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안철수, 뭔가 세상을 고칠 것 같은 백신이지만…”
“안철수, 뭔가 세상을 고칠 것 같은 백신이지만…”
한겨레 ‘직설’ 한홍구-서해성을 만나다…"노무현 서거-촛불을 민주당이 간장종지로 받은 것"

‘10만 안티’의 힘은 대단했다. 못다 한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끝내 풀질 않았다. 한홍구는 “아직도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서해성은 “‘직설하는 자들은 직설이 없었다’고 하라”고 했다. 그만큼 상처는 크고 깊었던 것이리라. 그래도 이건 곤란하다. <직설>을 ‘직설’하기로 한 자리 아닌가.

2시간 남짓 명동 근처 음식점에서 ‘직설’이 이어지는 동안, 두 사람이 유일하게 꺼렸던 주제는 ‘놈현 관장사’ 사태였다. 지난해 5월, 한겨레가 창간 22돌을 맞아 “껌 좀 씹고, 다리 좀 떨고, 문고리 잡는 자세로” 한국사회의 지난 10년을 말하겠다며 시작한 <직설>은 한 달도 안 된 6월 11일 편으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노 세력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5월23일)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한겨레는 나흘만에 편집국장 명의의 사과문을 1면에 실었지만, ‘노무현은 성역이냐’는 반론과 함께 논쟁은 이어졌다. 

한홍구-서해성은 당시 초대 손님인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을 통해 진보진영 내부에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돌아보고, 극복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설화 사건은 그들의 평가처럼 “노무현 정권과 그 계승에 대한 평가, 일간 신문지면에서의 표현 수위 등에 관한 발전적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직설>이 하고자 했던 ‘진보진영의 치열한 성찰’은 그렇게 불발된 채, 총선·대선은 1년 앞으로 다가와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왼쪽), 서해성 한신대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미디어오늘(아래 미) ‘10만 안티’를 한큐에 얻었던,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솔직히.

한홍구(아래 한) 아직도 벌렁벌렁해서~.(웃음) 천정배 편 나가고 댓글이 몇 개 달렸나 했는데, 보고 있자니 죽죽 올라가.
서해성(아래 서) 뭐라고 그래?

70이 서해성 죽일놈이고, 5~10이 고경태(<직설>을 기획하고 진행·정리를 맡았던 한겨레 기자) 죽일놈, 20%가 서해성-고경태 죽일 놈, 1%가 안 되게 “한홍구는 왜 그랬대? 왜 그런 놈하고 논대?”야.(웃음) 그때부터 솔직히 스텝이 꼬였지. 직후 강기갑(당시 민주노동당 대표) 선수를 만났는데, 말이 안 나가. 강 선수가 평소 말 하는 스타일이 진솔해서 ‘직설’같은 과는 아닌데, 우리까지 말 스텝이 꼬이다 보니…. ‘직설’에서 제일 재미없었던 게 그걸 꺼야.

미디어오늘에도 섭섭해. 다른 덴 몰라도 언론적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 같은 걸 얘기해야거든? 그런데 리뷰만 하는 거야. 차라리 논쟁을 붙이던지. 친노 문제가 생기니까 아무 말도 못하더만, 무서워서.

논란이 있던 다음주에 유시민을 불렀는데 안 나왔어. 다른 선수도 불렀는데 안 나오고. 친노 세력이 반성해야 할 것이 있지 않느냐,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성한용 편집국장이 나흘만에 1면에 “부적절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노 전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과 독자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실었는데, 동의하나요?

