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가운데 언론계와 학계, 언론관련 시민단체에 속한 미디어렙 법안 전문가들이 모여 깊이 있는 토론회를 가졌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미디어렙 법안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현재 실질적으로 시도가 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도 함께 모색했다.

토론회는 ‘미디어렙법 입법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이름으로 26일 오후3시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방송독립포럼이 주최하고 방정배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토론회는 시작부터 미디어렙법 입법에 관한 논의로 열기를 띄었다. 신태섭 교수는 발제문‘종편과 미디어렙법의 함수관계 및 대안’에서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의 순기능으로 독립적인 제 3의 기관이 방송의 재정을 조달함으로써 방송이 자본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도록 한다는 점과 광고취약 매체를 정책적으로 배려해 매체다양성을 지원하는 것으로 꼽았다.

   
▲ 2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미디어렙법 입법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서 방정배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백경빈 기자
 
하지만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다매체 다채널화에 따른 지상파TV 광고시장 위축, 코바코 독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조중동매 종편 도입”을 이유로 들며 “적절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광고시장은 2010년 8조 4,501억원인데, 수년 내에 종편1사당 5000억원씩 총 2조원을 종편이 잠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종편사들은 설립모체인 신문사와 함께 광고주를 압박하는 상황은 불문가지”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한나라당이 제시한 미디어렙 법안 3가지가 모두 종편 및 보도PP의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배제했음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6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종편PP의 직접 광고영업 허용 의지를 재차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노골적으로 “종편의 안착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백경빈 기자
 
하지만 이에 대항하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방안들이 서로 다르다. 1공1민(1개의 공영미디어렙과 1개의 민영미디어렙을 허용) 방안만 하더라도, 어느 지상파를 공영렙에 포함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공다민(KBS와 EBS는 제1공영렙, MBC는 제2공영렙, SBS와 종편PP는 민영렙) 방안도 있으며, 1사1렙(각 방송사의 공적 의무를 담보하되, 회사 경영과 분리된 미디어렙을 자회사 형태로 운영)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종편에 대해 전망하며 “가장 걱정되는 상황은 망해야 하는데 망하지 않고 자기보다 약한 매체를 수탈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방통위는 종편을 4개나 만들었고, 국회는 2년 유예, 3년 유예로 싸우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종편의 일부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라며 “나머지는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 킬러 콘텐츠 위주로 단계적으로 넓혀가면서 매체인지도를 높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원장은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정치지형이 바뀌길 기대하고 버티면서 종편 출범 전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 백경빈 기자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조중동방송에 특혜를 주고 종편에 대해 미디어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무법 상태를 제어하기 힘든 현재 상황”이라며 “원포인트 입법이 유력한 제안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에 참관한 이요상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사무총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단체로서 운동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왔다”며 “조중동의 방송장악 저지를 위해 관련 컨소시엄에 참가한 4개 제약사에 대한 광고주 불매운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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