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으로 통일운동에 헌신했던 박용길 장로가 25일 오전 1시 30분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박 장로는 1919년 9월1일 황해도 수안군에서 태어나 경기여학교와 일본 요코하마 여자신학교를 졸업한 뒤, 1938년 도쿄 지역 한국 신학생 모임에서 남편인 문익환 목사를 처음 만났다. 당시 그의 집안 식구들은 몸이 허약했던 문 목사와의 결혼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박 장로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1944년 6월17일 안동교회에서 문 목사와 결혼했다.

이후 박 장로는 문 목사와 함께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특히, 1976년 문익환 목사가 ‘3·1 민주구국선언’에 연루돼 투옥되면서 그도 본격적인 투쟁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박 장로는 문 목사가 통일·민주운동의 길에 뒤늦게 들어섰다는 뜻으로 ‘늦봄’이라는 호를 짓자, 그 길에 끝까지 함께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호를 ‘봄길’이라고 짓기도 했다.

   
▲ 고 박용길 장로. ⓒ연합뉴스
 

1994년 문 목사가 1월 18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면서 이때부터 박 장로는 남편을 대신해 통일운동에 앞장섰다. 박 장로는 1995년 김일성 주석 1주기를 맞아 평양을 방문했으며 2000년에는 노동당 창건 55돌 초청인사 자격으로 다시 방북했다.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200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박 장로는 통일맞이,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통일연대 등의 상임고문을 지냈고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 명예대표를 역임하는 등 통일운동단체에서 지도적 역할을 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의장이기도 했다.

유족은 딸 영금, 아들 의근(JP모건 시카고 부사장), 성근(배우)씨, 며느리 정은숙(성신여대 석좌교수), 김성심씨와 사위 박성수씨가 있다. 유족들은 문 목사가 그랬듯, 고인의 뜻에 따라 ‘각막’을 기증했다.

빈소는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통일의 봄길 고 박용길 장로 겨레장’으로 4일 동안 치러진다. 28일 오전 9시에 발인한 뒤, 고인은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문 목사와 함께 합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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