내용을 떠나서 우리 입장에서 미안한 부분이 있어. 정성껏 음식을 차리면서 땅콩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그걸 썼단 말야. 그 사람이 음식을 먹고 호흡 곤란이 와서 실려갔다면 얼마나 미안해. 그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르지만 말야. 우리가 미안한 건 딱 거기까지. 그런데 그걸 갖고 “저놈들이 나를 죽이려고 그랬다. 저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라고 나오는 건 아닌 거지. 우리가 <직설> 을 만든 이유 가운데 하나가 ‘친노’에게 노무현 시대의 잘못을 제대로 한 번 얘기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성하고 극복할 게 뭔지 얘기를 끄집어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첫 편을 한겨레 비판으로 시작한 것도 우리 진영 내부를 비판하자는 거였는데…지난 5년 동안 참여정부를 좌지우지하면서 제일 욕먹고 책임져야 할 놈들에게 제대로 ‘직설’을 날리기도 전에 사단이 났지.
서 책임 추궁이 아니라, 진보진영 내부에 대한 치열한 비판을 가해 보자, 문제를 딛고 넘어서야 새로운 민주주의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지.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중요했는데, 거기서 막혀버림으로써 성찰이 막혔고, 선거는 이제 1년 밖에 안 남았지.

당시 초대했던 천정배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천 의원의 판단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 않아. 쭉 지켜본 사람으로서 부족한 점도 있지만, 민주당 현역 중에 찾는다면 나름 민주당을 살릴 수 있는 역할들을 해야 할 위치에 있었지. 그런데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전혀 예상 못했던 폭풍의 쓰나미가 왼쪽 오른쪽에서 터졌거든. 곽노현 사건으로 진보 전체가 어벙벙 해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안풍’이 거세게 불어왔지. 민주당은 MB정권이 들어서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는 참사를 겪고도 뭐랄까,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았어. 친노 그룹의 상당수도 정치적 책임은 커녕 어떻게든 한을 풀겠다는 자세들이 없어. 그런 게 오늘날 민주당의 몰락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어. 하지만 ‘안풍’이 부는 것 자체가 민주당이 오죽 못했으면 저럴까 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정통 민주 세력이랄까, 민주화운동으로 군사독재를 몰아내고 그래도 여기까지 민주화를 이끌어온 세력이 민주당인데 한나라당과 똑같은 취급을 받아도 되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천정배 정동영 같은 사람이 해줘야 할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싶어.

우리 근현대사에서 100년 동안 민심이 폭발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촛불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는 어마어마하게 민심이 폭발한 거거든. 6월 항쟁이 두 번 있었던 거야. 그런데 폭포수처럼 떨어진 민심을 민주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간장종지로 받았어. 둘 다 이 시기에 성장을 안 했지. 민심이 뭘 안한 게 아니라 정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그걸 받아낼 준비와 역량이 안 돼 있는 거야.

우리도 저마다 시민운동에 관계하고 있는 처지지만,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좋은 시절 동안 우리 몸집을 불린 게 아니라 뭐 떨어지면 그거 받아먹느라 정신없던 거야. 그러다 보니 시민운동단체가 야성을 잃은 거지.

그거 몇 년 하다 보니 배에 기름이 껴서 MB체제가 들어섰는데 싸울 수 있는 ‘근육’이 없어. 냄새도 맡고 소리도 들어야는데 안 돼. 떨어진 거 먹다 똥개가 된 거여. 4대강 때도 그래. 민주당이 한 구간이라도 막았냐고. 그러니까 대중이 광야로 쏟아져 나왔을 때 이끌고 나갈 목소리가 없는 거야. 8월24일(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일)이 복지대첩 아녀? 그런데 결과가 아무것도 없어. 3일 만에 곽노현이 수류탄 던져버리니 민주당이 한 큐에 가 버려. 그걸 우리 것으로 끌고 갈 힘이 민주당과 시민사회엔 없어. 이렇게 가면 총선 대선에서 지는 거야. 대중이 승리를 가져다주는데도 그걸 정치권력으로 바꿔치기하지 못하면 대중의 마음은 어떻게 되겠어. 그 마음이 ‘안철수’ 마음이야. 흥분된 마음과 기대치를 쏟을 데가 없는데 안철수가 나타난 거지. 뭔가 세상을 고쳐줄 꺼 같은 백신이.

제도권 정치가 대의를 못 따라가니 대중들이 거리에 나오는 건데, 사람들이 이젠 거리에 나오는 것만 갖고 안 된다는 걸 촛불 때 안 거야. 이게 ‘투표율의 정치’가 된 거지. 그런데 봐. 안철수가 박원순한테 ‘50%가 5%에게’ 양보할 때 신문 한 귀퉁이에 나온 기사가 뭔 줄 알아? ‘진보신당 통합 안한다’야. 진보가 자기 소망을 담을 틀이 아니라는 걸 대중이 알았는데, 합쳐도 5%도 안되는 그나마도 안 한다고 하니 누가 거기에 마음을 쏟겠어?

