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이자 한 때는 대북 강경론자의 화신과도 같았던 정형근 전 의원이 공공의료의 대변인으로 변신(?)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형근 전 의원은 15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정부와 의료계 일각의 영리병원 추진에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영리병원보다 공공병원 확대가 먼저다>는 글에서 공공병원이 전체 병원의 10% 밖에 안 되는 의료현실이 국민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합리화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국민건강보험의 전향적 착근을 위해서는 공공병원이 5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형근 이사장은 특히 임채민 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영리병원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점을 크게 걱정하면서 “민간병원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리병원마저 도입된다면 영리병원 운영자들은 주주들의 더 많은 배당금을 위해 돈 되는 진료를 우선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진료라도 위험부담이 크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진료 등은 피하고, 소위 돈이 되는 성형수술, 비만치료 등 비급여는 크게 늘려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 9월15일자 기고.
 
정 이사장은 한국의 공공의료보건체계에 대해 “최단기간에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의료접근성을 가장 빠르게 개선한 국가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선진국 수준의 건강의료지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면서 “공공병원 비중을 보면 캐나다, 덴마크는 100% 수준이고, 노르웨이, 영국, 스웨던 등도 90%가 넘는다. 민간보험 중심인 미국마저도 3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10%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라며 우리나라 의료보장체계의 불안정성의 가장 주된 사유로 공공병원의 절대적 부족을 들었다.

그는 “만일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중이 30%만 되더라도 매년 12% 이상씩이나 증가하는 진료비의 주범인,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도를 구미 선진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총액계약제와 포괄수가제로 바꾸는 데 지금처럼 요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아무리 합리적인 정책을 이행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해 줄 지원군인 공공병원은 10%에 불고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상대방은 90%의 강력한 민간병원”이라며 영리병원에 우호적인 임채민 복지부장관 내정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정형근 이사장은 검사 시절 간첩사건 등 공안사건 담당 검사로 유명하며 1983년 국가안전기획부 대공수사국으로 옮긴 다음 대공사건 처리와 관련 고문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2004년,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연루자의 잇따른 고문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 그는 “(내가) 조금이라도 (고문수사와) 관련이 있으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부산 북·강서갑 지역구에 신한국당 공천으로 출마, 당선되어 내리 3선 의원을 지낸 정 이사장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이기도 했지만,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당시까지 대북 지원의 전제로 내걸었던 핵 폐기를 전제로 했던 ‘엄격한 상호주의’를 폐기하고 더 이상 핵폐기를 남북 대화와 협상의 전제로 삼지 않는 ‘유연한 상호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평화비전’을 주도해 대북강경 공안통의 ‘획기적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우익단체는 이 때문에 ‘정형근 의원’에게 항의전화를 걸 것을 제안하는 의견광고를 신문에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정 의원의 이런 변신에 대해 보수 진영 쪽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할 때 국가정보원장을 하기 위한 정략적 변신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 정보에 정통한 정 의원이 현실주의 노선을 피력한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정 이사장은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는 2008년 9월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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