프매니지먼트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골프장 130여개를 운영하는 명백한 비금융 자회사다. 자산 규모가 3조7천억원. 시점이 중요한데 적어도 지난해 말은 확실하고 2005년부터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론스타의 다른 자회사 현황이 정확히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부터 비금융주력자였을 개연성도 크다. 이 경우 법적으로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될 수 없는 자가 그동안 대주주 행세를 해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건가.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꺼내면 론스타는 절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없니까. 그리고 나중에라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그 즉시 외환은행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하니까. 우리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론스타가 우리 금융당국을 속였거나. 어느 쪽이든 명백한 불법인데 어느 쪽의 책임인지 아직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짐작도 가고 정황 근거도 있지만 아직 입증된 바는 없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직 합의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 뭘 어떻게 합의한다는 말인가. 론스타의 잘못을 덮고 넘어가자는 말인가.

“간단히 설명하면 이런 시나리오다. 론스타가 자신들이 비금융주력자였다는 사실을 자수해야 한다는 게 전제다.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 가운데 4% 초과 보유분의 의결권을 즉시 제한한다. 그 다음 외환은행이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 41%를 2003년 9월 신주 발행가격 주당 4천원에 매입한다. 그러면 10.02%가 남는데 4% 초과 보유분인 6.02%는 즉시 처분하도록 하고 나머지 4%는 론스타가 보유하든지 처분하든지 알아서 하도록 한다.”

- 론스타의 지분 41%를 사실상 매입가격에 몰수하는 셈인데 론스타가 그걸 받아들일까.
“그렇지 않고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파고 들면 론스타가 그동안 받아간 배당까지 모두 토해내도록 할 수 있다. 그러려면 길고 지루한 소송을 벌여야 할 거고 그건 우리 정부나 론스타나 원하지 않을 테니까.”

- 결국 그동안 배당 챙긴 건 묵인해 줄 테니까 지분 41%는 매입한 가격에 넘기고 나가라 그 이야기인가. 왜 41%인가.
“맞다. 41%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신주 발행한 지분 비율이다. 만약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면 신주 발행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거니까. 굳이 이제와서 비금융주력자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을 테니 그냥 내놓으라는 거다. 외환은행은 그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하면 된다.”

-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건 왜인가.
“일단 자사주로 매입한 뒤 소각을 하면 일시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올라갈 텐데 임시 경영진이 들어온 뒤 그만큼 신주 발행을 하면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일시적으로 혼란은 있겠지만. 그래서 자사주 매입 소각과 신주 발행 등의 일정을 한꺼번에 발표하고 주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렇게 론스타를 내보내고 나면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독자 생존을 모색할 수 있고 하나금융이나 다른 매수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 핵심은 지금처럼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론스타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까.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에 넘기고 3조9213억원을 챙길 꿈에 부풀어 있을 텐데 빈 손으로 나가라고 하면 순순히 받아들일까.
“물론 억울할 거라고 생각된다. 8천원 받고 팔 주식을 4천원에 팔라고 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론스타 입장에서는 한 푼도 못 챙기는 것보다는 절반이라도 챙겨서 나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원금도 챙기고 배당도 받고. 이 정도면 복리 이자 수준의 투자 원리금을 회수하는 셈이니까. 그리고 론스타가 지난 8월 하나금융에서 1조5천억원을 대출 받은 게 있다. 만약 론스타 지분 41%를 매입가격에 팔면 거의 비슷한 금액이 된다. 41%를 팔아서 들어온 돈을 그대로 하나금융에 넘겨주면 아귀가 딱 맞는다. 론스타가 그동안 받아간 배당이 1조3609억원 정도 있고 일부 지분 매각으로 1조736억원 정도를 더 가져갔다. 그건 토해내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론스타 입장에서는 그동안 챙겨간 것만 인정 받고 빈 손으로 나가는 셈이다. 하나금융에서 담보 대출 받은 돈 안 갚아도 된다고 치면 그걸로 이익을 실현한 셈 치고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론스타가 받아들일까.
“이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해법이다. 외환은행도 좋고 하나금융도 좋고 우리 정부도 좋다. 다만 론스타는 좀 슬프겠지. 그렇지만 결국 이 정도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을 하게 될 거라고 본다. 론스타가 범법행위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그걸 파헤쳐서 좋을 게 없지 않느냐는 말을 하고 싶다.”

- 론스타가 재판을 걸지 않을까.
“재판을 해도 론스타가 이길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리고 최소 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릴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아니라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론스타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고,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이 아니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사이의 법정 공방이 될 테니까. 그래서 비금융주력자 여부가 문제 해결의 키워드가 되는 거다. 이번에 확정 판결이 난 외환카드 주가조작도 범죄지만 그것만으로는 론스타를 압박할 수 없다.”

-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해법일 수는 있지만 불의와 타협하는 것 아닌가. 잘잘못은 가리는 게 우선 아닐까.
“나쁜 놈들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합의가 가능하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크게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돈도 딱 들어맞는다. 41% 지분 판 걸로 받아서 그대로 하나금융 주고. 우리는 외환은행 되찾고. 론스타는 원금에 이자 챙겨 나가는 셈이니까. 그럼 모두 해결된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누구 잘못인지, 불법 여부를 가릴 수도 있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도 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론스타의 먹튀를 거들었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순리대로 푸는 게 맞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의 지분을 담보로 론스타에 대출을 해줬는데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말 외환은행에 욕심이 난다면 론스타를 내보내고 외환은행을 다시 정부 소유 은행으로 만들어 놓고 다시 인수 절차를 논의하는 게 순서다.”

- 만약 론스타가 이런 제안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
“론스타 입장에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을 무시무시한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다. 먼저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판단할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게 시작이다. 길고 긴 재판이 시작될 거고 그동안 돈은 돈대로 묶이고 의결권은 제한되면서 주식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그동안 받았던 배당도 환수 절차를 밟게 된다. 일단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들추고 나면 그때는 합의도 할 수 없다. 론스타나 우리 정부나 갈 데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가지 말자는 게 내가 주장하는 합의안의 핵심이다.”

- 당장 필요한 게 뭔가.
“우선은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외환은행의 소액주주를 모아 론스타 소환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론스타가 아무런 제재나 처벌 없이 지분을 팔고 떠나는 걸 방관하지 않겠다. 언론 보도도 문제가 많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강제 매각은 론스타가 바라는 바다. 핵심을 제대로 짚기 바란다. 우선은 임시 주총 소집에 필요한 0.75%의 주주를 모아 주총을 열고 외환은행의 이사들의 해임을 촉구할 계획이다. 만약 금융감독이 론스타의 먹튀를 방조할 경우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전성인 교수가 제안하는 론스타 퇴출 시나리오.

○ 외환은행, 수출입은행 및 한국은행은 론스타의 기존 배당 수령액에 대해 이의제기 포기
○ 론스타는 잔여 지분(10.02%) 중 4% 초과 지분(6.02%)은 즉시 처분, 나머지 4%는 보유 또는 임의 처분하고 그 매각대금은 수령
○ 론스타는 하나은행에 대한 대출금 1조5천억원의 원리금을 주식매각대금 및 기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담보대출계약 해소
○ 외환은행의 새로운 임시 경영진은 자사주 취득 이후의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재검토한 후 필요시 새로운 최종 소유주에게 신주를 발행하여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허용
○ 새로운 외환은행 대주주는 임시 주주총회 개최하여 신규 경영진 선임
○ 외환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론스타, 하나금융지주는 모두 이 합의가 정상적으로 실행된 이후 본 건과 관련하여 당사자간 및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모든 소송을 완전히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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