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1시 30분 국회 귀빈식당. 야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박웃음’을 머금고 서로를 격려했다. 일찍 도착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농담을 전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범야권 인사들이 후보 단일화 ‘룰’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야권이 단일화 얘기를 꺼내면서도 막상 현실화할 경우 ‘룰’을 놓고 밀고 당기는 진통을 이어갔던 과거의 모습과 사뭇 다른 그림이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경기도지사 선거까지 각 당 후보들이 후보자 등록을 다 한 이후에 각자 선거를 진행하다 막판에 극적 단일화를 이룬 경우도 있었지만, 진통만 이어가다 단일화가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이다.

   
범야권은 2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선출 방법을 합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정민 기자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야권의 서울시장 매듭은 술술 풀리는 반면, 한나라당은 점점 꼬이는 형국이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 시민사회 쪽 박원순 변호사,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 등은 28일 국회에서 야권 단일후보 선출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야권은 10월 3일 최종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합의 내용은 여론조사 30%, TV토론 배심원 평가 30%, 참여경선 40%를 반영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서울시 난맥상을 바로잡는 중요한 선거”라면서 “모든 세력이 공동 선대위를 구성해서 필사적으로 당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장 단일화 합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내년 중요한 선거를 앞둔 야권이 단일화의 롤 모델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어떤 단일화 과정보다 승리하는, 존중하고 양보하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모두의 승리, 정치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통합과 변화는 천만 서울시민의 지상명령이다. 모두 승리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통합이 과정에서 자갈밭과 진흙길이 나타나지만 종착역은 감동적인 모습일 것”이라며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이 이날 겹경사를 맞은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박원순 변호사는 물론 박영선 의원도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경쟁에서 경쟁력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 등에서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는 당무회의에서 “오늘 아침 발표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드디어 박영선 후보가 여당의 나경원 후보와 1대1 가상 대결에서 7%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야권 단일화 후보에서는 아직은 뒤지지만 23일전에 비하면 격차를 3분의 1로 줄였다. 오차범위내로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송영길 인천광역시장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등 제1야당 서울시장 후보라는 상징성을 활용하는 선거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도 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경선이 빡빡한 경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선거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박원순 펀드’가 개설하자마자 목표액에 다다를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고무된 표정이다.

박원순 변호사 쪽에서는 야권 단일후보 룰 결정 과정에서 ‘양보’를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원순 선거캠프 송호창 대변인은 “지난 26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선거인단명부 공개’라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함으로서 결렬위기를 맞았으나 박원순 예비후보 측에서 대승적으로 ‘선거인단명부 공개’를 수용해 타결에 이르게 됐다. 박원순 예비후보는 일관되게 통합야권후보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불리한 조건도 감수하겠다는 양보와 타협의 자세를 견지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야권의 단일화 진척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전략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여유 있게 앞서더라도 실제 선거 결과는 야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이 조금씩 밀리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고민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나경원 의원을 최종 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했지만,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석연 변호사가 “여당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쇼에 서울시민들이 감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정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에 감동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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