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2009년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을 직접 조사한 권모 경감이 지난달 29일 열린 공판에 불출석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사유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장세환(전북 전주 완산을) 의원은 22일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조선일보 사장 조사에 대한 권 경감의 증언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에 해를 끼치는 것이냐”며 조현오 경찰청장을 질타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소속인 권모 경감은 조선일보 방 사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2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우상재 부장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바 있다.

권모 경감은 8월 17일 법원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수사에 전반적으로 관여한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관여해 증언할 게 많지 않다’는 것과 ‘경찰관으로서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증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조현오 경찰청장. ⓒ이치열 기자
 

그러나 장 의원은 “권 경감이 ‘경찰관으로서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증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사유가 정당화되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바로 ‘당해 감독관공서 등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증인신문 승낙을 거부’한 경우인데 이는 공무원의 해당 증언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만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따라서 권 경감이 증언을 거부했고, 증언을 거부한 것은 해당 공무소(경찰청)가 권 경감에 대한 증인신문 허락을 거부한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며 “이 경우 권 경감의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법정에서의 증언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사장 보호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냐”는 장 의원의 질문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은 “제 생각은 (경찰관이) 그런 데 당당히 나가서 수사에 대한 것을 법테두리 안에서 다 밝히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경기청장 할 때 강력계장으로 근무했던 이명균 삼척서장한테 바로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증언을) 안 하려고 하는 걸 제가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다”면서 “자기가 출석을 하겠다고 저한테 약속을 했다. 아마 삼척서장이 다음에 출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출석하는 것으로 알겠다”면서도 “중앙경찰학교가 제작해서 배포한 법정증언에 관한 내용을 보면, ‘경찰관이 증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한정되기에 경찰관의 증인 거부권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유권 해석에 권 경감이 분명히 위배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현행 형사소송법 제147조(공무상비밀과 증인자격)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알게 된 사실에 관하여 본인 또는 당해 공무소가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증인으로 신문하지 못한다(1항)”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2항에서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감독관공서는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 한겨레 9월 2일자 31면.
 

한편, 장 씨가 숨지기 여러 사람에게 ‘거액 수표’를 받은 사실을 제대로 수사했는지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당시 (장자연 씨에게) 돈을 보낸 사람들을 직접 조사 했을텐데, (조사 결과) 돈을 보낸 이유가 뭐였냐”고 물었다. 이에 조 청장은 “저희는 성매매 대가로 보고 집중적으로 추궁을 했는데, 본인들이 완강하게 부인을 했다”며 “저희들은 구체적인 증거는 못 찾아냈다”고 답했다.

앞서 한겨레 정재권 논설위원은 9월 2일자 <‘장자연 사건’ 끝나지 않았다>는 칼럼에서 7월호 <신동아> 보도를 인용해 “장씨 그리고 가까운 주변사람 계좌에 정체불명의 100만원 이상 고액권 수표가 입금됐다”며 “경찰은 고액권 수표의 주인 20~30명을 상대로 경위 조사를 벌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만약 장 씨에게 누군가가 고액 수표를 입금한 것이 사실이라면, ‘성매매’의 대가라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한 ‘사건’이라는 게 정 논설위원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경찰청 국감에서 조현오 청장을 상대로 수표의 진실을 캐물어야 한다. ‘피해자는 있되 가해자는 없는 사건’의 가해자를 찾아야 한다”는 정 논설위원의 말은 “구체적인 증거는 못찾아냈다”는 조 청장의 대답에 ‘대답없는 메아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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