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 복지담론의 주요 논쟁점을 깊이 있게 파고든 <대한민국 복지 7가지 거짓과 진실>은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부),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과),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등 복지문제 전문가들이 올 봄 참여연대 민주주의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복지는 과연 좌파의 정책인지, 복지국가의 정부는 정말 비효율적인지, 복지국가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고 성장·세계화와 상극일 수밖에 없는지, 보편적 복지는 ‘무책임한 퍼주기’인지 등 주로 보수진영 쪽에서 제기해온 문제들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보수주의자들은 틈만 나면 “복지국가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요즘 세계 경제 상황만 봐도 간단히 반박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2010년 신용부도를 맞아 구제금융을 받은 유럽의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을 예로 들며 “이들은 유럽에서도 복지 수준이 가장 뒤떨어지는 나라”라고 지적한다.

정말 복지에 지나치게 지출해서, 즉 과잉복지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이라면, 가장 먼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부터 무너져야 하지만 이들 나라는 특별한 재정위기 없이 최근 세계 경제위기에 잘 버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지 혜택 때문에 힘든 일을 기피한다는 논리가 맞다면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는 취업률이 떨어져야 옳다. 하지만 스웨덴의 취업률은 75.7%(2008년 기준)로 같은 보편적 복지국가인 덴마크(77.3%)와 함께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71.8%), 일본(70.7%), 한국(63.9%)보다 높다.

신광영 교수는 이에 대해 “스웨덴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된 핵심적인 정책원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도록 나라가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근속연수가 긴 편은 아니지만,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임금·노동시간·노사관계 모든 면에서 척박하기 그지없는 우리나라 노동현실에서, 이런 나라에 대고 ‘도덕적 해이’ 운운하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일까?

   
 
 
생산부문에 투자되어야 할 재원이 복지라는 소비에 투자됨으로써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현재의 보편적 복지국가들은 경제 성과가 좋지 않아야 하지만, 1998년~2007년까지 연평균 GDP 성장률은 스웨덴(3.23%)이 미국(3.04%)보다 더 높았다. 저자들은 “스웨덴이 압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최소화된 미국보다 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저자들은 “한국에서 복지국가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직도 초등학생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하면서 불평등과 빈곤층 해소 등을 위해서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물론 “국민들은 진보정당이 집권한다 해도 5년 안에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수십년 뒤의 미래까지 바라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모든 정권이 보편주의 복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추진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 저자들은 “시민의 힘이 없다면 보편주의 복지국가도 없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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