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으로 정계에 진출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십수억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언론계 내부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신재민 전 차관은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주간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편집부국장 등을 지낸 언론인으로 2007년 대선 이후 MB정부의 ‘언론참모’로 활동해 왔다.

이에 앞서 언론인 출신 김두우·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1. 구속기소)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또는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신재민을 비롯해 현 정부의 ‘언론계 출신’ 실세들이 과연 얼마나 부패·비리에 연루돼 있을지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현재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언론인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창피하고 부끄럽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다른 정권시절에도 기자들이 언론계 입문을 했지만 이번에는 부패가 드러나는 출발점에 언론계 출신이 등장해 기자협회 입장에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이어 “언론의 정도를 걷지 않고 정치권으로 진출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사람들이 결국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미리 예견됐다”며 “언론계에서 폴리널리스트, 즉 정권과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기에 의혹에 휘말리는 것은 이 정권에 몸담은 언론계 출신들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평했다.

   
▲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인의 ‘기본 자질’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하는 데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며 “언론을 출세의 길로 보고, 권력자들에 충성만한 사람들의 말로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위원장도 “제대로 된 언론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충격적인 것은 기본적으로 최소한 언론인으로서의 공적인 자각, 직업윤리가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며 “사적 모리배에 불과한 사람들이 언론인으로 살고 있다”며 통탄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이 쉽게 정계에 뛰어들고 비리에 연루되는 ‘언론계의 구조’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언론사가 존재하는 양식은 얻은 정보를 사적 혹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더라도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이라며 “필연적으로 부패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했다. 그 이유로 언론이 정계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때 기자의 기사는 독립성을 잃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경래 KBS 보도부 기자는 “기본적으로 언론인이 정치권에 그렇게 유행처럼 떼거리로 진입하는 것에 반대”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상당수 기자들이 정치적 입지를 쌓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며 두 영역을 동시에 해왔다”며 “(정계진출이) 개인적인 선택일지 모르겠지만, 썼던 기사를 누가 믿겠냐”고 비판했다.

인터넷매체 모 정치부 기자도 “솔직히 저는 기자는 정치하면 안될 것 같다”며 “언론인 출신의 비리는 작은 것이라도 파장이 더 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장행훈 언론광장 대표도 “언론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게 외국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폴리널리스트가 유행처럼 많은 곳은 없다”며 “프랑스는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때 2~3명의 기자가 엘리제궁에 들어간 걸 두고도 비판이 엄청났고 지금도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