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시위를 취재하던 기자가 경찰에 연행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사업의 문제점을 적극 보도하는 기자에게마저 강제연행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재은 미디어충청 기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군과 경찰이) 취재를 보장해주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가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기자는 당시 연행과정에 대해 경찰이 보도증, 완장, 명함 등을 통해 기자 신분임을 확인하고도 이를 ‘자칭기자’로 묵살하는가하면 반말로 ‘너도 신부님과 함께 기도하지 그래’라며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 기자는 지난 4일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시위를 취재하던 중 경찰이 자신과 시위대를 둘러싼 뒤 연행했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처음에 40여 명의 경찰이 오더니 10여 분 뒤 30여 명이 더 왔다. 여경 8명도 있었다. 자신을 연행할 목적으로 부른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이 정 기자가 기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연행을 묵인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정 기자는 “해군 및 사복경찰 등 20여 명이 시위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해군 소령과 정보과 형사들은 이미 예전부터 서로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비행기' 참가자 등 80여 명이 지난달 4일 오후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서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지만, 경찰의 통제로 구럼비 해안 200미터 앞 도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훈길 기자
 
그러나 이들 경찰은 당시 정 기자를 ‘모른척’했다. 정 기자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사이 사진 취재를 제지당했고 심지어 연행하는 경찰의 경우 정 기자에게 “자칭 기자 아니냐”는 모욕을 주기도 했으며, “뭘 그렇게 적냐” “사진을 지우라”며 취재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정 기자는 오히려 ‘무단침입자’ 혹은 ‘집회·시위 참가자’로 경찰의 채증 대상이 됐다. 그는 “바로 앞에서 얼굴을 찍고 왼쪽에서 해군, 오른쪽에서 경찰이 채증했다”며 “10여 미터 앞에서 동영상을 찍고 집회참가자인지를 묻는 유도성 질문을 던지면서 이를 녹음했다”고 말했다.

연행돼 경찰조사 과정에서도 경찰이 비상식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정 기자는 지적했다. 정 기자는 “1차 조사 때 기자신분을 밝혔는데도 2차 조사 때 ‘구호를 외쳤는지’ 또는 ‘집시법으로 구속이 되면 어떨 것 같냐’ 등의 유도성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정 기자와 9명의 신부들은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 경 서귀포경찰서로 연행된 이후 다음날 밤까지 조사가 이어졌다. 정 기자는 5일 오후 9시 15분에야 석방됐다.

정 기자는 취재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을 개탄했다. 그는 “해군기지사업의 문제점은 취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며 “(해군과 경찰이) 취재를 보장해주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가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 기자는 해군의 기자들의 제한적 취재허용의 문제도 지적했다. 미디어충청, 울산노동뉴스, 참세상, 참소리 등으로 꾸려진 합동취재팀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현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도청 및 도의회 출입기자만이 현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해군의 방침 때문이라고 정 기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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