하지만 대중의 기대가 곧 정치로 이어진다고 쉽게 생각하면 안돼. 그럼 이효리가 정치해야지. 진보 영역의 확장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 돼.

박원순 변호사가 예전에 <직설>에 나와 ‘정치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박 변호사는 지난 4월14일자 <직설>에서 “정치권은 사람도 많은데 시민사회는 대체재가 부족하지 않나” “자신은 중간 지대에 있는 게 운명”이라고 했다)

   
서해성 한신대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렇지 않아. 시민사회가 정치세력화하는 것에 대해 여러 번 노력이 있었고, 그걸 부당하다거나 나쁘다고 볼 수 없는 거거든. 박변은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이었고.

시민사회에서 인물을 꼽으라면 박변인데, 슬픈 건 5%란 거야. 안철수가 밀어줘서 박변이 뜬 거지 안 그랬으면 계속 5%거든. 다행히 박변이 시장이 된다면 시민사회가 갖고 있던 준비된 콘텐츠를 통해 지지율과 신뢰를 끌어올려야지.

그러고 보면 한국이 대단히 심정적 국가야. 안철수는 안철수, 박원순은 박원순인데. 그렇다고 안철수가 더 좌측에 있는 것도 아냐. 문제의 위험성이 거기에 있는 거야.

지금 우리가 진보냐 보수냐 따지는데, 난 안철수가 등장해 기성 체제를 무너뜨린다면 그 자체는 진보라고 생각해.

하지만 안철수에 대한 함정이 있어. 첫 번째는 정치란 좋은 말이 흙탕물에서 뛰는 거야. 안철수가 어떤 화상을 입고 화살을 맞을지 알 수 없는데, 문제는 ‘하얀 준마’가 아직 흙탕물에 안 들어왔다는 거지. 두 번째는 안철수는 기본적으로 성공 스토리라는 거야. 진보와의 차별성이 그 지점에서 생기는 거지.
한 안철수는 진보처럼 전면적이진 않아도 젊은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어. 강남 아줌마들 입장에서도 ‘한나라당은 소멸해야 할 정당’이란 말을 하기 전까진 롤모델이었거든. 그런 성공 스토리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거지.

CEO 대통령이 왜 위험한지 경험해서 알잖아. 이명박을 보라고. 나라를 망쳤잖아. CEO는 나라를 경영하면 안돼. 갑자기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국회의원이 되고 시장이 되고 자신의 활동에 책임을 지는, 그런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해.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그렇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바로 뛰어들어야 훨씬 유리하지.

정치적 경험이 없으면 위험해. 안티 10만명 생겨도 괜찮아. CEO가 실패하면 회사가 망하지만 정치인의 미숙함은 국민과 국가에 심각한 사회적 결핍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직설’해 보죠.

언론의 자유를 누린 건 <직설> 말고는 거의 없었던 거 아닌가.(웃음)

‘떠들고 있는 동안은 절대 안 잡혀간다’.(웃음) 1년 떠드는 동안 우리 때문은 아니지만, 세상이 바뀌었지. 정말 온갖 얘기가 다 들려왔는데.

이명박 정부에선 언론이 없지. 주류언론에선 선전기관과 언론이 구분이 안되니까. KBS, MBC, SBS는 선전기관으로 전락했고, 조중동은 원래 기관지였고. 비주류라 할 수 있는 한겨레, 경향, 인터넷언론 중에선 미디어오늘 정도…

지난 정부에선 조중동이 몰아붙여도 방송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줬는데, 그러다 보니 저쪽에서 방송 장악부터 했지. 민주정권 10년 동안 한겨레나 경향이 제 덩치 못 키우고 자기 존립기반 늘리지 못하고 사회적 영향력 늘리지 못한 거, 그게 제일 통탄할 일이지.

