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방송부적격 가요 심의기준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에서 “KBS의 가요심의를 보면 코메디수준”이라며 “KBS가 역사상 가장 부끄러웠다고 하는 땡전시기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민주당 전병헌 의원.
 

전 의원은 이날 공개한 KBS 국감자료에서 지난 7월 ‘문화예술로 알리는 시민의 소리’가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 4곡이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을 예로 들었다. 해당 곡들은 용산참사를 노래한 ‘가혹하고 이기적인(이정열)’, 4대강 사업을 비판한 ‘흐르는 강물처럼(오소리)’, 사회풍자 ‘이상한나라(더버드앤드앨리스)’, 보수신문의 왜곡보도 행태를 꼬집은 ‘뮤트(진안)’로 KBS는 이들 곡의 부적격 사유로 ‘부정적인 가사’ ‘사회갈등 조장’ ‘부정적인 가치관 조성’을 들었다. 하지만 전 의원은 이들 곡들이 MBC·SBS·기독교방송·불교방송·평화방송 등에서는 방송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KBS가) 세태 풍자를 문제 삼는다면 그건 심의가 아니라 검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애매모호한 기준도 도마위에 올랐다. KBS는 최근 JYJ의 ‘삐에로’의 가사에 포함된 ‘P.S.M.’이 ‘프레지던트 수만(SM엔터테인먼트 사장)’을 뜻한다며 개인적 원한을 담은 노래라고 해석해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JYJ측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반발해 소명서 제출,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지난해 KBS는 반반프로젝트의 ‘5분전에’ 가사 ‘오너라 어린양들 오링났니 광박에/오광으로 바꿔줄게 불러 5분전에’가 불건전·일본식표현·국가 원수 모독 우려가 있다며 방송부적격 판정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해 사회문제를 다룬 곡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방송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이와 같은 ‘국민긍지를 저해할 우려’ ‘국민정서에 맞지 않음’ ‘국가원수 모독우려’ 등과 같은 애매한 사유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부정적 정서·가치관·가사’ ‘사회갈등조장’ ‘선동하는내용’ ‘국가비하’ 등의 신규사유가 등장했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2010년 이후 13곡에 이르는 가요가 방송부적격 판결을 받았다.

전병헌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 시간에 김인규 KBS 사장에게 “국민정서에 따른 일반적인 가사를 주관적인 관념 용어를 가지고 기준이랍시고 방송금지를 하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며 “검열이란 소리 안 들으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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