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펀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사건에 최종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론스타의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하고 형이 확정돼 대주주 자격이 상실되면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02%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우리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라 이번 판결이 오히려 바라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론스타의 ‘먹튀’를 우려하면서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2조1549억원에 사들여 지금까지 일부 지분 매각과 배당 등으로 2조2천억원을 챙긴 바 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그룹과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당초 계획대로 주당 1만3390원에 매각될 경우 4조4천억원을 추가로 챙기게 된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이 징벌적 강제매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론스타는 지분 전체를 하나금융에 넘기는 조건으로 시장가격의 두 배에 이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계획인데 징벌적 강제매각이란 지분을 시장가격에 내놓도록 강제하는 걸 말한다. 이 경우 거래물량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론스타의 매각차익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준환 유한대 교수는 “강제매각이 아니라 강제몰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3년 9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자체가 불법이고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은 범죄의 장물”이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팔고 떠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론스타는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인수를 금지하고 있는 우리 은행법 규정에 따라 애초에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 이제 와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나.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긴 명분이 뭐였나. 은행법에서는 금융기관이나 금융지주회사가 아닐 경우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시행령 예외 규정에 있는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우겨서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겨줬다. 그런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이미 산업자본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데 금융감독위원회 등은 애초에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금융위원회는 판단을 미루고 있다. 만약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이 없는데도 대주주 행사를 해왔던 셈이다. 외환은행 지분 10% 이상의 인수가 무효인 것은 물론이고 4% 이상의 의결권 행사도 무효가 된다. 대주주로 행사했던 주식 분할 매각이나 배당 등도 모두 원인 무효처리할 수 있다.”

-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고 지금도 산업자본이라는 근거는 확실한가.
“론스타가 일본에서 130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산규모는 2600억엔, 우리 돈으로 3조7천억원에 이른다. 비금융 자회사의 자본 총액이 25%가 넘거나 비금융자산이 2조원이 넘으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데 론스타는 4년 이상 이 기준을 넘어섰다. 금융위는 반기마다 한번씩 실시하도록 돼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를 미루다가 지난 3월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발표했는데 그 근거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석동 위원장 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던 원죄가 있기 때문에 진실을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김 위원장은 아무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이 같은 사실이 왜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건가.
“2003년 9월 기준으로 론스타의 자회사는 49개였는데 23개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에 따르면 론스타가 자회사 보유 현황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정황이 있다. 일본 골프장도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다. 론스타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비금융 자회사의 자본 총액 합계액이 전체의 25%가 훌쩍 넘는다. 문제는 당시 금감위 등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김석동 위원장과 김황식 국무총리(전 감사원장), 김용환 수출입 은행장 등 11명이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

- 최근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강제매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주가조작 사건도 심각한 범죄지만 애초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0%라고 하더라도 론스타는 절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고 돼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언론에서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대주주 자격이 상실됐다고 말하는데 본질과 다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너 대주주 자격 상실됐으니 팔고 나가라, 그러면 오히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된다. 강제매각이 아니라 강제몰수가 돼야 한다. 원금에 이자만 주고, 론스타가 그동안 챙겨간 배당은 모두 환수조치해야 한다.”

- 지금 와서 원천무효가 가능하다고 보나.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허가도 안 받고 토지매매 계약을 하면 어떻게 되나. 나중에라도 허가가 안 나면 계약이 무효가 된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비금융주력자 심사를 받지 않았다. 늦게라도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애초에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는 유동적 무효에서 확정적 무효가 된다. 잘못된 역사를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와 국민들을 속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이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 강제몰수가 가능할까.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을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줄 텐데.
“소송을 할 명분이 없고 해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본다. 우리 정부의 잘못도 있지만 애초에 론스타가 자회사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론스타의 책임도 크다. 분명한 건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이 범죄행위의 장물이라는 사실이다. 장물을 팔고 먹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원칙을 바로 세우는 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이다. 그리고 론스타 같은 투기자본이라면 우리나라에 안 들어오는 게 더 좋다.”

- 론스타 이후 외환은행은 향후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보나.
“외환은행은 정부가 4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정부 소유의 은행이었다. 지금도 정부 지분이 13% 정도 된다. 국민들의 은행이라는 이야기다. 론스타를 내보내고 독자생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금융 민영화 때 생각해 봐라. 직원들 중심으로 7조원 이상 거금을 모은 적이 있다. 외환은행도 직원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3일이면 끝난다. 첫쨋날,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딜을 파기하면 된다. 둘쨋날, 론스타에 투자 원금을 돌려주면 된다. 외환은행 우리사주조합을 동원하고 필요하다면 국민주 공모도 하면 된다. 셋쨋날, 론스타를 내보내면 끝이다. 외환은행이 다시 국민들의 은행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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