통탄할 일이 아니라 한심한 거야. 아마추어. 조중동은 정권 바뀌니까 제일 먼저 뭐라고해? “오빠, 방송 줘.”

진보언론은 민심이 변화하고 있는 부분을 몰랐던 거고, 촛불 때도 아전인수했지. 세상의 변화를 감지 못하고 아직도 자기들의 영향력이 되게 큰 줄 알아. 저희들이 갖고 있는 게 이쑤시개만도 못한데 전봇대만한 줄 알거든. 그러니 ‘아나, 진보’가 됐지. 그리고 진보가 너무 갈라져있어.

진보가 가장 위험할 때가 언제냐면, 종교 집단을 닮아갈 때야. 자기 집단끼리만 커뮤니케이션할 때. 진보는 소위 적과 소통을 잘 해야 돼. 자기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변화를 끊임없이 일으키려고 해야지, 자기 조직 내에 기도문으로 전락하는 건 진보가 문 닫아가는 과정이거든. 난 안철수가 먹힌 게 진보가 자기기도문에 빠져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봐요.

진보언론도 나름 고민이 많던데요. 곽노현 사태가 터졌을 때도 그렇고.

돈을 거래한 것 자체가 좋은 일은 아니지. 문제는 저쪽이 진보 진영이 승리했을 때 써먹으려고 했던 카드를 써 먹은 거 아닌가? 8·24 대첩에 수류탄을 던진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어. 하나는 곽노현이 주도하는 진보적 교육 개혁의 명줄을 끊겠다는 것, 또 하나는 10·26 선거를 거쳐 총선-대선으로 이어질 복지 논쟁에서 ‘진보가 말하는 복지가 얼마나 비윤리적인가’를 대중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 곽노현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노리는 고도의 정책적 목적에 맞서 싸우는 것이고, 그것은 정당하다고 봐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돈을 준 거 자체는 정당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쪽이 곽노현 사태를 통해 뭘 얻으려고 하는지 빤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똥물이 덜 튀게 빨리 자르려고 했지. 지난 몇 주 동안 정치 상황이 휙휙 돌아가면서 곽노현에 대한 여론의 흐름도 바뀌었는데, 그게 실제 여론이 변한 건지 ‘안풍’이라는 초대형 태풍 속에서 덩달아 그런 건지 민주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해요.

가장 커다란 문제는, 한나라당 뜻대로 됐다는 거예요. 오세훈 통해 무상급식 막으려고 했는데 안됐거든? 그런데 곽노현이 기소돼서 감옥에 가 있어 결국 한나라당이 내려보낸 부교육감이 대행하는 건데, 그렇다면 실질적 교육 정책은 끝난 거지. 돈 주고 안 주고 하는 문제는 앞으로 법정서 따져야 할 일이고.

한겨레출판이 1년 동안 연재된 글을 묶어 최근 책으로 냈던데, 기분이 어때요?

신문으로 볼 때가 재밌어. ‘이때’ 이야기인데 지금은 ‘그때’ 얘기가 됐거든. 다시 책을 낸다면 당시 한겨레 앞·뒷면을 축소복사해 주는 거야.(웃음)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을 불렀을 때 MB께서 ‘공정사회’라는 그 무서운 ‘말씀’을 했던 시기였거든. 절묘하게 시기가 맞아떨어졌는데, 책에는 그 상황을 실을 수 없으니 긴장감이 떨어진달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첫 번째가 시의성이야. 장안의 검객들이 현안을 놓고 ‘다리 떨면서’ 얘기했지. 어떤 사람은 손님 초대해 놓고 둘만 떠든다고 하는데, 애초 취지가 손님 왔다고 말 많이 시키자는 건 아녔으니까. 가장 많이 할애한 게 고은 선생이었는데, 말 자체가 워낙 시라 우리가 굳이 보태지 않아도 됐지.

인터뷰는 다른 데서 많이 보는 거잖아. 하지만 우린 ‘신문에 나왔어’가 아니라 ‘신문에서 이랬어’를 원했지. 그 사람의 생각을 구어체로 들어보는 것.

