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대통령 직속의 민간기구? 방통심의위의 구조적 모순
대통령 직속의 민간기구? 방통심의위의 구조적 모순
[기획연재] 감시사회를 말한다 ② 6 대 3 의결구조의 태생적 한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태생부터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었다. 방통심의위는 사실상 대통령 직속의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하부기관이다. 당연히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방통심의위 심의위원 9명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준조세 성격의 방송발전기금을 예산으로 가져다 쓴다. 그런데도 방통심의위는 스스로를 민간기구라고 부른다. 이를 테면 '대통령 직속의 민간기구'인 셈이다.

방통심의위 심의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지목하고 3명은 국회의장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의원들과 협의해 추천한다. 나머지 3명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으로 위촉된다. 대통령이 지목하는 3명 외에 나머지 6명을 어떻게 선정할 것이냐를 두고 국회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곤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야당의 몫이 3명을 넘어서기 어렵다. 결국 6 대 3으로 정부·여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의결권을 선점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5월 출범한 2기 방통심의위에서도 6대 3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낸 박만 위원장은 청와대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언론을 심판하는 거의 사법부에 준하는 독립 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경력과 관련 “검사는 공무원으로 임무를 준 것을 수행한 것인데 나를 전과자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의 최찬묵 변호사와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도 청와대 추천 인사다. 국회의장 추천 인사로는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엄광석 전 SBS 논설위원과 권혁부 전 KBS 이사, 민주당에서 추천한 김택곤 전 전주방송 사장 등이 있다. 문방위 추천 인사는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구종상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와 민주당에서 추천한 장낙인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3명이다.

방통심의위가 방통위의 하부기관이라는 사실은 심의와 제재 절차를 살펴보면 쉽게 드러난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심의위가 제재조치에 앞서 당사자 의견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방통위에도 의견진술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제재조치에 불복할 경우에는 방통심의위가 아닌 방통위에 제소해야 된다. 방통위가 제재조치를 결정하면 방통심의위는 그 처분을 명령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데도 방통심의위를 민간기구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방통심의위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논란을 다룬 MBC ‘PD수첩’이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은 바 있고 천안함 침몰 사고의 의혹을 다룬 KBS ‘추적60분’이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공정성의 기준도 모호하지만 이런 제재조치가 사전 검열 효과를 만들고 표현의 자유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송법 6조 1항은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언적이고 규범적인 차원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규범적인 요구가 방송심의 규정으로 가면 방송사의 공정성 여부를 재단하고 징벌하고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는 무소불위의 검열기구로 작동한다. 독립적인 사법기관이 아닌 대통령이 선임하는 위원들이 이런 초법적인 여론 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파놉티콘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 건축양식이다. 파놉티콘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것으로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이다. 사진은 파놉티콘이 적용된 프레시디오 모델로 감옥의 내부. ⓒ위키피디아.
 
방통심의위는 지난 3년 반 동안 노골적인 보도통제를 자행해 왔다. 2008년 11월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 검은 색 정장을 입고 출연한 YTN 앵커들이 시청자 사과 조치를 받았고 같은해 12월 미디어법 논란을 보도한 MBC ‘뉴스후’와 ‘뉴스데스크’도 각각 시청자 사과와 경고 조치를 받았다.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의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진행자가 편파적인 발언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뉴스후’는 ‘후플러스’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결국 폐지됐다.

최근에는 반값 등록금 이슈를 다룬 MBC ‘백분토론’이 특정 포털 사이트를 간접광고했다는 이유로 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방송 프로그램이 공정성을 위배했는지 여부를 심의위원들의 표결로 결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애초에 정부·여당 추천 인사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이런 형식적인 심의절차는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MBC 라디오 ‘박혜진이 만난 사람’은 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임됐다가 복직한 교사들을 출연시켜 일방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받았다. 유성기업 노동조합 파업을 다룬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KBS 라디오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 등도 같은 이유로 권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심의규정 9조2항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인터넷 심의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노골적이다. 2008년 7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때 관련 인터넷 게시물을 무더기로 삭제 처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직후에는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던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 요청해 위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이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차단된 바 있다.

