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신재민 금품수수 의혹’ 폭로의 보도를 둘러싸고 때아닌 ‘엠바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사저널이 첫 보도를 하기 전부터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 역시 이국철 회장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다. 23일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기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에 대한 취재는 3사 개별적으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신재민 스폰’에 관한 의혹이 흘러나왔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청와대에 최후통첩을 한 게 있고 시사저널이 주간지라 26일까지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이 회장의 요청에 26일 00시 보도를 조건으로 걸고 엠바고에 동의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이 회장이 세 언론사도 엠바고에 약속했다고 말해 엠바고가 성립된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세 언론사의 취재기자들 서로 간에 엠바고 합의는 없었다.

   
▲ 21일 시사저널 인터넷판에 실린 '신재민 금품수수 의혹' 단독보도.
 

문제는 시사저널이 21일 단독으로 인터넷판 기사를 내보내면서 불거졌다. 보도가 나간 뒤 이국철 회장은 시사저널에 공문을 보내 ‘기사를 내려줄 것’ ‘잡지 발행 금지’ 등을 요청하며 항의했다. 특히 두 달간 취재해 온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트위터에 “(시사저널의) 자사이기주의”라는 글을 남겼다.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6일 같이 보도하기로 동의를 했다면 엠바고가 성립이 된 것”이라며 “그 당시 다른 두 언론사가 동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구 기자는 “(21일 단독보도는) 취재윤리 상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구 기자는 “이 회장 요청 당시 세 언론사가 연동돼 있음을 서로 알았기 때문에 언론사 간 엠바고도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사저널은 엠바고 파기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장은 “독자적인 취재가 있었다”며 “이 회장과 보도시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함은 있지만 내부 판단을 거쳐 1보를 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자생활을 하면서 알고 봐온 관행도 그렇고 엠바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국철 회장을 취재한 김지영 시사저널 기자도 “신재민 전 차관과 20일 인터뷰했고 추가적으로 (금품 수수와 관련해 이 회장이 언급한) 두 사람의 얘기도 듣고 난 후 보도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구교형 경향신문 기자는 “(폭로의) 키를 쥐고 있는 이 회장이 편의를 봐 달라 했던 것”이라며 “엠바고다, 아니다, 얘기하기보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두 언론사가 이 회장 취재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 온 것으로 안다"며 “기자로서 욕심이 다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 회장의 요청을 존중했던 것 같고, 시사저널은 자사 판단에 따라 보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국철 SLS 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재민 전 차관에게 수년간 금품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CBS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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