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예고한 파업 시점인 9월 26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MBC 안팎에서는 실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지, 막판 노사 간 대타협이 가능할지, 회사측이 핵심 쟁점에 대해 어떤 최종 입장을 내놓을지 등과 관련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는 상태다.

MBC노조는 19일 조합 집행부와 지역지부장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지난 8월 18일 결의한 ‘2010년 임단협 쟁취와 공영방송 MBC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 방침을 재확인했다. 공정방송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는 물론이고,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제작 자율성 침해 방지책, 광역화·통폐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계열사의 경영자율성 확보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또 하나 추가된 핵심 변수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편’을 제작한 PD들에 대한 징계 여부였다. 회사 측은 애초 공언한 대로 1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조능희·김보슬 PD 정직 3개월, 송일근·이춘근 PD 감봉 6개월, 정호식 PD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19일 오전 제작진 징계인사위원회에 참석하고 나온 언론노조 정영하 MBC본부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0층 사장실 앞에서 농성중인 조합원들에게 경영진에 전달한 조합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조는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  PD수첩 > 제작진 징계는 MBC를 정권에 헌납하는 종결판”이라며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한편, 재심 청구와 법적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경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그러나 곧바로 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이와 관련 “회사가 < PD수첩 > 제작진에 중징계를 내렸으나, 파업은 이 문제뿐만 아니라 임단협, 제작자율성 보장 방안 등 모든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그 중에서도 단체협약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노조는 파업 전까지 회사와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 PD수첩 > 제작진을 중징계함에 따라 ‘MBC 경영진은 노조의 파업을 은근히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징계·해고 등으로 ‘반김재철 세력’을 솎아낼 수 있는 ‘호기’로 볼 것이라는 판단이다.

회사측은 그러나 나름대로 파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단체협약과 ‘MBC 정상화’ 부분에서는 노사가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루었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제작자율성 문제도 단협과 관련된 것이 많아 이견이 좁혀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단체협약 본교섭에서 본부장·국장 중간평가, 공정방송 침해 당사자에 대한 인사조치 요구 시점 등 일부 조항에서 접점을 찾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조도 회사만큼은 아니나 ‘다소 진전’이 있었다는 데 공감한다. 회사 쪽의 대화 의지도 아직은 믿고 있다. 21일 김재철 사장 등 노사 대표 각 3인이 참석하는 본교섭을 제안한 쪽도 회사였다.

이용마 국장은 “회사가 ‘파업에 들어가려면 가라’는 입장이면 교섭 자체에 응하지 않을 텐데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파업 직전까지, 심지어 파업 후에도 대화는 계속 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노조도 현 시점에서 파업에 들어간다, 만다 일도양단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뉴스·시사보도프로그램의 공정성 훼손 등 단협 외 쟁점에선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김재철 사장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접근’ 내지 ‘진전’은 있으나 노조가 파업을 접기까지는 아직 여러 고비를 남았다는 뜻이다. 더구나 < PD수첩 > 중징계 문제까지 터졌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MBC노조의 파업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밖에 없을까? 하지만 단정할 수 없다. 앞서 언급된 대로, 노조의 파업을 결정하는 세가지 핵심 변수는 단체협약, 제작자율성과 지역사 경영자율성 확보, < PD수첩 > 제작진 징계 여부다. 노조는 각각의 사안의 대해서도 점수를 매기겠지만, 최종적으로 중요한 건 ‘총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 PD수첩 > 제작진에 중징계가 내려진 상태지만 단체협약·제작자율성 등 나머지 쟁점에서 큰 진전이 있으면 노조는 파업 돌입 여부를 놓고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 MBC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파업에 힘을 싣느냐도 변수다. 안팎에서는 “PD들을 제외한, 보도국 등 다른 부문은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노조측은 그러나 “각 부문마다 온도차가 있는 건 사실이나, 파업이 무산되거나 힘 있게 진행되지 못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반박한다.

만일 노조가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회사측은 파업의 ‘불법성’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전망되나 이전과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져 눈길을 끈다. 회사측은 지난 8월 18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 직후 김재철 사장 명의로 낸 담화문에서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이진숙 국장은 그러나 통화에서 “당시 불법파업이라고 했던 건, 김재철 사장 사표 문제를 계기로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같은 사실상 사장 퇴진 입장을 내놓고 파업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노조는 곧바로 특보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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