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 론스타의 주가 조작 사건이 최종 유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6일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LSF-KEB홀딩스SCA에는 벌금 250억원을,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형이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해 보유 지분(51.02%)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02%에 대해 의결권 제한조치(충족명령)를 내리고, 이후 강제 매각명령을 내리게 된다.

법원은 론스타와 유 전 대표 등이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카드의 흡수·합병 추진하면서 허위로 외환카드의 감자 계획을 밝혀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외환카드 주가는 5400원에서 2550원까지 폭락했고 외환은행은 감자 없이 외환카드 주식을 매수할 수 있었다. 론스타와 유 전 대표는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다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서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 51.02%를 주당 1만3390원에 매각하기로 하나금융과 계약을 맺고 있다. 6일 종가 7280원보다 83.9%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을 기다리던 론스타 입장에서는 유죄 판결과 강제 매각 명령이 오히려 반가울 수도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은 그야말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경제 10월7일 1면.
 

대부분 언론이 론스타의 ‘먹튀’를 방관하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실적으로 먹튀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대부분 언론의 논조지만 일부에서는 징벌적 강제 매각으로 론스타의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뿐만 아니라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가리는 재판도 진행 중이다. 애초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이었다면 매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매일경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금융위가 곧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면 하나금융이 기존 계약대로 외환은행 인수를 이달 말에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제는 “가격 조정만 남았다”고 분석했고 한국경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이르면 다음달 중 이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징벌적 강제매각 명령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언론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경제는 “시장에 내다팔도록 명령할 경우 론스타 역시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느냐”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조건없는 매각 명령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 “이 경우 합법적으로 먹튀를 보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10월7일 사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금융위가 6개월 이내의 매각 시한만 정하고 매각 방식에 특별한 조건을 걸지 않으면 론스타는 매각대금을 고스란히 투자수익으로 챙기고 떠날 수 있게 된다”면서 “론스타에게 걸려도 남는 장사가 되지 않도록 징벌적 성격이 강한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 논조를 펼쳤지만 이 신문은 론스타의 먹튀 방지보다는 하나은행의 인수 가격을 낮추는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주가조작 사건이 유죄로 일단락된 이상 기타 문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이제는 외환은행 처리와 관련된 향후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논점을 비틀었다. 이 신문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부인된다면 지금의 매각계약 등도 모두 부인된다”면서도 “다만 이미 매각 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의 이익이 침해될 수는 없으므로 매각 가격을 시세에 맞게 재조정하는 선에서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심지어 “속이 쓰리더라도 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면서 “먹튀 논란을 접고 이젠 론스타를 떠나보내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우리식대로 살겠다고 문을 닫아걸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이젠 론스타를 떠나보내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경제도 “하루라도 빨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가부 결정을 내려 외환은행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벌적 강제 매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신문은 한겨레 밖에 없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론스타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불식하려면 금융위기 시장을 통한 분산매각 같은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면 된다”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이 시장에서 분산 매각되도록 해야 투기자본의 은행 인수에 따른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넘기려는 시도를 당장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성명을 내고 “론스타 불법에 단죄할 의지가 있다면 관계법률 미비를 핑계대지 말고 적절한 징벌의 내용을 담아 입법안을 지금이라도 국회에 내면 된다”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과거에 이미 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사례도 있고 해당 법률의 취지를 볼 때 금융위의 권한으로도 강제매각 명령이 가능하다”면서 “징벌적 강제매각 명령과 함께 주가조작 사건 피해구제, 정리해고자 원직복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간과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 결과는 단순히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정도를 넘어 애초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유한대 김준환 교수는 “강제 매각이 아니라 강제 몰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이라면 론스타의 매입 원금만 돌려주고 그동안 론스타가 배당으로 챙겨간 이익을 모두 몰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은행법 시행령의 예외 규정,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인정 받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만약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분류된다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부실 여부와 무관하게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금융기관의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거나 4% 초과지분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또는 동일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을 초과하는 경우, 산업자본으로 분류된다.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론스타의 비금융자산은 13조원이 훌쩍 넘는다. 일본에서 골프장 13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03년부터 론스타는 산업자본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애초에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다”면서 “강제 매각이 아니라 원천 무효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론스타에 넘어가기 전 외환은행은 정부가 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금도 13%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국민주 매각을 포함해서 소유‧지배구조를 분산해 독자 생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쟁점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주가조작 유죄판결로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됐다. 문제는 시점이다. 대주주 자격을 박탈 당한 시점을 불법행위를 저지른 2003년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2011년으로 봐야 할까. 김 교수는 “애초에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이었다면 론스타가 챙긴 2조원과 앞으로 챙기게 될 매각 차익 4조4천억원은 장물로 보고 전액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징벌적 강제 매각은 어렵다며 발을 빼는 금융위나 이를 방조하는 언론은 론스타의 공범을 자처하는 꼴이다. 단순히 하나금융의 인수가격을 낮추거나 론스타에 세금을 물리는 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강제 매각이라는 명분으로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 건 더더욱 안 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차원에서라도 더 늦기 전에 2003년의 실수를 바로 잡고 외환은행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