MB 시대에 말을 못 하잖아. 우리는 말을 막 하겠다, 잡아가려면 가라. 누군가는 욕을 해야 “누가 그러더라”며 다른 사람도 말을 할 게 아냐. 언로를 막아버린 세상에서 언론을 말하고 싶었지. <직설>의 가장 큰 공이라면 말이 막힌 시대에 작게나마 말문을 텄다는 거 아닐까. 왜 구어체냐고? 흔히 운동권? 진보? 뭐, 아무렇게 불러도 좋아. 이쪽에서 하는 말이 너무 어려워. 정치 담론을 얘기할 때, 진영 내부에서 얘기할 때, 심포지엄에서 하는 말과 대중의 언어는 분명히 다르거든. 이명박 체제의 한 중간에서 <직설>을 시작했는데, 적과 싸울 땐 말이 어려우면 안 돼. 전선을 분명하게 해야 하니까. 적하고 선전전하는데 ‘조사만 한글’을 누가 알아먹겠어?

조중동 편집국장이나 대표 논객을 모시고 싶다고 했는데 불발됐죠? 섭외 실패인가요 아니면 아예 시도를 안했던 건가요?

내가 연락을 했어. 직접은 모르니까 조중동에 있는 친구들에게 해 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껄껄 웃으면서 “되겠냐?” 그러더라구. MBC 기자나 PD를 불러서 김재철 얘기도 꼭 하고 싶었는데. “딴 덴 괜찮은데 직설은 안 된다”면서 “당신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직설>의 화력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고 얘기하더만.

우리가 그래도 낙제점은 아니구나 생각했지.(웃음)

너무 같은 편만 초대한 것 아닌가요?

저쪽에선 정치인들 빼면 잘 안 와. 말로서 장풍을 같이 날릴 만한 자가 없어. 제정신이 아닌 사람도 있고. 한나라당 의원 중에 김성식, 정두언, 홍준표를 불렀는데, 나름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민망함을 아는 사람들이지.

논쟁을 끌고 갈 때 결론이 이성적이어야 하거든. 상대를 약올리기 위한 게 아니라 <직설>을 통해 뭔가를 끌어내야 하니까. 이상돈 교수 정도는 격앙되지 않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김용갑 의원은 부르려고 했는데 안 됐지. 개인적으로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그에 상관없이 자기 진영의 얘기를 할 사람이거든. 그런 사람이 우파에는 진짜 없어요.

좋은 의제를 만들었는데 부르지 못한 사람도 있지. 교과서처럼 얘기하고 ‘장풍’을 못 날릴 게 뻔했거든. 누구라곤 말 못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언어가 풍부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돼.

   
대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에 응한 <직설>팀. <직설>을 기획하고 진행한 고경태 기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서해성 작가, <직설> 후반에 진행과 정리를 맡았던 이경미 기자.(왼쪽부터)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직설> 시즌 2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모시고 싶은 사람은?

마르코스(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부사령관), 김정일, 그리고 MB.

기자회견 나가면 순서에 따라 정해진 것만 질문하는 그런거 말고. 하지만 MB가 국민과 터놓고 대화할 자세나 용기가 있었으면 정치를 이렇게 안 망가뜨렸겠지.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직설>도 안 생겼을 테고.

<직설> 이후에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바통을 이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함세웅 신부님 칠순 때 주진우(시사인 기자, 나꼼수 출연진)를 만났는데, “선배, 라디오 좀 해요. 둘이 하면 좋잖아.” 그러더라구. “넌 애기니까 하지만 우린 벌써 늙었다. 그리고 한홍구는 혀가 짧아서 오디오가 잘 안 돼” 그랬어.(웃음) 내가 보기엔 ‘나꼼수’도 앞으로 얼마나 인기를 끌지 모르겠어. 선거철 되면 그 이슈가 제일 재밌고, 정치인들도 막 말하거든. 말의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나꼼수’에 해당하는 언어가 많이 나와. 히트하려면 선거판에 들어가 재밌는, 희한한 초점을 잡아야지. ‘관 장사’ 같은 대형 사고를 치던가.

결국 그걸 넘는 게 안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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