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다른 말이라는 걸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안다. 그러나 해외 여러 나라들이 이미 만들었던 운하를 허물어 구불구불한 물길과 범람원과 습지와 모래톱을 복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높게 쌓은 제방과 직선으로 반듯이 흐르는 강물이 오히려 더 큰 홍수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역설적이지만 역사적으로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다.

환경 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새 책,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끔찍한 환경 파괴의 실상을 폭로한다. 최 목사는 이 책에서 “4대강의 재앙은 망가진 생태계와 썩어갈 강물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왜관철교 붕괴와 구미 송수관 파열 사고 등 4대강의 저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최 목사는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변종 운하의 수문을 열고 가로막힌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레드 피어스의 ‘강의 죽음’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수문학자와 공학자들은 강과 관련된 수많은 계획들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결론 내렸다. 흐르는 강물의 위력과 콘크리트가 정면으로 대치하면 언제나 콘크리트가 패배한다. 한 곳에서 홍수를 막으면, 다른 곳에서 더 자주 홍수가 일어난다. 공학자들이 강을 다스리려는 시도는 자연과 함께할 때, 자연의 요구에 순응할 때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최 목사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제방을 허물고 여울과 은빛 모래밭과 구불구불한 물길을 복원해 유속이 느려지게 만들어 홍수를 예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자강 운하를 허물어 물길을 복원한 독일이 좋은 사례다. 네덜란드의 수문학자 피에트 닌후이스는 “강을 위해 더 넓은 공간을 허락해야 한다”면서 “강은 홍수로 불어날 물을 그저 쓸어버리는 배수로가 아니라 홍수를 포용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바닥과 제방과 강기슭이 지속적으로 무너지는 침식이 본류에서 지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확산되는 현상을 역행침식이라고 한다.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역행침식이 발견된다. 지천의 수위와 낙차가 커져 유속이 커지면서 강바닥과 제방이 파괴되고 있다. 최 박사는 “한번 파괴가 시작되면 지속적으로 다른 파괴를 유발하는데 이런 침식현상은 토양이 모레일 경우 더 빨리 퍼져 나가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홍수 대책인 것처럼 포장해 왔지만 4대강을 비롯한 국가하천에서 일어나는 홍수 피해는 3.6%에 지나지 않는다. 홍수 대비가 필요한 곳은 4대강이 아니라 지방하천과 소하천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모두 6만4900km에 이르는데 4대강 사업에서 준설한 구간은 634km, 1%도 안 된다. 최 목사는 “1%의 하천을 준설해서 99%의 홍수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유치원생도 아는 기초 상식”이라고 지적한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4대강 홍보 동영상에는 피라미의 산란 장면이 담겨 있지만 피라미는 얕은 여울의 모래에서 산란을 한다. 강바닥이 깊어지면 햇볕이 닿지 않는 곳에 살 수 없는 민물조개와 그 안에 알을 낳는 묵납자루와 각시붕어 등의 물고기들도 사라지게 된다. 최 목사는 “물고기가 알도 낳을 수 없는 죽음의 수로를 만들면서 생명의 강이라고 홍보하는 건 천하의 사기극”이라고 지적한다.

“한강에 보를 세웠더니 황복이 돌아왔다”는 정부의 주장도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황복은 바다에 살면서 강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돌아간다. 보를 뛰어넘지 않는 이상 한강에는 황복이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섬진강에 사는 갈겨니를 청계천에 방류해 놓고 청계천이 살아났다고 홍보하던 어처구니 없는 구태의 반복이다. 청계천 복원을 처음 제안했던 고 박경리 선생은 “발등을 찍고 싶을만큼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 목사는 4대강을 변종 운하라고 규정한다. 낙동강에 들어설 8개의 보 가운데 7개가 10~13m에 이르는 대형 댐이라는 사실, 특히 함안보의 저류량이 대형 댐 기준의 128배가 넘는 1억2800만톤에 이른다는 사실, 강정보 수문의 크기가 대형 댐 기준의 1.5배에 이른다는 사실, 낙동강 공사 구간 가운데서도 기존의 한반도 대운하 구간만 준설 작업이 진행됐다는 사실 등이 최 목사가 제시하는 그 증거다.

최 목사의 주장은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 필요하다”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최 목사는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댐을 세워 물이 정체되면 녹조류가 번성해 대장균 가득한 똥물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주장한다. 최 목사는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 사업이라고 주장하려면 왜 한강 물에 대장균이 득실대는지 구의·자양 취수장이 잠실보의 그 많은 물을 두고 1800억원을 들여 상류로 이전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거침없이 흐르는 강을 길들일 수는 없다. 이리로 흘러라, 저리로 흘러라하며 복종시킬 수 없다.“ 패트릭 맥컬리는 ‘소리 잃은 강’이라는 책에서 “건강한 강은 다양한 생명이 살며 자연적인 주기에 따라 범람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진정한 홍수 대책은 댐이나 자연 등 오만한 인간의 기술이 아니라 강 주변의 숲을 올바로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도시에 아무리 큰 배수로를 만들어도, 강을 아무리 넓고 곧게 만들어도, 강물이 경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무리 제방을 높게 쌓아도 이 모든 노력을 조롱이라도 하듯 홍수는 계속 일어났다. 미시시피강으로부터 다뉴브강에 이르기까지 홍수 없는 미래를 실현한 강은 없었다. 제방은 가장 약한 연결고리나 다름 없었고 자연은 어김 없이 그런 곳을 찾아냈다.”(프레드 피어스, ‘강의 죽음’ 가운데.)

최 목사는 환경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가장 열정적인 환경 운동가다. 최 목사는 이 책에서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대운하 사업이 아름다운 생태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수질을 오염시키고 통제 불가능한 끔찍한 환경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90%가 아니라 100% 완공이 됐다고 하더라도 더 늦기 전에 둑과 제방을 허물고 자연 하천을 복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고 호소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 최병성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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