이밖에도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게시물이나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게시물 등이 삭제된 것도 정치심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인체에 유해한 폐기물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 누리꾼의 글이 포털 사이트에서 노출 제한 조치되기도 했다. 명예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공익적 문제제기가 차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방송심의 제재 건수와 수위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장 중징계에 해당하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2008년 18건에서 2009년에는 34건으로, 지난해에는 27건으로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MBC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인터넷 통신 심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정 요구 건수는 2만4845건으로 2009년 상반기 8405건와 비교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방통심의위의 편향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최근 공개된 @2MB18nomA 제재 관련 발언록을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야당 추천의 장낙인 위원은 “트위터 계정은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고 역시 야당 추천의 박경신 위원은 “(설령 욕설이라고 하더라도) 공인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면서 “그분은 가만히 있는데 그분에게 모욕적이므로 삭제해야 한다고 하는 건 국가원수 모독죄를 부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추천의 권혁부 부위원장은 “여러 가지 예견되는 역기능들을 추정해 봤을 때 선제적으로 막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추천의 구종상 위원은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임을 고려한다면 하나의 단일가족이 확장된 개념이 국가이고 대한민국인 것인데, 이를테면 조그마한 가족 사회에서도 아버지를 지칭해서 ‘18nomA’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더라도 보편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청와대 추천의 박성희 위원은 “특정 지도자에 대한 욕설이라는 차원보다는 인터넷의 건전한 문화를 함양하는데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기여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서 이것이 용인할 만한 표현이냐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방통심의위가 우리의 기준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2MB18nomA의 계정 소유자가 낸 이의신청은 결국 기각됐다.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한 토론회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관련 심의규정이 명확성과 과잉금지제한의 원칙에 비춰볼 때 위헌적 요소가 매우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송이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건 명확하지만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한다는 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조항과도 상충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87년 공성성 원칙(fairness doctrine)을 최종적으로 폐기한 바 있다. 보도영역의 공정성과 공공성의 문제는 시청자와 방송사 그리고 이해당사자의 논쟁과 상호비판의 영역으로 공공기관의 제재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방송 내용에 관여할 수 없다. 다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 방송 됐을 경우에만 신고를 받아 법원을 통해 징계할 수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1월 방통심의위 3년을 평가하는 토론회에서 “방통심의위는 국가기구에서 미디어나 시민의 표현을 감시, 규제한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하여 별다른 근거도 없이 민간기구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심의위원 선임의 정파적 구성 때문에 정치적 외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공정성이라는 기준은 누구도 확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윤리의 문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특정 사안을 보도하는 방송인들이 직업적으로 내면화해야 할 가치 기준”이라면서 “방송인들이 자신의 양심에 근거해 보도를 했는데도 공정성과 관련한 논란이 생긴다면 이는 다양한 관련자들이 모여서 토론을 해야 할 문제이지 국가기관이 시시콜콜 따지고 규제할 사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당장 어렵다면 첫째, 위원장을 제외한 심의위원을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둘째, 징계를 위한 심의 의결의 경우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해야 하며, 셋째, 보도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와 내용상 공정성 관련 심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이 임명한 심의위원들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공정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신 위원은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방송 내용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 아래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방통심의위를 폐지하고 독일이나 일본, 영국의 BBC처럼 자율규제로 전환하자는 것. 둘째, 심의규정 9조2항의 균형성 심의를 자율규제로 전환하자는 것. 셋째, 이마저도 어렵다면 정부가 당사자이거나 정부가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보도에 공정성을 적용해 제재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것 등이다.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방송 심의는 최소심의 원칙과 함께 명확한 심의기준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하고 통신 심의는 이용자 중심의 독립적인 민간 자율기구로 이양해야 하며 특히 위헌적 요소가 있는 과도한 시정 요구는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장여경씨는 “심의 기능을 민간 자율기구로 이전하거나 최소한 정부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파적 구도를 깨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고 돌아간 국제연합 특별보고관도 “방통심의위가 사실상 검열 기구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방통심의위를 폐지하고 독립적 기구에 온라인 콘텐츠 규제 책임을 이관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월 서울 고등법원은 방통심의위가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행정 심의를 폐지하고 민간 자율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특별 취재팀 이정환·최훈길 기자

 감시사회를 말한다, 시리즈 연재 순서.

1부. 일상화된 감시·검열 시스템.
1. 여는 글, 뉴 ‘빅 브라더’ 시대.
2. 방통심의위를 해부한다.
3. 방통심의위의 이중 잣대.
4. 무차별 접근 제한, 포털 임시조치.
5. 방송법 32조, 차별적 방송 심의.
6. [인터뷰]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방통심의위 심의위원.
7. [인터뷰] 김보라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2부. 감시사회의 제도적 기반.
8. 일상적 검열, 정보통신망법과 인터넷 실명제.
9. 민간인 사찰의 법적 토대, 전기통신사업법과 통신비밀보호법.
10. 광범위한 개인 정보 수집, 정보통신망법과 전자주민증.
11. 표현의 자유 위협하는 명예훼손 고소·고발.
12. 판도라의 상자, 소셜 네트워크 규제.
13. [인터뷰]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14. [인터뷰]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3부. 여론 통제와 언론 장악의 기제.
15. 냉전 이데올로기의 유물, 국가보안법.
16. 정치 참여 가로 막는 낡은 선거법.
17. 정치·자본 권력의 언론 장악 메커니즘.
18. 테러리즘과 해외 동향.
19. [인터뷰]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20. [인터뷰]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21.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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